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중국

속보

더보기

[귀주이야기] '사람에게 법이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서북부 산골 마을의 부녀 추국(궁리 분)은 남편 만경래(리우페이치 분)의 가랑이를 걷어차 고환을 다치게 한 촌장 왕산당을 찾아가 남편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한다. 향(鄕) 정부의 리 공안이 중재에 나서 사과와 함께 치료비를 건네주는 선에서 합의를 보는 듯했으나 촌장은 임신한 몸을 이끌고 찾아온 추국을 향해  돈을 땅에 뿌리며 주어가라고 모욕을 준다. 촌장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난 추국은 꼭 사과를 받아내겠다며 상급인 현정부에 진정서를 내고 이후 사건은 시 정부와 법정으로 까지 비화한다. 

1992년 장이머우 감독 작품 치우쥐다관스(귀주이야기, 추국의 소송)는 원작소설 '만가소송'을 시나리오로 한 작품이다. 장이머우의 걸작으로 꼽히며 49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여우주연상(궁리)을 수상했다. 영화에 무대와 장소가 언급되지 않았지만 장 감독의 고향이 섬서성 서안이고, 그가 1968년 문혁 당시 인근 첸(乾)현에서 하방노동(차두이 노동)을 한적이 있음을 감안할 때 섬서성의 어느 산촌을 무대로 한 영화로 보인다.


 
이야기 속의 시대는 중국에서 개혁개방이 본격화한 1980년대라고 볼 수 있다. 추국은 리 공안에게 촌장 폭행 사건을 진정하면서 촌장이 ‘지화성위(계획생육 가족계획)’를 위반했다고 지적한다. 지화성위는 중국에서 1980년 시작된  한자녀 출산 정책을 말한다. . 또한 추국이 남편 만경래와 나누는 대화중에 “뱃속 아기가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는 판에...”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는 남아선호 관습을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딸이면 또 임신을 해야는데 촌장에게 고환을 걷어차여 당신의 생식능력에 문제가 생기면 정말 큰일 아닌가 하는 얘기다. 

고추농사가 끝난 중서부 산골마을에는 겨울이 일찍 찾아왔다. 농가 어느집이나 수확한  말린 고추로 가득하고 마을과 읍내(현청)를 연결하는 비포장 황토길 응달에는 어느새 잔설이 쌓였다.  개혁개방 시대를 상징하듯 농촌에는 경운기가 보급됐고 현 읍내 길거리는 밝은 색상의 옷차림을 한 사람들로 제법 활기가 넘쳐난다. 
        
임신한 몸인 추국은  춥고 황량한 이 황토길을 통해 사과를 받아내고 억울함을 풀기위해 소송에 나선다.  촌장은 고추밭을 창고부지로 전용하는 것을 규정에 따라 허가하지 않았는데 이를 빌비로 만경래가 자신에 대해  아들을 낳을 수 없다(대가 끊길)는 뜻으로  '무정란'의 사내라고 폭언을 해 사단이 빚어졌다고 주장한다.  이에대해 추국은 어찌 됐건 사람을 때린 것은 잘못이니 촌장이 먼저 사과해야한다고 요구한다. 

추국은 돈이 아니라 폭행의 잘못을 인정하게 함으로써 남편과 자신의 체면(面子 멘쯔)을 세우려고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고, 촌장은 만경래가 먼저 자기를 모욕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역시 체면을 내세워 사과를 거부하면서 시골마을의 송사는 팽팽한 신경전속에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중국이 얼마나 멘즈를 중시하는지, 중국을 왜 '멘쯔 공화국'이라 하는지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래도 산골마을 부녀인 추국에게는 인정이 살아있다. 지방공안국에 제출할 고소장에서 추국은 비록 촌장이 밉지만 인정을 살펴 만약의 경우 중벌은 취소할 수 있도록 완곡한 내용으로 소장을 적어달라고 말한다. 소송의 목적이 마을 윗사람인 촌장을 파멸로 몰아넣겠다기 보다는 마음의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것으로, 추국의 선량한 속내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리 공안이 중재를 위해 무진 애를 쓰지만 화해는 번번히 실패하고 사건은 결국 시공안국으로 까지 올라간다.  리 공안도 동네사람도, 이제는 추국 남편 만경래까지도 사건이 빨리 무마되길 바라지만 추국은 여름내내 땀흘려 수확한 고추를  한근에 4위안씩에 팔아 막대한 비용을 써가며 소송을 그칠줄 모른다.   

지방공안국의 결정에 불복한 추국은 시누이 메이자와 다시 경운기를 타고 황토길을 지나 버스를 갈아타고 대도시로 향한다.  추국의 눈에 비친 대도시는 한적한 황토길과 어슬렁거리는 황소, 집집마다 주렴처럼 걸린 건 고추, 옥수수 더미 대신 자전거 물결에 패션광고 포스터와 탕후루, 자신과 같은 촌뜨기를 뜯어먹고 사는 사기꾼 등으로 왁자지껄 한 표정이다.   

그래도 추국은 운좋게 선량한 여관 주인과 이해심 많은 얀국장을 만나 원하는 소송을 순탄하게 진행한다. 추국은 얀 국장에게 촌장이 남편을 폭행한 죄에 대해 지금까지 누구도 잘못을 지적하지 않아 여기까지 오게됐다고 호소한다.  얀국장은 평민들이 ‘관리들은 저마다 한통속이라는 의구심을 가질만하다’고 인정한뒤 변호사까지 소개해준다.  
 
재판이 진행되고 추국은 행정소송법이라는게 있어 평민들도 억울하면 정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추국은 이 재판에 패한 뒤 다시 중급인민대법원에 항소하게 되고 중급 법원은 공안 폭행사건의 중대성을 인식해 추국의 마을을 찾아 직접 폭행사건을 재조사해간다.  

법원 조사원들이 돌아간 뒤, 산골 마을에서는 중국인들이 연중 최대 큰 절일로 여기는 추시(除夕, 섣달 그믐, 설날 전날저녁)를 맞아 모든 마을사람들이 읍내로 공연 구경을 나갔다. 공교롭게도 추국은 마을이 텅빈 이때 난산을 겪게 되고 남편 만경래는 마침 집에 남아있던 촌장에게 간곡히 도움을 요청, 천신만고끝에 읍내로 데려나가 산모와 아이 목숨을 건진다. 

추국은 출산 한달이 돼 국수를 밀어 마을 잔치를 연다.  잔치 전날 추국은 촌장이말로 제일 먼저 모셔야할 고마운 손님이라며 직접 찾아가 초대하고 참석하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낸다. 하지만 당일 촌장 모습이 안보여 의아해하는데, 이때 리공안이 나타나 추국 만경래 부부에게 15일 구금결정을 받아 공안(경찰)에 연행돼갔다고 일러준다. 

황당한 소식에 추국은 마을 동구밖으로 급한 걸음으로 뛰어가지만 촌장 일행은 이미 떠나고 없다. 영화는 난감해 어쩔줄 몰라하는 추국의 표정이 클로즈업되면서 막을 내린다. 궁리의 표정 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체면이고 사과고 이미 자신의 난산을 도와 아들을 낳게 해준 고마움으로 모든게 다 끝났는데 뒤늦게 처벌이라니’. ‘나중에 무슨 낯으로 동네 촌장어른의 얼굴을 보나?  다시 체면이 말이 아닌 상황이 됐다’  추국에게는 뒤늦게 찾아온 법의 심판이 참으로 얄궂게만 느껴진다.
 
사족을 달자면 이 장면은 1999년 장이머우 감독 영화 ‘워더부친무친’에서 짝사랑하는 산골 선생님이 도시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여주인공 장쯔이가 숨찬 종종 발걸음으로 마을 동구밖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건희 특검, 이창수에 소환조사 통보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팀)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무마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노수 특별검사보(특검보)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빌딩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처분 당시 수사 실무를 담당했던 검사 한 명을 상대로 오는 22일 오전 10시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을 것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뉴스핌DB] 박 특검보는 이어 "김 여사의 디올백 명품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의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지난 12월 초에 있었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지검장은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앙지검이 두 사건을 수사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을 당시 중앙지검장을 지낸 최종 책임자였다. 아울러 박 특검보는 이날 "특검은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며 "각 사건의 처분이 있던 당시에 법무부 장관, 대통령실, 민정수석,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중앙지검 제4차장 및 디올백 명품 수수 사건의 수사 라인에 있던 검사들의 사무실과 차량, 휴대폰, 업무용 PC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오늘 오전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현 전 민정수석 사진. [사진=뉴스핌DB] 압수수색 대상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심우정 전 검찰총장, 박승환 전 중앙지검1차장검사, 김승호 전 형사1부장검사 등 총 8명이다. 디올백 수수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고가 디올백을 수수했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중앙지검 형사1부가 불기소 처분한 사건이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2023년 12월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나 지난해 10월 검찰은 김 여사를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고 청탁금지법상 공무원 배우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검팀은 지난 2일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대검, 중앙지검, 내란 특검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추가 자료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이날도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은 또 김 여사가 지난해 5월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해달라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자료도 확보할 예정이다. 앞서 김 여사는 당시 박 전 장관에게 '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 '김혜경, 김정숙 수사는 왜 잘 진행이 안 되고 있나' 등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같은 달 2일 김 여사 관련 전담 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직후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특검팀은 수사 기간이 오는 28일 종료되는 만큼, 남은 기간 수사가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yek105@newspim.com 2025-12-18 15:59
사진
'민주 돈봉투' 윤관석·임종성 등 2심 무죄 [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관석·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과 허종식 민주당 의원이 1심에서 유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명 '이정근 녹취록'이 위법수집증거라며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설범식)는 18일 정당법 위반으로 기소된 윤 전 의원과 임 전 의원, 허 의원에 대한 선고 기일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윤 전 의원에게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임 전 의원과 허 의원에게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금고 이상 형 확정시 의원직을 상실하는데, 이는 의원직 상실에 해당한다. 윤관석 전 민주당 의원. [사진=뉴스핌 DB]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 제기의 핵심 증거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이정근 녹취록'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임의제출됐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르면 적법하지 않은 절차에 따라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이정근 녹취록에는 윤 전 의원은 이 전 총장과의 통화에서 "인천 둘 하고, 종성이는 (돈봉투를) 안 주려고 했는데, 얘들이 버젓이 '형님, 우리도 주세요'라고 해서 3개 뺏겼어"라고 언급했다. 검찰은 윤 전 의원이 언급하는 '3개'가 돈봉투였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총장의 휴대전화 내 자동 녹음 파일이 3만여 개에 달해 정확한 개수나 내용을 파악하고 있기 어려운 사정, 이 전 총장이 원심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휴대전화 내 이 사건 관련 내용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 전 총장의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죄 증거로 보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또 이 전 총장의 휴대전화는 그의 알선수재 사건 관련 수사 중 제출한 것인데, 이 사건과는 무관하므로 검찰이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점도 꼬집었다. 재판부는 "전자정보 탐색 과정에서 별도 범죄혐의에 대해서 의견 갈리는 경우엔 추가 증거 수집 중단하고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라며 "압수에 관한 절차를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봤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스핌 DB] 한편 민주당 돈봉투 의혹은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당대표 후보였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박용수 전 보좌관이 사업가 김 모 씨에게 6750만원 상당의 돈을 받고 여러 의원을 통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윤 전 의원은 박 전 보좌관으로부터 2021년 4월 27일과 28일 양일에 걸쳐 6000만원을 전달받고, 28일 국회 본관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송 전 대표를 당대표로 지지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좌장 자격으로 참석해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임 전 의원과 허 의원은 이날 윤 전 의원에게 돈봉투를 받았다고 알려진 현역 의원 중 일부다. 즉 돈봉투는 사업가 김 씨→박용수·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윤관식 전 의원→현역 의원 20명으로 전달됐다. 관련 인물들은 1심에서는 대부분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이정근 녹취록'이 위법수집증거로 판명돼 2심에서 뒤집혔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송 전 대표는 1심에서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나, 돈봉투 살포 의혹인 정당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받았다. 역시 이정근 녹취록이 위법수집증거로 판명되면서다.    100wins@newspim.com 2025-12-18 11:02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