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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핌기자] ETF '골목상권 침해' 논란, 끙끙대는 중소형사들

기사입력 : 2017년08월09일 14:40

최종수정 : 2017년08월09일 14:49

시장 관심 끌면 똑같은 상품 '중복 상장'해

[편집자] 이 기사는 8월 9일 오후 1시12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김승현 기자]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고 보수도 일반 펀드에 비해 저렴한데다 투자 내역이 공개되고 있어 개인 뿐 아니라 기관투자자의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죠.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ETF 순자산 총액은 27조원을 넘어서며 반년새 10% 가까이 늘었구요.

다만 시장이 커지면서 ETF 상품을 개발하는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소위 ‘골목상권 침해’ 현상이 이 바닥에서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같은 불만의 배경에는 ETF 상품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TF는 펀드매니저가 자율적으로 운용을 하는 게 아닙니다. 코스피200 가격이나 달러 가격 등 특정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원칙이 있죠. 동일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으면 운용사별 ETF간 수익률에 큰 차이가 안납니다. 물론 지수 내 종목 편입 비중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요.

그렇다보니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투자 가치가 있는 지수를 찾고 개발해 먼저 출시하면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한마디로 ‘시장선점 우위(first-mover advantage)’을 누릴 수 있는 거죠. 또한 비슷한 상품이라면 더 알려진 회사의 상품을 찾게 되는 ‘브랜드 파워’도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 우리나라 ETF 시장의 절대강자는 'KODEX' 브랜드를 가진 삼성자산운용입니다. 시장점유율이 절반에 육박하고 ETF로 돈을 버는 사실상 유일한 운용사죠. 가장 먼저 ETF시장에 뛰어들기도 했고 삼성이란 이름 값도 누린 게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 운용사들도 ETF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참신하면서도 쓸만한 지수 개발과 상품화에 불철주야 뛰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5년 10월에 금융당국의 ETF 시장 발전 방안의 하나로 ‘ETF 중복상장’이 허용됐어요. 그 전까진 이미 상장된 ETF와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추가상장을 금지했지만 ‘원칙적 중복 허용, 예외적 제한’으로 바뀐거죠.

이 정책을 도입한 취지에 대해 한국거래소 ETF 담당자는 “시장 초기엔 활성화와 저변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동일한 상품을 다수 내는 것을 우려해 중복을 막았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굳이 중목상장을 막을 이유가 없고 자율경쟁시장에서 독점을 허용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중소운용사 입장에선 껄끄러운 상황이 잇달아 발생했습니다. 자신만의 특색 있는 상품이 시장의 관심을 끌면 대형운용사가 똑같은 상품을 중복 상장해 고객을 ‘빼앗아’ 갔다는 겁니다. 물론 ‘빼앗겼다’는 것은 중소운용사의 입장이죠.

실제 지난 2015년 8월 10일과 같은 해 11월 16일 각각 상장된 ‘KOSEF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와 ‘KOSEF 미국달러선물 인버스2X’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첫 상장시킨 상품들입니다. 미국달러선물지수(F-USDKRW)가 기초지수죠. 달러 가격 방향성의 투자 가치를 알아본 투자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어 한 때 2000억원 가량의 자금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1년남짓 지난 2016년 12월 27일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와 ’TIGER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가 상장됐습니다. ETF 시장의 1,2위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만들었죠. 이 상품이 상장되자 자금의 20~30% 정도가 이동했습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KOSEF 레버리지 상품의 운용설정액은 1100억원입니다. KODEX 레버리지는 607억원, TIGER 레버리지는 150억원입니다. 아직 키움운용 상품이 선점 효과를 다 빼앗기진 않았지만 시간문제라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출시 8개월만에 750억원을 끌어 모았으니깐요.

대형사의 상품은 보수도 더 저렴합니다. 키움운용의 총 보수가 0.64%인데 비해 삼성운용은 0.45%, 미래에셋운용은 0.47%입니다. '박리다매' 효과를 기대했을까요.

이렇다 보니 ETF 시장은 이미 대형사의 ‘점령지’가 됐다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 상장된 ETF 293개 상품 중 삼성과 미래에셋의 상품은 총 167개로 57%에 육박합니다. 상위 5개사로 늘리면 상품수는 95%, 순자산으로는 96% 수준에 육박합니다.

물론 이 같은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제한 규정도 있습니다. 거래소 상장 심사 규정에 ‘독창적인 상품을 내 놓으면 상장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다른 회사 동일 상품 상장 신청을 받지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중소형사들은 3개월이 과연 보호 기간의 의미가 있느냐는 불만이 나옵니다. 앞선 사례에서봤듯 출시 1년 후에도 대형사의 마케팅 파워는 크거든요. 중소형사들의 마냥 우는 소리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에 거래소도 보호 기간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검토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거래소 측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업계와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업계도 3개월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보면 6개월 혹은 그 이상 늘리는 것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 경쟁력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상품의 다양성’은 주된 요인 중 하나입니다. 자사만의 투자 철학을 가진 수많은 운용사들이 투자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최고의 상품을 만들고 그 가치를 인정받고 지킬 수 있어야 시장의 건전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넘어 특정 회사가 ETF 시장을 과도하게 장악할 경우 결국 투자자들의 선택지도 갈수록 좁아질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할 타이밍이 아닌가 싶습니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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