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께 통합 증권사 사장 선임될 듯
[뉴스핌=이광수 기자] 현대증권이 1일 상장폐지됐다. 전신인 국일증권의 1975년 증시 입성 이후 41년만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은 오늘 오후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결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합병 날짜 등도 이날 이사회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아쉬움과 기대감 교차
상장폐지로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여의도 본사 영업점 앞에 놓인 안내 배너가 'KB증권'으로 돼 있다는 것 뿐. 다만 상장폐지를 받아들이는 현대증권 직원들의 마음은 기대감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현대증권 한 관계자는 "'현대증권'이란 이름이 없어진다는 게 아쉽다"며 "그래도 회사가 더 좋아지고 커지는 방향이어서 기대감도 있다"고 전해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때 (증권가에서) 그토록 사용하고 싶던 사명이 이제는 휴지조각이 돼 버린 셈"이라며 "또 하나의 오랜 증권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1999년 현대증권 바이코리아 TV 광고(증권객장편) <자료=유튜브> |
현대증권은 지난 1962년 증권거래법이 탄생한 증시 태동기에 설립된 국일증권을 현대그룹이 1977년 인수하면서 새로운 증권사를 쓰기 시작했다. 1986년엔 현대증권으로 이름을 바꿔달고 새 출발한다.
현대증권이 세간에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한 건 외환위기 직후다. 1999년 내놓은 '바이 코리아 펀드(Buy Korea)'가 선풍을 일으키면서 당시 초유의 실적인 순이익 3048억원을 기록, 현대증권은 '업계 넘버원'으로 우뚝 섰다. 주가도 5만원대로 치솟았다. 지난달 31일 기준 현대증권의 마지막 종가인 7370원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현대증권은 2000년대 들어 증권업 실적 악화 등의 문제로 내내 매각설에 시달려야만 했다. 실제로 매물로 나왔다가 유야무야되기도 했다. AIG와 우리금융, 농협, 오릭스 등 수많은 인수 주체가 거론되는 와중에도 현대증권은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면서 대형 증권사로 입지를 다져 왔다. 하지만 결국 모회사인 현대상선의 경영악화로 올해초 매물로 나오면서 KB금융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서울 여의도 현대증권 본사 외벽에 KB금융 본사 사옥이 비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 통합 사장 폭 넓게 거론돼…이달 중순 결정
금일 이사회 이후에는 금융위원회에 합병 인가를 신청하고,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 현대증권이 이미 KB금융의 100% 자회사인 만큼 합병절차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통합 사장 인선은 아직 불투명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장 후보로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과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 등 폭 넓게 거론되고 있다"며 "외국계 증권사 출신도 지원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사장 인선은 늦어도 오는 11월 중순께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사장이 선임 돼야 통합 증권사의 인사도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된다.
KB금융은 현대증권을 존속법인으로, KB투자증권은 소멸법인으로 하는 합병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통합 KB증권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통합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3조9000억원 수준으로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3위에 올라서게 된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