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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커스토리] "이기고 있는 게임도 느슨하게 뛰면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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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경 우리은행 봉천중앙지점 지점장
국내 최초 운동선수 출신 여성 은행지점장
"고객 앞에 떳떳하기 위해 스스로 떳떳해야 한다"

[뉴스핌=허정인 기자]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는지를 물었을 때, 안경 너머 눈동자가 순식간에 붉어졌다. 문수경 우리은행 봉천중앙지점 지점장은 한분 한분 모든 고객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때 깨달았다. 지점장이 된 비결을 묻기 전에 이 질문을 먼저 할 것을.

문수경 우리은행 봉천중앙지점장 <사진=뉴스핌>

◆ 성공한 은행원 되기까지 "고객을 가족 삼아 버텼다"

그는 농구선수였다. 1982년 선수로 상업은행에 입행해 6년 남짓 활동하다가 1989년 행원으로 전업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약 30년 시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은행의 꽃’ 지점장이 됐다. 국내 최초로 운동선수 출신 여성 지점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선수 출신’이란 꼬리표가 참 싫었다고 했다. 여자 은행원이 커피 타던 시절, 특히 운동을 하다 창구에 앉은 그를 은근히 ‘봐주는’ 분위기가 견디기 힘들었던 것. 때문에 남들보다 치열하게 노력했다.

다른 은행과 거래하던 프로야구 이종범 선수를 우리은행 고객으로 유치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문 지점장은 이 선수의 아버지인 이계화 씨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이 선수의 아버지가 은행을 찾을 때마다 급여 이체뿐 아니라 적금 만기일 등을 기록하고 만기가 돌아온 통장이 있으면 그와 함께 타 은행을 찾는 열정을 보였다. 정성에 감동한 이 선수의 아버지는 문 지점장을 믿고 모든 여수신을 우리은행(당시 한빛은행)으로 옮겼다. 이 같은 성과가 쌓이고 쌓여 전업 3년 만에 '자랑스러운 한빛인 상'을 받았다.

특유의 친절함 덕에 주로 어르신 손님이 많았다. 나이 지긋한 분들은 ‘문 계장’만 찾았다. 인사 발령을 받고 지점을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낯익은 얼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지팡이에 몸을 지탱한 할아버지는 “은행 갔더니 문 계장이 지점 옮겼다고 해서 여기로 왔어”라고 했다.

문 지점장은 “생각나는 고객으로 누구를 감히 꼽겠나. 고객이 있었기 때문에 성과를 낼 수 있었고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그저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제는 리더로...후배들과 코트 위를 달린다

그는 지난해 12월 지점장으로 승진하고 나서 꼬박 두 달을 앓았다. 치과에 갔더니 잇몸에 고름이 찼다고 치아를 뽑자고 했다. 부임하고 보니 그의 눈에 할 일이 너무 많이 보였던 것. 지점장보다 선배의 길을 택했다. 해야 할 일을 새로 세팅하고 직접 현장을 돌며 일하는 모습을 보였다.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지점장 아래서 직원들은 초고속으로 업무 숙련도를 높일 수 있었다.

소형 아파트와 상가를 끼고 있는 봉천중앙지점의 입지 조건을 고려해 지점 전략도 다시 세웠다. 고객 만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한 번 찾은 고객이 두 번, 세 번 찾도록 했다. 전 직원 디테일 영업의 생활화를 통해 고객 맞춤형 상품을 어떤 상황에서도 추천할 수 있도록 훈련했다.

문 지점장의 노력은 매번 결과로 나타난다. 올해 상반기 그룹 12개 지점 가운데 4등을 했다. 그는 “우리 지점 구성원 모두가 고생해서 만든 결과다. 선배이기 때문에 후배를 이끌어 준 것이고, 그렇게 해야 조직과 지점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문수경 우리은행 봉천중앙지점장 <사진=뉴스핌>

◆ "후회 없이 떳떳하게 아웃코트 하는 게 목표"

그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떳떳’이다. 고객 앞에 떳떳하기 위해 스스로 떳떳해야 하고, 나 자신에게 떳떳하기 위해 하루도 쉼 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단 한순간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토록 떼고 싶어 했던 운동선수 특유의 기운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앞으로의 목표 역시 간단명료하다. 지점장을 ‘잘’ 마무리하는 것. “현재로서는 떳떳하고 후회 없이 아웃코트 하는 게 목표다. 그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설령 이기고 있는 게임이라도 느슨하게 뛰다 보면 역전되는 게 인생이다. 정신력으로 끝까지 똘똘 뭉쳐야 한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이색 스토리가 알려졌다. 서울신탁은행 소속 농구선수로 활약하다 행원으로 전업, 금융노동조합연맹 간부를 거쳐 장관까지 이르렀다. 때문에 문수경 지점장은 근래 인터뷰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

문 지점장은 또 한 번 손사래를 친다. “선배들이 길을 닦아 놓아 나도 덩달아 주목을 받는 것 같다. 은행에서는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지점장이 되면서 후배들에게 용기를 준 것 같아 그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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