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찬 을지대병원 전공의 “밀린 잠 급급하던 전공의는 옛말”
[대전=뉴스핌] 최태영 기자 = “365일 24시간 병원 붙박이이던 전공의는 옛말이에요. 이제 자기개발에도 힘써야죠.”
대학병원 전공의가 보디빌더로 활약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을지대학교병원 내과 안호찬 전공의로, 이미 두 차례의 보디빌더 대회 참가 경력이 있다.
안호찬 을지대학교병원 전공의 [사진=을지대학교병원] |
대학 시절부터 취미로 운동을 즐겨했던 안씨는 지난해 인턴 과정 중 체중조절에 완벽히 실패하면서 20kg 증량이라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거울 속 달라진 자신의 모습은 내분비질환 전공을 꿈꾸던 의사로서의 모습마저 위협했다고 털어놨다.
안 전공의는 21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비만이 당뇨나 고혈압 등 각종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의사로서 환자에게 떳떳하게 ‘체중 감량’ 혹은 ‘식단 조절’ 등의 치료법을 제시할 수 없을 것 같아 내가 먼저 실천해보고자 몸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노력의 결과가 조금씩 빛을 보이기 시작했다. 몸을 혹사시키거나 해치지 않는 선에서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다 보니 ‘건강하게’ 살이 빠졌다.
새해 들어 그의 열정을 눈여겨본 헬스 트레이너의 추천으로 본격적으로 ‘보디빌더 의사’의 길을 걷게 됐다.
수년 전만 해도 전공의에게 개인시간이란 언감생심 꿈조차 꿀 수 없는 얘기였다. 잠깐의 휴식시간이 생겨도 의국이나 기숙사, 혹은 병원 근처에서 긴장 속에 보내야 했다. 그마저도 취미활동을 하기보다 피곤을 쫓고 밀린 잠을 청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먹고 자고 씻기를 반복하는 전공의들의 고된 모습은 이제 드라마 속에서도 볼 수 없는 현실이 돼 가고 있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 특별법)에 따라 주당 근무시간이 80시간으로 제한됐다. 16시간 이상 연속 근무할 경우 10시간 이상 휴식시간을 부여하게 된 것. 덕분에 안씨에게도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이자 여유가 생겼다.
그는 “최근 분위기가 바뀌면서 퇴근 후 운동할 시간이 충분히 있고, 병원 내 운동의학센터에서도 짬이 날 때마다 운동을 했다”면서 “일정이 여의치 않은 날에는 도시락을 챙겨 다니며 몸 관리를 해왔다”고 했다.
이어 “퇴근 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전공의로서의 역할에도 더 충실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안씨는 지난 3월 ‘피트니스스타 아마추어리그’와 4월 ‘2019 머슬마니아’ 대회에 출전했다. 현재는 오는 7월 열릴 예정인 대회를 준비하는 등 도전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이제는 단순히 체중감량이 아닌 대회 입상, 더 크게는 삶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신종호 을지대병원 교육수련부장은 “여느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전공의들에게도 ‘워라벨(Work-life balance)’ 중시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병원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며 전공의의 도전을 응원했다.
cty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