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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 거품없이 춤으로만 전달된 명작…스페인국립무용단 '카르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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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스페인국립무용단 '카르멘' 커튼콜에서 출연진들이 관객들에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뉴스핌=최원진 기자] 대사 하나 없이도 완벽히 표현해냈다. 세계적인 걸작 오페라 '카르멘'이 스페인국립무용단의 모던발레로 재탄생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처음 공연된 스페인국립무용단 '카르멘'. 이 작품은 19세기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소설을 원작으로, 조루주 비제 오페라 '카르멘'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명작이다. 익숙히 알고 있듯 카르멘은 한 남자에 안주하지 못하고 여러 남자를 유혹하고 다니는 팜므파탈 캐릭터다. 그의 유혹에 넘어간 돈 호세는 카르멘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어 대신 감옥까지 가지만 버림을 받는다.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인 그는 결국 사랑하는 여인을 죽이는 비극을 맞이한다.

안무가 요한 잉예르는 오페라 원곡에 모던발레 옷을 입혔다. 카르멘 역 카요코 에버하트는 강렬한 레드 원피스를 입고 무대를 활보하며 무채색 무대를 빨간색으로 덮었다. 돈 호세 역 단 베르보르트에 장미꽃을 꽂아줄 때는 우아하게, 그를 앉히고 올라앉아 유혹할 때는 요염하게, 동료와 다툼이 난 장면에서는 당찬 모습으로 카르멘의 다채로운 감정을 춤 하나로 완벽히 표현해냈다. 시시각각 변하는 카르멘의 변덕스러운 감정에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채고 반응하는 돈 호세. 단 베르보르트는 카르멘이 준 유혹의 장미를 받고 갈등하는 모습부터 온종일 카르멘만 생각하는 뜨거운 사랑, 남성편력이 있는 카르멘을 보고 사랑이 집착으로 바뀌는 감정변화까지 모두 춤으로 전달했다. 힘 있는 그의 손, 발 움직임에서 돈 호세의 욕망과 사랑, 고통이 느껴졌다.

스페인국립무용단 '카르멘'에서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 '소년'이 등장한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이 작품이 기존 '카르멘'과 차별되는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 카르멘이 아닌 돈 호세 심리적 묘사에 중점을 둔 점과 '소년'이라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다. 안무가 요한 잉예르는 여주인공에 집중하는 대신 상사병을 앓는 돈 호세의 고민, 혼란, 괴로움을 관객에 전달했다. 작곡가 조르주 비제 오페라 '카르멘' 음악을 쓰지만, 극은 원작에 무게를 더 실은 셈이다. 여기에 원작에 없는 소년이란 캐릭터를 추가해 돈 호세 감정 표현을 이미지화했다. 카르멘의 남자가 되고 싶은 순수한 사랑을 할 때 소년은 하얀 옷을 입고 그의 주변을 따라다닌다. 이후 카르멘에 대해 사랑이 격정과 원시적인 본능으로 변할 때 소년은 검은 옷을 입고 나타나 돈 호세를 감싼다. 소년은 아이의 시점으로 두 주인공의 비극을 바라보며 극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대사 없이 스토리 전달이 완벽했던 건 군더더기 없는 실용적인 무대 연출 몫이 컸다. 무대 장치는 바퀴가 달린 정삼각형 프리즘 9개가 전부였는데, 이는 회전하고 옮겨지면서 변화무쌍하게 변한다. 일렬로 세우다가 원형으로, 뒤집으면 거울이 되고 또다시 뒤집으면 눈부신 조명이 된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프리즘과 무용수들의 앙상블이 더해지니 역동적인 무대가 완성됐다. 거품을 뺀 무대 연출이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스토리에 집중도를 높였다.

요한 잉예르를 2016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안무가상을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스페인국립무용단 '카르멘'. 자유분방한 여주인공의 화려한 유혹보다 그를 사랑한 한 남자의 사랑과 파멸을 매력적으로 담아냈다. 9일 공연된 이 작품은 12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선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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