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의원, 거듭 반박…의혹 보도 후 페북과 보도자료 통해 항변
"목포 역사적 가치 지키려 지인들 설득", “SNS서 이미 수차례 홍보”
손 의원 주장에..정치권 "투기다", "투기 아니라도 공사 구분 못 해"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목포 지역 문화재 부동산에 대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국민 사과 대신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는 한편 보도매체인 SBS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손 의원 본인은 "사재를 털어" 문화재 보호와 지역 발전에 기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치권과 전문가들도 손 의원의 행위를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이 되면 오히려 재산권이 침해당할 소지가 커 투기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이 지역 문화재 지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을 넘은 행동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고 야 3당은 손 의원을 규탄하며 문체위 사퇴를 요구했다. 쟁점별로 손 의원 측 주장의 타당성을 살펴봤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yooksa@newspim.com |
◆ SBS “손혜원 측근들, 문화재 지정 전 부동산 구입..4배 올라”
SBS는 지난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회 민주당 간사인 손 의원이 자신과 관련된 재단과 친척 및 지인(이하 손 의원 측근) 명의로 2017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에 있는 건물 9채를 집중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이 지역 건물들이 문화재로 등록됐는데 이에 앞서 손 의원의 친척과 보좌관이 이를 구입했고 이후 가격이 폭등했다고 SBS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에 있는 손 의원 관련 부동산은 조카가 소유한 건물 3채, 손 의원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재단 명의 건물 3채, 손 의원 보좌관의 배우자 명의 건물 1채, 보좌관 딸과 손 의원의 다른 조카 공동명의 건물 2채다.
SBS는 손 의원과 관련된 인물 혹은 기관이 문화재 등록 전 8채를 구입했고 등록 직후에도 1채를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매입 가격은 3.3㎡당 100만∼400만원이었지만 이 지역이 문화재로 등록된 이후 건물값이 4배 정도 뛰었다고 덧붙였다.
<사진=SBS 보도화면 캡쳐. |
◆ 쟁점 1 : 손 의원 측근이 구매한 부동산이 문화재로 지정됐나
이번 사건에서 문화재 지정은 두 종류로 구분된다. 문화재청이 목포역 인근 만호동 일대를 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1.5㎞ 구역 전체를 지난해 8월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지정한 것이 첫 번째다. 손 의원 측근이 구매한 부동산 9곳은 모두 이 곳에 포함된다.
두번째 지정은 문화재청이 추가로 이 지역 건물 15채를 개별적으로 문화재로 등록한 것인데 손 의원에 따르면 9개의 부동산은 모두 등록문화재가 되지 못 했다.
손 의원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문화재청에서 지정하는 줄도 몰랐는데 나중에 지정됐다고 발표된 건물들을 보고 나름 잘 선정했다고 봤다"며 "제 조카들이 산 집은 그런 역사적, 건축적 가치는 없는 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 의의 측근이 구매한 주택들이 근대역사문화공간 내에 위치하기는 하지만 개별 문화재로 등록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 상의 개별문화재 수리비 등 직접적 혜택을 보기는 현재로서 어렵다.
손 의원은 "이 건물은 문화재청의 수리비 예산 등이 지급될 수 없는 건물이며, 2018년 8월 지구 지정 이전에 수천만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끝냈습니다"라며 "개발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면 문화재 지정이 되기 전까지는 리모델링하지 않고 방치해놓아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 쟁점 2 : 문화재로 지정되며 재산상 이익이 발생했나
손 의원 측근이 구매한 부동산 가격이 과연 올랐는지, 혹은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은가가 문제다.
이 부분이 이번 논란의 핵심인데, 부동산 가격과 관계된 것인만큼 속단하기 어렵다. SBS는 매입 가격은 3.3㎡당 100만∼400만원이었지만 이 지역이 문화재로 등록된 이후 건물값이 4배 정도 뛰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손 의원은 "2년 전 구입한 조카집 가격이 8700만원이었는데 (수리가 잘 된) 한지붕안에 있는 똑같은 집이 최근 1억2000만원에 팔렸다고 합니다."라며 "너무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목포 근대역사문화유산 거리 모습<자료=손혜원 의원 제공> |
현지 매체들의 보도를 봐도 이 지역 부동산의 거래가 거의 없고 가격 급등도 없었다는 증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시 문화재위원과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을 역임한 바 있는 전우용 한양대 연구교수도 문화재 지정을 노리고 부동산 투기를 하는 일은 드물다고 말한다.
전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일단 자기 소유 건물이 등록문화재가 되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건물주들은 등록을 회피하는 게 일반적입니다"라며 "문화재 지정 공고가 나기 전에 구역 내 소유 건물을 팔아치우거나 헐어버리는 건, 투기꾼은 물론 보통 건물주의 ‘상식’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 향후 5년간 500억원이라는 큰 예산이 투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장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전주 한옥마을도 2016년까지 관광객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폭등한 바 있다.
◆ 쟁점 3 : 문화재 지정 과정에 손 의원이 압력을 행사했나
손 의원은 2016년부터 목포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홍보하고 나섰다고 스스로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손 의원이 문화재 지정에 압력을 행사했거나 적어도 사전에 정보를 취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이에 대해 손 의원은 "2018년 8월 목포∙영주∙군산 세 도시가 근대문화역사공간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는데 문화재 지정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서 엄격하게 이루어진 것이며, 문화재청에서 밝힌 것처럼 국회의원 한 명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라고 해명했다.
2017년 3월 목포 방문 후 근대문화를 지켜야 한다며 손혜원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사진=손혜원 의원 제공> |
문화재청 역시 개인의 영향력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의원이 국회 문체위 여당 간사로서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사전에 정보를 취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심은 여전하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화재청은 손 의원이 이 거리가 '근대문화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즉 이 목포 거리가 문화재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손의원이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손의원이 문화재 거리 지정 의아했다고 말한 것은 문화재청 발표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 정치권 "투기다", "투기 아닐지라도 공사 구분 못 해"
손혜원 사태와 관련해 민주당은 말을 아끼는 상황.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사무처에서 진상조사를 하기로 했다"며 "사실관계 확인을 해서 본인 소명도 듣고 조사해서 당 지도부와 함께 논의해서 (처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야 4당은 맹공을 퍼부었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손 의원의 해명은 ‘남이 하면 투기, 내가 하면 문화재 살리기’로 요약된다.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권 개입이 가능한 위치에 있는 공직자는 오히려 누가 사라고 권유해도 뿌리쳐야 했었다"고 충고했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 역시 "자연을 사랑해서 땅 투기를 했다는 전설적 어록에 이어 문화재를 사랑해서란 변명도 가히 손혜원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2018.10.15 kilroy023@newspim.com |
반면, 손 의원이 이미 조카를 통해 이 지역 부동산을 매입토록 했다는 것을 주변과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왔다는 점을 들어 투기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목포를 지역구로 둔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투기여부는 현지에서는 여론이 견해에 따라 상반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나는 손 의원의 부동산 매입을 투기로 보지 않음을 지금 현재까지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평화당 의원은 "손 의원의 해명도 충분히 존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렇지만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들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