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은 검찰청 내 언론보도 매뉴얼·지침 마련
유럽은 형사제재 가능하지만 알권리 더 우선에 둬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법무부 훈령 개정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피의사실 공표’가 다시 한 번 주목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피의자·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무분별한 수사 상황 보도는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각에서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수사 내용이 어느 정도 공개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언론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알권리와 사생활 보호 가치가 충돌하자 법무부와 미 연방검찰(US Attorneys)이 미디어 매뉴얼을 제정했다.
법무부가 법조언론인클럽에 의뢰해 제출한 ‘외국 사례를 통해 본 수사 상황 공개의 기준과 한계’ 보고서(2007년, 연구자 김승일·최형두·배혜림)에 따르면, 미국은 수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비밀 유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 언론이 조사 중인 사건의 존재 여부나 사건의 성격 및 진행상황, 영장 발부 여부 등에 대해 물을 때 응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는 법원의 별도 명령이 없는 한 사진 촬영 및 녹화, 녹음, 중계 등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와 국민들의 알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다. 또 많이 알려진 사건으로 법집행 당국이 적절한 조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또는 공공의 안전, 이익, 복지를 위해서 필요할 경우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거나 확인해 줄 수 있다.
[사진=김아랑 기자] |
한국과 유사한 출입기자 제도를 두고 있는 일본도 보도를 막으려는 검찰과 보도하려는 언론 간 충돌이 잦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피의사실공표죄처럼 별도의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검찰청 내부적으로 기자들에게 제재를 가하고 있다.
1985년 일본 동경지검 특수부가 기자단에 통보한 ‘대언론 3원칙’이 대표적이다. 언론이 △개인의 이름을 거론하며 용의자를 특정하는 기사 △검찰만이 아는 사실을 보도한 기사 △검찰의 이름을 사용해 권위를 부여한 기사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기사 △수사 동향을 예고하는 추측 기사 등을 보도하면 최대 출입 정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국가는 대부분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하는 법 조항이 존재하지만 알권리도 폭넓게 보장되는 편이다.
영국은 인권법과 모욕죄, 치안법원법 등을 통해 피의자 혹은 피고인에 대한 도 넘은 보도를 할 수 없도록 제재하고 있다. 위 조항에 따라 언론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을 때 피고의 전과 등과 관련한 정보를 실어 보도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피고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배심원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것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검찰은 수사가 끝난 뒤 공식 브리핑을 통해 피의자의 이름을 공개하기도 한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도 사실상 언론 보도의 자유가 더 우위에 있다고 보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독일 검찰청은 보도를 통해 피의사실을 공개했을 경우에 대비한 제재 조항이 따로 없고 보도 내용을 제한하거나 엠바고(보도시점 유예)를 어겼을 경우 해당 언론사에 대한 출입금지 조치 등 제재 조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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