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서 평범한 30대 얼굴 그려…'멜로가 체질' 이어 두 번째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괜찮아요. 당신은 절대 떨어지지 않아요."
관우가 서영에게 건네는 마지막 이 대사가 마음을 흔들었다. 그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자 가장 필요했던 말이었다. 나름대로 건강한 정신과 뚝심으로 배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안은 서서히,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심신이 지칠 때로 지쳐 결국 공백기를 택했다. 이 작품이 온 건 그로부터 약 1년 후였다. 관우가 서영에게 그러했듯,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배우 천우희(32)가 신작 '버티고'를 들고 극장가를 찾았다. 지난 16일 개봉한 이 영화는 고층 사무실 안에서 추락의 공포를 느끼는 여자 서영과 외줄에 의지한 채 도시의 빌딩 숲을 유영하는 로프공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마지막 대사가 제게 하는 말 같았어요. 그 말을 들으니 힘겨웠던 시간을 연기적으로 치유할 수 있겠다 싶었죠. 멜로가 중점인 영화라곤 생각하진 않았어요. 표면적으로는 연인에게 상처받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이야기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서영이란 한 인물의 이야기였죠. 한편으로는 나도 이제 나이에 맞는(이 영화를 드라마 '멜로가 체질'보다 먼저 촬영했다) 성숙한 연기를 할 수 있겠다 싶었고요(웃음)."
극중 천우희는 서영을 열연했다. 일과 사랑, 현실이 위태로운 계약직 디자이너다. 오랜만에 겉으로 감정을 쏟아내는 캐릭터가 아니라 내면에서 폭발하는 인물이었다. 천우희는 "평소보다 더 세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서사에 기대는 영화가 아니라 감정선을 따라가는 작품이라 기교를 부리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연기한다'가 아니라 진심으로 매 신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했어요. 클로즈업 신이 많아서 표정도 특정한 걸 짓기보다 미세한 근육, 멍한 시선으로도 충분할 듯했어요. 외적인 건 직장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의상부터 상사, 동료들과의 관계 등을 물어봤죠. 출근할 때 목걸이 찍는 방법도요(웃음)."
관객 기준에서 이 영화는 천우희의 두 번째 '서른' 영화다. 천우희는 지난 9월 종영한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통해 평범한 30대의 얼굴을 그렸다. 서영처럼 모든 것이 불안하지만, 유쾌하고 솔직한 진주 역할이었다.
"연이어서 하니 재밌더라고요. 또 색깔이 다르잖아요. 사실 서른은 어정쩡한 나이에요. 능숙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20대랑 별반 다를 게 없죠. 거기서 불안함, 압박감도 오고요. 저도 그랬죠. 작년까지만 해도 굉장히 조급했어요. 근데 이 두 작품을 하면서 조금은 자유로워졌죠. 그저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 싶어요."
차기작은 영화 '앵커'다. 신구 세대 앵커들을 주인공으로 한 심리 스릴러로 천우희 외에도 신하균, 이혜영 등이 출연을 확정 지었다. 촬영은 '버티고' 홍보가 마무리는 되는 11월 초부터 시작된다.
"앵커 역이라서 발성이나 외적인 느낌을 찾아야 할 듯해요. 홍보 끝나면 바로 크랭크인이라 준비 중이죠. 힘들진 않아요. 작년에 아주 푹 쉬었더니 에너지가 가득하죠. 하하. 요즘엔 일상에 닿은 캐릭터가 많이 끌려요. 예전에는 관심이 없었던 장르들이죠. 멜로처럼요. 최근에 한석규 선배가 '멜로가 가능할 때 많이 해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게 멜로'라고 하셨어요. 그 순간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게 사랑인데 내가 왜 그걸 진부하다고 생각했을까 싶었죠. '멜로의 달인'이 될 거예요(웃음)."
jjy333jjy@newspim.com [사진=나무엑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