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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인간①] “비탈길은 자연스레 계단이 됐다” 사람 중심 공간의 재발견

기사입력 : 2017년08월20일 09:00

최종수정 : 2017년08월20일 13:28

‘인간 존중과 소통 철학’ 담긴 현대 건축물
뻥뚫린 공간 사이 자연 벗삼은 라이브러리
“골목길 돌아다니면서 책 고르는 기분 들고
콘크리트벽 허물어 사람 중심 동선 재창조”

[뉴스핌=김범준 오채윤 기자] 흔히 건축은 예술이라고 한다. 건축물을 아름답게 꾸미고 배치하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인 건축미학(建築美學)도 있다.

하지만 건축물은 단순히 감상적 아름다움이나 예술로 그칠 순 없다. 건물은 궁극적으로 인간과 사회를 위해 창조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타임(Time)지가 '서울의 로렌초'라고 소개한 우리나라 대표 건축가 고(故) 김수근 씨는 "건축미학이란 일상적인 기능의 근원적인 모티브를 추구해 인간과 그것 사이에 예정되는 조화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과 건축의 조화를 위해 건축가는 다양한 융합적 시도는 물론 철학을 담아 소통을 시도하곤 한다.

영국의 건축·미술 평론가였던 고(故) 존 러스킨(John Ruskin)은 "위대한 건축작품은 도덕적 자질을 갖춘 건축가의 표현이며 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건축가의 철학을 강조했다.

인간을 존중하고 인간과 소통하고자 한 건축가의 철학이 잘 담긴 몇 가지 최신 건축물을 소개한다.

①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가아건축(건축가 최문규) 설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모습.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는 현재 서울 시내 4곳에 디자인라이브러리(가회동), 뮤직라이브러리(이태원), 쿠킹라이브러리(신사동), 트래블라이브러리(청담동)를 운영 중이다.

그 중 지난 2015년 한남동에 개관한 뮤직라이브러리(연면적 2962.95㎡)는 경사진 대지를 활용, 인공적인 계단보다 경사로 연결을 통해 공간의 연속성과 기능성을 살리고자 한 건축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 곳의 곡면 바닥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위치와 경사에 따라 자연스레 다양한 풍경과 공간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야외 공연이나 잠시 쉴 때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공간으로도 변한다.

건물의 4분의 3가량이 뻥 뚤린 건물의 외관도 특징이다. 건축가는 '도시의 틈'이라고 명칭했다. 이 곳을 통해 한남동의 풍경은 물론 가까운 남산부터 멀리는 한강과 관악산까지 한눈에 펼쳐진다. 이 틈은 야외공연장으로도 활용된다.

공간을 이렇게 비워두지 않았다면, 건물 반대편의 멋진 풍경과 건물 속 야외공연이라는 새로운 풍경은 건물 밖 행인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 함께하는 공존의 철학이 잘 드러난 대목이다.

② 구산동 도서관마을

서울 은평구 구산동, 디자인그룹오즈건축(건축가 최재원) 설계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구산동 도서관마을' 모습. [은평구 제공]

구산동 도서관마을(연면적 2550.25㎡)은 기존의 도시조직을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 방식으로 지난 2015년 만들어졌다.

은평구는 필지 10개를 매입해 그 중 3동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연결한 브리콜라주 방식을 통해 도서관으로 재탄생시켰다. 골목길을 다니면서 책을 고르고, 방안에 들어가 독서하는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구산동 도서관마을' 자료열람실 내 책장 맞은편에 기존 다세대 주택 벽면이 그대로 보인다. [은평구 제공]

기존 마을의 공간구조 및 풍경과 어울리면서 주민들의 생활을 유지하고자 하는 소통과 공존의 철학이 담긴 것.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지난해 '제10회 대한민국 공공건축상'과 '2016 서울시 건축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③ 홍현(紅峴): 북촌마을 안내소 및 편의시설

서울 종로구 화동, 인터커드건축(건축가 윤승현) 설계

서울 종로구 화동길 긴 옹벽을 허물고 탄생한 '홍현' 전경. 김범준 기자

지난해 3월 '홍현: 북촌마을 안내소 및 편의시설'(이하 홍현)이 준공되기 전까지, 정독도서관 부지는 인접한 화동길보다 높아 경계부에는 높이 4m 길이 35m의 흉물스러운 콘크리트 옹벽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정독도서관과 북촌마을 간의 접근성 개선을 원했던 서울시교육청과, 주민지원시설 및 관광기본인프라 확충을 원했던 종로구청 간의 협력으로 옹벽이 허물어지고 지금의 홍현(연면적 150.08㎡)이 탄생했다.

'홍현' 탄생 전(왼쪽) 옹벽 모습과 준공 이후(오른쪽) 홍현의 야경. [다음로드뷰·대한건축사협회 제공]

북촌마을과 서울교육박물관·정독도서관을 바로 잇는 '사람 중심'의 새로운 동선을 만든 것. 접근성 뿐만 아니라 주민 및 관광객들의 쉼터가 되면서 공공성 또한 크게 개선됐다는 평을 받는다.

참고로 홍현(紅峴)은 이곳 정독도서관 남쪽 고개의 옛 지명이다. 건축가는 그 뜻을 살려 외벽을 적벽돌로 꾸몄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토경관디자인대전' 대통령상, '서울시 갈등사례 우수사례 발표' 최우수상 등을 받았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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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m '고도제한' 양천구 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고도제한 기준 개정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갑작스러운 고도제한으로 재건축에 큰 제약을 받게 된 서울 양천구 목동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그동안 대부분의 면적이 제한을 받던 강서구 주민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 서울시와 정부 모두 곤란한 상황에 처한 모습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공항 고도제한 국제기준 개정안 내용.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이제 재건축 막 올랐는데"… 90m 고도제한에 목동 주민들 뿔났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4일 ICAO 국제기준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이에 따른 수혜 및 피해지역 간 온도차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ICAO는 국제 민간항공 항공기술·운송·시설 등을 관할하는 유엔 산하 전문기구다. 올 4월 ICAO는 2030년 11월 시행을 목표로 고도제한 국제기준 개정안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장애물 표면을 향후에는 침투금지표면과 평가표면으로 이원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항 주변 지역은 '공항시설법'에 따른 장애물 제한 표면지역으로 설정돼 건축물을 높게 지을 수 없었다. '제한표면'(OLS) 규정에 따라 안전 운항을 위해 항공기 성능이나 비행 절차를 고려하지 않고 건축물 높이를 획일적으로 규제해서다. 활주로 반경 4㎞ 이내 건물은 45m를 초과하지 못해 13층 이상의 아파트를 짓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노후 주거지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앞으로는 이를 '금지표면'(OFS)과 '평가표면'(OES)으로 이원화한다. 금지표면은 항공 안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절대적 금지구역이다. 평가표면은 건물 높이를 규제한 금지 표면을 축소하고, 항공학적 검토를 거쳐 건축물 높이를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곳이다. 공항별 여건에 따라 평가표면을 축소하거나 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정안상 평가표면은 현행 기준보다 확대된다. 국내에 적용되면 김포공항 반경 약 11∼13㎞ 내가 평가표면으로 분류돼 45·60·90m 등으로 고도를 제한할 수 있다. 이 경우 원래는 고도제한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던 양천구는 영등포, 마포, 부천 등이 평가표면에 포함된다. 고도제한 요건 수정으로 가장 마음이 급해진 건 목동신시가지 소유주들이다. 현재 1~14단지 모두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6단지는 최고 49층, 7단지는 최고 60층을 목표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최고 층수가 49층이면 높이로는 약 180m이므로 90m 고도제한이 설정되면 설정 범위내 모든 건축물은 30층 이하로만 지어야 한다.   목동 14개 단지 재건축 조합 등으로 구성된 '목동 재건축 연합회'(목재련)은 이달 28일 ICAO 개정안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상용 목재련 회장은 "항공기술 발전에 따라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개정안은 주민들의 오랜 염원을 짓밟는 퇴행적 조치"라며 "이는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 기회와 재산권을 사실상 봉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목동 재건축 사업의 동력이 상실되고 수도권 전체 도시 재생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국토부에 김포공항 이전 재검토나 ICAO 개정안에 대한 공식 반대 입장 표명을 요청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안 국내 도입 시 항공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고, 국내공항 여건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재산권 행사 좀 하자"는 강서구… 중간에 낀 서울시 '난감' 양천구와 반대로 강서구는 ICAO 개정안에 대한 환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서구는 현재 전체 면적의 97.3%가 고도제한 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 절대적 금지표면 대비 조건부 평가에 따라 건물을 높이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금보다는 높은 층수로 정비사업이 가능하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지난달 고도제한 완화 관련 세미나를 열고 "1958년 김포국제공항 개항 이후 강서구는 도시 발전과 재산권 행사에 심각한 제약을 받아왔다"며 이번 국제기준 개정이 강서구 56만 주민의 염원을 담아 합리적이고 조속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 내 자치구가 상반된 처지에 놓이면서 서울시도 향후 정책 방향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0일 목동6단지를 방문해 재건축 속도를 높인다면 ICAO 개정안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동 재건축 단지가 개정안 시행이 예정된 2030년 안에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까지 모두 마친다면 제도 변경 사정권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오 시장은 "아직 고도제한 개정 관련 세부 내용이 완전히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8월부터 ICAO와 국토부 사이 소통을 통해 최종 규정안 협상까지 1년 정도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가 재건축이 진행되는 지역의 재산적 피해가 발생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울시 또한 재건축 추진 단지가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강력히 건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고도제한 관련 규정 개정과 재건축 사업 사이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비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주택 공급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지역 전체의 자산 가치와 지방세수 증가, 인구유입 등에 효과가 있으나 그 과정에서 비행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김영록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제한된 면적 하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저하는 해당 지역 개발의 결정적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장애물제한표면 하에서의 법규상 각종 제한까지 더해지면 지역 노후화의 대표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고도완화가 없이 특정 지역 전체의 경제적 이익이 상실된다면 항공항적 검토를 바탕으로 한 고도제한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환 한국항공우주법연구소 대표는 "일본과 대만은 도심에 있는 비행장 주변의 공역을 재설계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비행안전을 추구하고 있다"며 "항공기와 관제 기술의 급속한 발달을 따라잡지 못하는 구식 정책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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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공모' 이상민 前 장관 구속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12·3 비상계엄' 당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죄를 범했다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1일 영장을 발부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뉴스핌DB] 특검은 지난달 28일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증 등 혐의로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사실상 방조하고,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해 국민의 생명·안전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특검은 이 전 장관이 행안부 장관으로서 외청 기관장인 소방청장 등에게 의무 없는 단전·단수를 지시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도 봤다. 특히 이와 관련해 특검은 그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변론기일에 나와 단전·단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발언한 것을 위증이라고 판단해 이 혐의도 적용했다. 그동안 이 전 장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단전·단수 등 지시를 받은 적이 없으며, 행안부에는 소방청에 대한 지휘 권한이 없다는 것이 이 전 장관의 주장이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의 주장을 반박하고 구속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160장의 파워포인트(PPT)를 준비하고, 앞서선 300여쪽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특검이 이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전 장관 구속은 이른바 '안가(안전 가옥) 회동 의혹' 관련자 중 첫 신병 확보인 만큼, 일각에선 특검이 근시일 내 나머지 안가 회동 멤버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가 회동 멤버는 이 전 장관과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이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법률가 출신 최측근으로, 계엄 해제 이후 안가에 모여 계엄 직후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hyun9@newspim.com 2025-08-0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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