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반대 이어지자 나흘만에 방침 완화
실수요 1주택자는 추첨제 없이 사실상 청약 당첨 불가
"다른 지역, 새 아파트에서 살려는 것은 실수요가 아니냐"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부동산대책을 수정해 1주택자도 규제지역에서 새로 분양되는 물량 중 일부를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
'9·13 부동산대책'에서는 청약가점으로 배정되는 물량 외 추첨 물량까지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겠다고 했지만 비판이 쏟아지자 나흘만에 방침을 완화한 것이다.
17일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번주 중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내년 1월에 입주자 모집공고하는 아파트 단지부터 바뀐 청약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올해 분양한 수도권 내 한 견본주택 내부 [사진=나은경 기자] |
현재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포함)는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새 아파트 물량의 50%, 청약조정지역은 전용 85㎡ 이하 25%, 전용 85㎡ 초과 물량의 70%가 청약 가점과 무관한 추첨제로 분양됐다.
지역을 옮기거나 주택형을 넓히려는 실수요 1주택자들은 이제까지 무주택자와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는 추첨제가 유일한 청약 당첨 방법이었다. 가점제는 무주택기간, 부양가족수,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기준으로 청약점수를 매기는데 이중 무주택기간이 최고 32점(15년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 최근 수도권 내 인기지역과 서울 지역 청약 점수 커트라인이 60점을 육박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사실상 유주택자는 가점제로 청약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9·13 부동산대책'으로 추첨 물량까지 무주택자를 우선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1주택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나타났다.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다음 날 수도권의 한 견본주택에서 만난 40대 A씨(경기 안양시 거주)는 "좀 더 시설 좋은 새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싶은 수요도 투기수요 인가?"라며 "현금없는 사람들은 갈아타기가 불가능해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반발이 잇따르자 정부가 추첨제로 당첨자 선정시 무주택 신청자에게 우선 배분하겠다던 당초 방침에서 선회한 것. 하지만 17일 국토부는 참고자료를 내고 주택분양 추첨제를 운영할 때 무주택자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지 실수요 1주택자를 아예 배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며 지난 13일 발표한 원칙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현재 논의되는 내용은 추첨제 물량 중 50~70%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한 뒤 나머지 물량을 낙첨된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함께 경쟁하는 방안이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될 추첨 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50대 50으로 나누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은 빠르면 이번주 중에 결정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추석 연휴 후로 넘어가면 개정안 적용이 너무 늦춰지기 때문에 국토부는 최대한 이번주 안에 추첨 물량 비중을 확정해 개정안에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