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실, 카쇼기 사건 아는 바 없다고 전해"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터키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 들어간 직후 실종된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행방을 두고 의혹이 분분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영사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방금 사우디 왕세자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터키 주재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왕세자가 이번 사안에 대한 조사를 이미 착수했다고 밝혔으며, 사건과 관련해 완전하고, 완벽한 조사를 위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답은 곧 나올 것이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울러 트럼프는 이날 진행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당국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또다시 논란을 예고했다. 대통령은 언론인 실종 배후에 사우디 왕가가 있다는 의혹을 얼마 전 성폭행 미수 의혹으로 미국을 뒤집은 브렛 캐배너 신임 연방대법관과 둘러싼 논란과 비유하며 "우리는 먼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한다. 한 사람이 무죄로 판명될 때까지 유죄로 취급하는 일이 또 시작됐다. 나는 그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우리는 캐배너 대법관과 관련해서도 이런 일을 겪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캐배너 대법관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답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의 글을 기고해온 칼럼니스트 카쇼기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찾았다가 행방이 묘연해졌다. 터키 수사당국과 WP, CNN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카쇼기가 사우디 왕실의 지시를 받은 암살단에 살해된 뒤, 시신이 유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하고 있다. 반면, 사우디 당국은 암살 배후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 수습을 위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사우디에 급파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6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빈 살만 왕세자와 회동해, 사태를 논의했다. 회담이 끝난 직후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을 통해 국왕과 왕세자가 이스탄불 주재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발생한 일에 관해 알지 못하며, 배후설을 강하게 주장한 사실을 밝혔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사우디 측에서 모든 사실을 밝혀낼 것이며, 고위 지도층과 관리들이 책임을 지겠다는 진지한 약속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회담을 마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터키 관계자들과 사태 논의를 위해 17일 터키로 향한다.
로이터는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이 빠진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이자, 서방 국가로부터 막대한 무기를 사들이는 사우디에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서 사우디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번 사태로 트럼프의 중동 전략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터키 수사팀은 간밤에 카쇼기의 실종 이후 처음으로 사우디 영사관에 진입해 9시간에 걸친 수색을 마무리 지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