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영화 '다크나이트'와 '인셉션'의 팬이라면 아니,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연극 '크리스토퍼 논란클럽'이 공연 중이다.
연극 '크리스토퍼 논란클럽(연출 임도완)'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들을 모티브로 이 시대 사회가 안고 있는 논란거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작품이다. 기존 영화 두 편을 다 보려면 다섯 시간 정도 걸리지만, 무대 위에서 단 90분으로 압축된다.
공연은 두 영화의 주요 장면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여기에 해설자를 더해 작품의 배경지식을 설명하거나 줄거리를 요약하고, 나름의 분석과 해설을 곁들이며 관객들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때문에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혹은 영화를 본 지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공연을 즐기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작품을 통해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배트맨을 영웅시 하는 고담 시민들의 소극적 성향, 조커가 악행을 저지르는 이유, 처음에는 선(善)이었던 하비 덴트가 악(惡)으로 변하게 되는 과정에서 취하는 시민들의 태도 등을 통해 현대사회 우리가 취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영웅이라는 허상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지, 남에게 의지만 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또 타인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조정할 수 있는 '인셉션' 재현을 통해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 나의 생각인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나의 진짜 의견은 무엇인지 고민케 한다. 각종 미디어, 공권력 등을 통해 알게 모르게 세뇌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진짜 나의 꿈은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영웅' '진실' '정의' '꿈' 등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단어들이지만, 하고 싶은 말을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내뱉는 '랩'이라는 장르를 통해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각 장면이 끝나고 난 후 배우들이 무대 모서리 4곳에서 스탠딩 마이크를 사용해 랩과 노래를 선사한다. 처음부터 함께 했던 DJ의 믹싱은 물론, 다른 배우들이 독특한 동작으로 흥을 더한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가져왔지만, 무대는 매우 심플하다. 아무 것도 없다고 하는 게 맞겠다. 대신 맨발의 배우들이 신체의 언어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여기에 의자 6개가 소품의 전부다. 무대 위 배우들은 신체를 통해, 직접 입으로 내는 음향 효과를 통해 매우 역동적으로 그럴싸한 장면을 펼쳐낸다. 영화 속 화려한 액션이나 도시폭파 장면, 트레일러 전복 장면, 무중력 등이 상상을 뛰어넘는 재해석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연극적 재미는 물론, 새로운 시도와 기발함으로 눈을 뗄 수 없는 무대가 이어지는 '크리스토퍼 논란클럽'은 오는 19일까지 CKL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사다리움직임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