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규 아파트 물량 대거 공급...서울 전셋값 하락
전문가 "수도권 신도시 계획 완료되면 공급 턱없이 부족해질수도"
[뉴스핌=김신정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99㎡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마포구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A씨는 최근 반포동 아파트로 이사를 결심했다. 전세 세입자가 나간 반포 아파트에 3개월 째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자 자신이 직접 들어가 살기로 한 것이다. A씨는 상암동에 있는 직장을 다닌다. 출퇴근 거리도 먼데다 비싼 강남 지역 물가를 피하기 위해 자가가 아닌 마포에 7년째 살고 있다. 하지만 3개월 동안 비어있는 집을 마냥 방치할 수 없어 이같이 결정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도 전세매물이 증가하며 역전세난이 가열되고 있다. 재계약 때마다 20~30%씩 전셋값을 올려도 공실을 찾아볼 수 없었던 지난 몇년간과는 다른 모습이다. 마땅한 세입자를 찾지 못해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사는 '세입자 기근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셋집이 남아도는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올 상반기 수도권 일대 신규 아파트 물량이 대거 쏟아질 예정이라서다.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 전셋값은 전월대비 0.08% 하락했다. 전세수요 감소와 재건축 이주 시기로 수요가 분산된 탓이다.
이렇다 보니 전세를 내놓기만 하면 바로 나가던 '강남 전세 무적신화'도 이젠 옛말이 됐다.
강남일대 A공인중개사 대표는 "전세 수요자가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하남을 비롯한 강남과 가까운 수도권 도시에서 신규 아파트들이 대거 공급되다 보니 전세 수요자가 그곳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지역에 전세매물이 증가하는 가운데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인근의 공인중개소에 급전세 매물을 알리는 알림판이 붙어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공급 과잉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4~6월 전국 입주예정 아파트는 10만512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 증가할 예정이다.
지방보다 수도권 공급 주택이 크게 늘었다. 수도권은 지난해보다 45.1% 증가한 5만4323가구, 지방은 9.1% 줄어든 5만798가구로 집계됐다.
전세시장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강남지역에서 역전세난이 발생하는 이유는 강남권을 겨냥한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가 잔뜩 들어섰기 때문이다. 하남 미사지구를 비롯해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으로 전세 수요가 빠져나가고 있다. 둔촌주공 아파트와 같은 재건축 단지 이주가 시작되면서 전세 수요가 발생했지만 공급이 워낙 많은 탓에 전셋값이 떨어지는 역전세난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송파구 일대 전셋값 하락세가 더 거세다. 송파구 전셋값은 지난 2월부터 6주 연속 떨어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전세가격이 9억원에서 8억원으로 지난 한달동안 1억원 가량 하락했다.
이렇다보니 강남 일대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제때 찾지 못해 본인이 거주하던 전세집에서 나와 강남 집에 다시 들어가는 일도 늘고 있다. 전세가격이 다시 반등하면 그때 세입자를 찾아보겠다는 생각에서다.
전셋값 하락현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인지 장기화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나뉜다.
우선 봄 이사철 후 전세 수요가 감소해 전셋값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향후 2~3년간 공급량이 많기 때문에 전셋값 하락이 이어질 것이란 이야기다.
다만 향후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이 없는 만큼 전셋값 하락과 역전세난은 일시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천 신도시 검단지구를 끝으로 정부가 과거에 내놓은 수도권 신도시 계획이 대부분 완료되면서 향후 아파트 공급 부족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실제 2000년대 들어 역전세난은 지난 2004년과 2009년 두 차례 발생했다. 두번 모두 1년을 넘기지 않았다. 대신 2012년 이후 나타난 전셋값 상승 현상은 5년 동안 이어졌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정부에서 수도권 신도시 계획을 많이 세우지 않았다"면서 "인천 검단 신도시를 끝으로 신도시 계획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잡힌게 없어 향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또 한번 요동 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