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일문일답] 서지현 검사 “정의는 승리하고 진실은 밝혀진다.검찰개혁 이뤄져야”

기사입력 : 2019년01월24일 13:43

최종수정 : 2019년01월24일 14:26

‘가해자’ 안태근, 지난 23일 1심서 징역 2년-법정구속
서지현 “끝까지 싸울 것…공수처 도입해 검찰개혁해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2018년 1월 29일. 서지현(46·사법연수원33기) 검사는 검찰 내부 전산망인 ‘이프로스’와 JTBC 뉴스룸을 통해 8년 전 장례식장에서 검찰 간부로부터 당했던 강제추행 피해사실과 그로 인한 인사보복 의혹을 폭로했다.

파문이 커지자 검찰은 ‘검찰 성추행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조사단(단장 조희진 동부지검장)’을 만들어 조직 내 성범죄 사건을 자체적으로 조사했다. 조사단은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54·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포함한 7명을 기소했다.

그로부터 1년. 안 전 국장은 지난 23일 1심에서 징역2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서 검사는 24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대한 심경과 그동안의 소회,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서지현 검사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법정 구속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1.24 pangbin@newspim.com

-판결에 대한 소회를 말씀해달라.

▲서지현 검사 = 제가 원했던 유일한 것은 진실과 정의였다. 그 당연한 것을 원하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웠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형사소송법상 직권남용죄는 국가적 법익(국가가 피해자인 범죄)에 속하기 때문에 개인이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제가 실질적인 피해자라는 것을 인정해주셔서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해서 볼 수 있었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너무나 강했던 건지, 아니면 자기 자신에 대한 출세욕구가 너무 강했던 것인지 많은 검사들과 수사관들이 명백한 허위진술을 한 걸 보고 굉장히 처참한 기분이 들었다. 검사로서 많은 사건을 수사하고 그 과정에서 허위진술하는 사람을 많이 봐왔지만, 검사와 수사관이라는 사람들이 그렇게 새빨간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오히려 그렇게 편향되고 일관되지 못한,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이 재판부에게 유죄심증을 가지고 진실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연말에 열람복사허가를 받아 반박자료를 정리해서 제출했고, 제가 마지막에 낸 의견서가 유죄 입증에 많은 도움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수사기록 열람·등사권이 피해자의 권리로서 넓게 보장돼 진실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어제 선고 들었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무엇이었나.

▲ ‘역시 진실은 이길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은 진실의 힘이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판결이 기존의, 앞으로의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경고가 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얘기해드리고 싶다. 특히 빙상계를 비롯해 체육계 성폭력 사건들이 폭로되고 있다. 제 사건 직후 임은정 부장검사가 얘기했다. ‘모두가 다 알고 있던 사실인데 왜 화들짝 놀라는 척 하냐’고. 모두가 다 알고 있었던 얘기다. 체육계뿐 아니라 문화계, 정치계, 법조계, 모든 분야에서 성범죄가 너무나 많았던 게 사실이다. 제가 성범죄 피해를 얘기했을 때, 다른 피해자들이 ‘미투(#MeToo)’를 외쳤을 때 사회에서는 우리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 그러나 미투는 특별한 게 아니다. 피해자를 특별우대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더 이상 성범죄를 저지르지 말고,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하고 피해자는 제대로 보호하라는 거다. 그런데도 마치 엄청나게 잘못된 얘기를 하는 것처럼, 엄청난 특별한 얘기를 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놀라웠다. 성범죄는 없어져야 하고 범죄자는 제대로 처벌받아야 하고 피해자는 제대로 보호 받아야 한다. 그게 미투고 제가 하고 싶은 얘기다.
그리고 미투의 성공은 검찰개혁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성범죄에 대해 관대하고 성범죄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피해자를 조직적으로 괴롭히는 검찰 조직이 지속되면 미투는 성공할 수 없다고 본다. 이렇게 만연했던 성범죄, 은폐된 조직 문화, 공정하지 못했던 인사 방해. 이런 것들이 이 사건 판결로 드러났는데, 이건 검찰의 극히 일부분만 바라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문을 열어젖히고 검찰개혁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제 사건의 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에서 보여줬듯 검찰은 자정능력이 전혀 없다. 얼마나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필요한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폭로 이후에도 검찰 조직 자체에는 크게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여전히 말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 많을 것 같은데.

▲사실 제가 1월에 인터뷰를 하고 이후에 법무부에서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위원회에서 여검사를 포함한 여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했더니, 70%가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걸 보고 권 위원장은 ‘어떻게 70%나 되는 여성이 피해를 입는 집단이 있을 수 있냐’고 했다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100%가 아닌 게 놀랍다’고 했었다. 아직도 무수히 많은 피해자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검찰 내에서 유사성추행 피해가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이번 판결이 그 피해자에게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고, 사실이 아니라면 그건 검찰 수뇌부와 감찰기관 시스템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빨리 해결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서지현 검사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법정 구속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1.24 pangbin@newspim.com

-검찰 개혁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공수처 도입 말고 생각한 게 있나.

▲사실 제가 처음 입을 연 건 제 일이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개혁될 수 없는 조직이라는 걸 보여줬다. 정의로운 검찰, 국민의 사랑과 신뢰 받는 검찰을 위해 입을 열었는데 거대한 검찰의 힘만 확인하고 끝나는 게 아닌지 두려움이 컸다. 이 판결이야 말로 검찰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개혁을 내부에 맡겨서 성공한 개혁은 하나도 없다. 외부의 힘을 빌려야 한다. 저는 그게 공수처라고 생각한다. 검찰이 검찰 자신을 수사하는 한 진실을 밝힐 수 없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다.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을 때 개혁 1순위로 검찰이 꼽혔다. 그런데 지금은 그 누구도 검찰개혁을 얘기하지 않는다. 법원이 비리의 온상이고 법원이 개혁 대상이라고 한다. 지금 검찰은 검찰개혁 얘기 들어간 게 너무나 흡족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시킬 만큼 수사를 잘한 게 참 자랑스러울텐데, 내가 뭐라고 나서서 ‘검찰 멋있지 않다’, ‘자랑스럽지 않다’ 라고 얘기하나 싶어서 더더욱 싫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검사들에게, 수사관들에게, 직원들에게 검찰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범죄를 덮는 게 아니라 정의로운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 행동해야 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검찰 내부에서는 제가 검찰을 망신줬다고 얘기하고 조직의 수치라고 얘기하고 배신자라고 얘기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저는 정말 검찰을 사랑하기 때문에 정의로운 검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로 거듭나길 위해 얘기한 거고 지금도 그래서 이 자리에 앉은 거라고 말하고 싶다.

-어제(23일) 판결 후 안 전 국장이 마지막 진술에서 서 검사가 작년 초에 피해 사실을 폭로하기 전까지는 서 검사의 존재도 몰랐다고 얘기했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굉장히 많은 범죄자들이 본인의 범행을 부인하고, 특히 공무원 범죄자들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도 (범행 사실을)부인한다. 많은 범죄자들의 모습이라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인다. 기록을 보니 당시 법무부 감찰과에서는 성추행이 있었다는 첩보를 입수했고, 제가 피해자인 것까지 확인했다. 그 직후 감찰과 소속 검사가 안 전 국장에게 제 얘기를 하면서 ‘술 먹고 사고치지 말라’고 얘기했다는 당사자 진술이 있다. 안 전 국장의 말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또 최교일 의원(강제추행사건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본인은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적이 전혀 없다고 현재까지도 부인하고 있지만 기록에 명백히 드러나 있다.

-안 전 국장이 항소 입장을 밝혔다.

▲당연히 예상했던 일이다. 진실은 반드시 드러날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명백하게 허위진술을 했던 검사들, 검찰 직원들에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지금이라도 진실 얘기했으면 좋겠다. 당신들은 대한민국 검사고 수사관’이라고 말하고 싶다.

 

 

adelant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재명의 사람들] '집사' 김남준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김남준 대통령 제1부속실장은 '진심으로 이재명을 위하는 사람'으로 꼽힌다. 지난해 총선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로서 확고한 리더십을 확립하면서 '이제는 민주당 의원 170여명 모두가 친명(친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때도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의 안위와 향후 행보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진짜 이재명의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그렇기에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의 선택에 매번 신중하고 우려스러운 시각을 나타냈었다. 일례로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의 당대표 연임을 반대했다. 지난해 6월쯤 당내 기류는 '리더십이 공고한 이 대통령이 한번 더 당대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참모인 김 실장은 "당을 위해선 연임을 하는 게 맞겠으나 본인(이재명)의 대권을 위해선 안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었다. 조기대선을 예상할 수 없던 그 시점에는 연임하는 당대표가 2026년 지방선거 공천까지 책임질 각오를 해야 했다. 이미 총선을 압승으로 이끈 '성공한 당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굳이 연임해서 지방선거라는 변수를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게 김 실장의 시각이었다. 김남준 제1부속실장. [사진=김남준 SNS]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통령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참전하는 것도 반대했다. 대신 원외에서 당대표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이 대통령이 너무 일찍 국회에 입성하면 이미지나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클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오로지 '대통령 이재명'이 되는 데 유리한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한 것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이 대통령의 'PI'(President Identity)를 고민하면서 온화하고 무게감 있는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애썼다. 성남시장이나 경기도지사 때 이 대통령의 강한 이미지가 두드러진 만큼 대통령으로서는 신중함을 강조하려고 뒷받침했다. 그러한 노력 중 하나가 이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못남기도록 비밀번호를 바꾼 일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소통에 능한 이 대통령이 밤 늦은 시각에 '날 것 그대로'의 발언을 올릴까 우려해서다.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이 가능한 이 대통령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짧은 공중파 방송 인터뷰보다 1시간 이상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유튜브 방송에 이 대통령이 출연하도록 조언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성남 지역 케이블방송 기자 출신으로 이 대통령과 함께 일한 지는 10여년 정도 됐다. 2014년 재선 성남시장이던 이 대통령은 김 실장에게 성남시 대변인 자리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됐을 때는 경기도청 언론비서관으로 일했다. 이후 국회에 입성해서도 김 실장은 의원실 보좌관, 정무조정부실장 등을 역임하며 이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이번 대선 선거대책위원회에선 후보 일정팀 선임팀장을 맡았다. 언론인 출신인 만큼 언론 소통을 총괄해왔다. 국회 기자들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의 수사와 재판을 취재하는 법조 기자들도 김 실장이 직접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력 좋은' 이 대통령의 일정을 보좌하느라 계엄 직후인 올해 초에는 한동안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업무를 보기도 했다. 김 실장이 담당할 제1부속실은 대통령의 일정, 수행, 현안보고 등 대통령을 최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곳이다. 매 정권마다 대통령의 복심이 제1부속실장 자리를 맡아왔다. '문고리' 혹은 '문지기' 권력으로도 불린다. heyjin@newspim.com 2025-06-13 14:08
사진
李대통령, 오광수 민정수석 사의 수용 [서울=뉴스핌] 이영태 선임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전날 밤 사의를 표명한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오광수 민정수석이 어젯밤 이재명 대통령께 사의를 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사진=대통령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을 두루 감안해 오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와 국정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이에 발맞춰 가는 인사로 조속한 시일 내에 차기 민정수석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차명 부동산과 차명 계좌 의혹으로 오 수석이 물러난 만큼 차기 민정수석 검증 기준에 청렴함 등이 포함될 것이야는 질문에 "일단 저희가 가지고 있는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분이 가장 우선적인 이재명 정부의 인사검증 원칙이라고 할 수 있겠다"며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게 첫 번째 사명"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오 수석 건을 계기로 인사 검증 기준이라 원칙이 마련될 수 있느냐는 질의에는 "이 대통령이 여러 번 표방했던 것처럼 우리 정부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실용적이면서 능력 위주의 인사가 첫 번째 가장 먼저 포방될 원칙"이라며 "그리고 여러 가지 우리 국민들이 요청하고 있는 바에 대한 다방면적인 검토는 있을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medialyt@newspim.com 2025-06-13 09:4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