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강세에 루블화 등 관련 통화 UP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가 강하게 랠리하면서 상품 통화가 동반 급등했다. 이 때문에 달러화가 선진국 통화에 대해 상승한 한편 이머징마켓 통화 대비 하락하는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상품통화가 강세 흐름을 탔지만 추세적인 상승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가 상승의 영속성을 기대하기 힘든 데다 투자자들의 경계감 역시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17일(현지시각)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중 한 때 7% 가량 치솟은 뒤 상승폭을 일정 부분 축소했다.
러시아 루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의 회동 결과에 대한 실망에 전날 내림세를 보였던 유가가 강하게 오르자 러시아 루블화부터 멕시코 남아공 랜드화까지 동반 랠리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러시아 루블화가 4% 내외로 급등했고, 브라질 헤알화가 2% 이상 뛰었다. 아프리카 랜드화 역시 2% 선에서 상승 흐름을 나타냈고, 멕시코 페소화도 장중 한 때 4% 가까이 급등하며 달러화에 대해 4년래 최대 랠리를 연출했다.
멕시코 페소화는 상품 가격 상승 이외에 중앙은행의 금리인상과 외환시장 개입 움직임에 모멘텀을 받았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5% 인상했다.
모처럼 상품 통화의 강세는 달러화 흐름에 혼란을 야기했다. 산업생산과 생산자물가 등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 호조에 따라 달러화는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장중 0.4% 내외의 상승세를 나타낸 반면 이머징마켓 통화에 대해 하락하면서 달러 인덱스는 약보합을 나타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1월 미국 생산자물가는 전월에 비해 예상밖 0.1% 상승세를 나타냈고, 같은 기간 산업생산도 0.9% 늘어나며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강한 회복을 기록했다.
오머 에스너 커먼웰스 포린 익스체인지 외환 애널리스트는 “상품 통화와 관련 자산이 국제 유가와 강한 동조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알빈 탄 소시에테 제네랄 외환 전략가는 “유가 상승이 투자자들의 리스크 선호 심리를 부추기며 상품 통화를 끌어올렸다”며 “하지만 전반적인 자산시장과 투자 심리가 여전히 ‘리스크-오프’에 기운 상태이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당분간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상품 통화 강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제 지표가 점진적이지만 탄탄한 회복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시 허위츠 바클레이즈 전략가는 “제조업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안정을 이루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주요국의 성장 둔화와 맞물려 달러화 강세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골드만 삭스는 금융시장이 미국 인플레이션 전망을 지나치게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투자 심리를 압박, 실제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 역시 지나치게 낮다는 얘기다.
이날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 역시 투자 보고서를 통해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극심하게 비둘기파에 치우쳤다고 주장하고, 미국 경제가 성장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금리인상 기대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달러화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은 올해 1분기 미국 경제가 2.7%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