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간의 기록들…오늘 이종걸 원내대표가 마지막 주자
[뉴스핌=정재윤 기자]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표결을 저지하기 위한 야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각종 기록과 어록을 남긴 채 2일 마무리된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달 23일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새누리당이 제출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지 9일 만이다.
야권은 지난달 23일 오후 7시 7분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연단에 선 이후로 아흐레 동안 필리버스터를 지속해왔다.
필리버스터의 마지막 주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2일 오전 7시부터 연단에 서 있다. 이 원내대표를 포함, 그간 제1야당인 더민주를 비롯해 국민의당과 정의당에서 모두 39명의 의원이 필리버스터에 동참했다.
필리버스터 마지막 주자인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수정을 요구하는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 필리버스터가 세운 ‘기록’들
야권의 필리버스터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약 184시간째 이어지며 세계 최장 기록을 세웠다. 이는 2011년 캐나다 새민주당(NDP)의 58시간을 깬 것이다.
정청래 더민주 의원은 11시간 39분간 무제한연설로 국내 개인 최장 기록을 세웠다.
정 의원은 같은 당 은수미 의원이 10시간 17분 동안 단상에 섬으로써 1969년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을 막기 위해 10시간 15분 발언한 기록을 깬 것을 다시 경신했다.
필리버스터가 시작한 지난달 23일부터 마지막 날인 2일까지 평소보다 많은 총 5131명의 일반시민들이 본회의 방청을 신청했다. 특히 주말인 29일에는 시민 1000명 가량이 국회 본회의장을 찾아 방청객들이 본회의장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필리버스터가 장기화되면서 사상 최초로 국회 본회의를 의장단 대신 상임위원장이 진행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필리버스터가 5일째 지속되던 지난 27일 "23일부터 의장석을 지켜왔으나 체력적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부득이 잠시간 본회의 의사진행을 부탁한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김영주 더민주 의원에게 의사봉을 건넸다.
◆ 필리버스터에서 나온 ‘발언’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연단에 선 의원들은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는 등 화제에 오르며 이들의 발언도 언론들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은수미 더민주 의원은 “헌법에 보장된 주인으로서의 국민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있어야 하고, 어떤 억압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마무리 발언으로 주목을 끌었다.
신경민 더민주 의원은 필리버스터가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비판을 겨냥, 이 제도가 새누리당의 공약이었음을 지적하며 "(새누리당) 홈페이지의 공약집을 확인해보라"고 발언해 새누리당 홈페이지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최민희 더민주 의원은 정부 권력이 국민을 감시하는 내용을 담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일부를 낭독하며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무늬만 테러방지법은 빅브라더 사회를 꿈꾸는 국정원 확대법이다. 빅브라더의 사회에서는 빅브라더가 생각하는 대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강조했다.
◆ 필리버스터 도중 발생한 ‘사건’들
여당 측 일부 의원은 필리버스터 중 야당 의원들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은수미 의원의 연설 도중 "그런다고 공천 못 받는다"고 발언, 네티즌들의 질타 대상으로 부각됐다.
같은 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더민주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무제한토론 내용을 두고 논쟁을 벌이다 '퇴장경고'를 받기도 했다.
강기정 더민주 의원은 당으로부터 공천 배제 통보를 받은 후 필리버스터를 진행, 5·18광주민주화운동 추모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강 의원이 연설을 마치고 내려오자 새누리당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나와줘서 고맙다. 사랑한다"며 강 의원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강 의원 외에도 하위20% 컷오프 통보를 받아 공천에서 배제된 김현·임수경 의원 역시 발언대에 올랐으며 컷오프에 대한 반발로 탈당한 전정희 의원은 무소속으로 토론에 나섰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수화통역을 함께 제공하기도 했다. 국회방송은 김용익 더민주 의원 등 야당 측 의원들의 요청으로 지난달 27일 진선미 더민주 의원의 발언부터 중계화면 하단에 필리버스터 내용을 중계하는 수화통역사를 등장시켰다.
[뉴스핌 Newspim] 정재윤 기자 (jyju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