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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민화가 치바이스와 그의 스승 팔대산인의 걸작을 서울서 본다

기사입력 : 2019년01월28일 09:29

최종수정 : 2019년01월28일 09:29

[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중국인들이 “피카소보다 나으면 나았지 절대 뒤질 게 없다”고 강조하는 중국의 국민화가 치바이스(齊白石·1864~1957)의 작품전이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겨울 한파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전시에는 ‘중국의 피카소’라 불리며 20세기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화가 치바이스의 서화 80여 점이 내걸렸다.

치바이스, 활색생향 화훼초충책 중 ‘맨드라미와 나비’. 1937. 중국국가미술관 소장 [사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뿐만 아니라 치바이스의 예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명말청초(明末淸初)의 문인화가 팔대산인 주탑(朱耷 1626~1705)과 청나라 말기를 풍미했던 우창쉬(吳昌碩 1844~1927)의 회화 20점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아울러 사실적이면서도 표현적인 인물 조각으로 유명한 우웨이산(1962~)의 조각 8점 등 총 116점의 작품이 한국에 왔다. 출품작은 모두 중국국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들로, 이 가운데 우리의 국보, 보물에 해당되는 국가 1급 문물 13점이 포함됐다. 특히 중국은 물론 한국 서화계에서도 늘 ‘전설’로 운위되던 팔대산인(八大山人)의 대표작이 한국서 처음 공개돼 화제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과 공동으로 전시를 기획한 중국국가미술관의 우웨이산 관장은 “팔대산인 주탑의 작품은 전해지는 숫자가 적어 중국에서조차 희귀하다. 그의 작품 7점이 해외전시를 위해 반출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우웨이산, ‘치바이스 두상’, 2004. 청동. 중국조소연구원 소장 [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같고도 다른: 치바이스와의 대화’이다. 치바이스가 스스로를 일컬어 ‘팔대산인 문하의 주구(走狗)’라 했을 정도로 깊이 흠모했던 팔대산인과 근대 거장 우창쉬의 작품이 치바이스 작품과 나란히 걸려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치바이스 작품만 기대하고 전시를 찾았던 관람객들은 팔대산인의 대표작인 ‘죽석영지도’와 4폭병 ‘학 사슴 오리 기러기’, 자화상에 해당되는 ‘물고기와 수초도’(1694년작) 등이 출품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팔대산인은 ‘형사(形寫)’, 즉 대상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는 화원화가의 기교 대신, 뜻을 그리는 ‘사의(寫意)’를 추구하며 문인화의 기틀을 세운 기념비적인 작가다. 치바이스가 “구천에서 개가 되어 그 문하에서 수레바퀴를 돌리고 싶다”고 토로한 것은 그 독자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예술세계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명 태조 주원장의 후손인 팔대산인은 1644년 명나라 왕실이 전멸하자 벙어리 흉내, 미치광이 흉내를 내며 승려가 됐다. 54세에 환속한 그는 황공망(黃公望), 동기창(董其昌)에게 산수화를 배웠고 59세에 팔대산인이라는 별호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자신의 화풍을 뚜렷이 세웠는데 붓과 먹으로 정신을 표현하는 ‘필묵사의’의 세계와, 대상을 테두리 없이 먹의 농담만으로 호방하게 표현하는 몰골법(沒骨法)이 그로부터 나왔다.

전시작 중 팔대산인이 70세에 그린 ‘물고기와 수초도’는 화가의 자화상이나 다름 없다. 수초들 위로 한 마리의 물고기가 그려졌는데, 뾰로퉁한 눈동자가 보는 이의 눈길을 잡아끈다. 새나 물고기를 통해 자신의 심정을 반영했던 화가의 의도가 읽혀진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의 이동국 수석큐레이터는 “물고기를 화면 중앙에 배치한 구도가 무척 파격적이다. 그림에 쓴 자작시에서 팔대산인은 스스로를 신화 속 물고기에 비유하고 나라를 잃고 떠돌지만 한족의 자존심은 지키겠다는 저항의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를 써내려간 글씨체도 독특한데 붓 끝을 싹둑 잘라 쓴 것이다. 당시로선 상상할 수 없는 파격으로 군더더기 없는 담박과 천진 그 자체”라고 평했다.

팔대산인 주탑, ‘죽석영지도-대나무와 바위, 영지’ [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대나무와 바위, 영지를 한 화폭에 넣은 ‘죽석영지도’ 또한 대단히 혁신적이다. 화면 상단에 사각과 원을 배치하고, 대나무와 영지를 그려넣었다. 오늘날 많은 화가들이 시도하는 ‘그림 속 그림’인 셈이다. 300여년 전에 이같은 파격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연의 줄기는 쇠꼬챙이처럼 길고 가늘게, 꽃은 마치 먹물을 들어부은 듯 흥건하게 표현한 팔대산인의 ‘연꽃’도 내걸렸다. 먹의 농담만으로 대상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천재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다.

팔대산인과는 달리 치바이스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출신이다. 중국 후난성 샹탄현의 농가에서 태어나 목공 일을 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던 치바이스는 1901년 친구집에서 우연히 팔대산인의 그림을 접했다. 팔대산인의 탈속한 듯한 붓질과 간결한 화면에 빨려든 치바이스는 이를 반복적으로 학습하며 그만의 화풍을 개척했다. 이번 전시에는 ‘마음의 스승’인 팔대산인의 ‘연꽃’과 치바이스의 ‘연꽃’이 나란히 출품돼 비교 감상해볼 수 있다. 팔대산인의 연 그림이 줄기는 철사처럼 가늘게, 잎은 큼지막하게 농담을 살리며 강렬한 대비를 보여준다면 200년 후인 치바이스의 연꽃은 닮은 듯하지만 마른 붓질과 청신한 기운에서 차이가 또렷하다.

청나라 때 상하이를 무대로 활발하게 전개됐던 후(後) 상해파의 거봉인 우창쉬의 화조화와 스무살 후배 세대인 치바이스의 화조화를 비교해가며 음미하는 것도 흥미롭다. 비문 글씨인 금석의 필획을 서화에 접목해 명성을 떨쳤던 우창쉬는 화조에도 능했다. 대각선 구도의 우창쉬의 모란이 단아하고 기품이 있다면 치바이스의 모란 그림은 보다 자유분방하고 표현적인 것이 특징이다.

이번 기획전은 역사 속 사제지간인 팔대산인과 치바이스, 동시대를 함께 했던 우창쉬와 치바이스를 함께 비교하며 감상하도록 했다. 1·2섹션에는 또 우웨이산, 진상이(1934~), 우추어런(1908∼1997), 리후(1919∼1975), 장구이밍(1939∼2014) 5명의 현대미술가들이 치바이스 등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과 회화도 곁들여졌다.

치바이스, 분향승, 1933. 중국국가미술관 소장 [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3섹션에서는 치바이스의 작품 50여점이 그림의 소재, 표현기법, 미학적 취제 등을 고려해 4개의 단원으로 전시되고 있다. 당대 부패한 기득권층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한 인물화와 자전적인 인물화, 물고기와 게 새우를 유유자적하듯 그린 그림, 세밀하면서도 매력적인 화조초충화가 이 섹션에 나왔다. 마지막 코너에서는 산수 소재를 간필법으로 표현함으로써 영혼의 해방을 구가한 작품이 출품돼 그가 왜 중국 문인화를 완성한 화가로 불리는지 보여준다. 지난 2017년 12월 베이징의 바오리경매에서 중국 회화 사상 최고가인 1532억원에 낙찰된 치바이스의 ‘산수 12조병’과 대비하며 음미하면 좋을 듯하다.

감상자 중에는 치비이스의 무심한 듯 쓱쓱 그은 필치와 새우, 게, 꽃 등 일상의 소재를 그린 편안하면서도 청신한 그림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맑고 담백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과 삶에 대한 관조와 연륜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은 한국 화가들에게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 한편 돋보기가 필요할 정도로 정교한 공필로 꽃과 곤충을 세밀하게 그린 초충도에 찬사를 터뜨리는 이들도 많다.

치바이스는 인물 중심의 세필화를 배우면서 화업을 익혔고 이후 자연의 변화무쌍한 모습과 생물의 동태를 끈질기게 관찰하며 이를 수묵과 채색으로 담담하게 표현했다. 팔대산인과 우창쉬까지 위대한 선각들의 그림을 끝없이 학습하고, 그들과 대화한 끝에 평범한 민간화가에서 문인화가로 거듭난 것이다.

선대 거장을 추종했으나 획기적인 변신을 이뤄낸 치바이스는 옛 법을 통달해 ‘마음의 법칙’을 일궈냈다. 그 자신 후학들에게 “나를 배우려 하는 자는 살 것이요, 나를 닮으려는 자는 죽을 것이다”라며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것을 강조했다. 과거와 현재를 통달한 기초 위에 민간예술의 순수함을 한데 섞어 현대 중국회화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치바이스의 진면목을 살필 수 있는 전시는 오는 2월17일까지 계속된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은 정기휴관일인 월요일(2월4일)을 제외하곤 설연휴 내내 전시장을 개방할 예정이다. .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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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깊어가는 '당권 고민'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당권 도전을 놓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한 전 대표의 출마에 무게가 실렸으나 최근 '친한(친한동훈)'계 측근들 다수가 출마를 만류하고 있어서다. 출마 땐 승산이 있지만 당내 다수파인 구 '친윤(친윤석열)'계의 벽에 가로막혀 당 쇄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선 참패에도 구 주류는 건재하다. 원하는 후보를 쉽게 원내 사령탑으로 만들었고, 당 개혁안을 다수의 힘으로 저지하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한계와 쇄신파가 밀었던 김성원 의원이 친윤계의 지원을 받은 송언석 의원에게 완패했다. 30대 60으로 사실상 게임이 되지 않았다. 구 주류가 지배하는 당의 세력 분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개혁안은 이들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선경선에서 탈락한 한동훈 후보가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4.05.03 photo@newspim.com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어렵사리 당 대표 자리에 오른다 해도 이들이 비토할 가능성이 높다. 영남 중심의 다수파인 이들이 반대하면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전당대회에서 63%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가 이들에 의해 쫓겨난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전 대표의 출마를 강력히 주장했던 측근들조차 신중론으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이다. 물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측근들 다수가 반대해도 본인이 출마를 결심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9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안 나온다고 하다가 나올 것"이라며 "한동훈 전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고, 결국 당 대표로 선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한 전 대표가 패배한 것에 대해 "누군가는 '한동훈 비토가 세기 때문에 최종 결선 투표에서 진 게 아니냐' 이렇게 얘기하지만 그때 실제로 한덕수 총리에 대한 지지세라는 게 있었다"면서 "그런 분들이 아무래도 단일화나 이런 것에 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문수 후보한테 갔던 것"이라고 봤다. 이 의원은 나경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 전 대표가 김문수 후보와 일대일로 만약에 붙는다고 봐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 기류는 출마 만류 쪽이다. 원내대표 선거 완패가 결정적 계기였다. 당 개혁안 표류도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설령 대표가 돼도 현실적으로 당 쇄신은 요원하다고 본 것이다. 친한계인 정성국 의원은 1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개혁안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든지, 또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송언석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치열한 접전이 있었다든지 이런 식으로 당의 변화가 느껴지는 상황에서 한동훈이 등판하면 '우리가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며 "지금 당내 분위기가 아직까지 많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만약 출마를 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제일 높다고 본다"면서도 "지금 굉장히 복잡해졌다. 의견들이 5대 5라고 봤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출마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그러다 보니 한 전 대표가 나와서 이런 당을 이끌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라며 "저항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역시 친한계 핵심인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전당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좀 신중해야 된다는 의견"이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번 출전할 수는 없다. 현실은 그렇다"고 했다. 그는 "친한동훈 그룹 내에서는 신중파가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동훈이라는 존재는 보수 재건의 최강병기인 동시에 최종병기, 마지막 보루"라며 "한동훈이 무너지면 보수 혁신, 보수 재건은 거의 물 건너간다. 그러니까 소중한 만큼 아껴 써야 한다"고 했다. 친한계 인사 중 강력한 출마론자였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김 전 최고위원은 20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당의 최대 위기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출마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었지만 최근 원내대표 선거와 당 개혁안 표류 등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한 전 대표가 대표가 돼도 구 친윤계의 반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출마를 권유하는 게 맞는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한 전 대표의 고민이 깊어간다. 한 전 대표는 출마 쪽에 무게를 싣고 조직 확산 작업 등을 해왔으나 측근 그룹의 만류와 쇄신과는 거리가 먼 당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출마냐, 포기냐의 기로에 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leejc@newspim.com 2025-06-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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