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관노로 태어난 장영실(최민식)은 우연한 기회에 세종(한석규)의 눈에 띄어 종3품 대호군에 오른다. 이후 두 사람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기 위해 20년을 함께하며 위대한 업적을 하나둘 이뤄낸다.
하지만 세종 24년인 1442년, 이천 행궁으로 행차하던 도중 세종이 타고 가던 안여(安與, 임금이 타는 가마)가 부서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세종은 안여를 만든 장영실을 문책해 궁 밖으로 내치고 장영실은 자취를 감춘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19.12.26 jjy333jjy@newspim.com |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천문)는 조선의 두 천재 세종과 장영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영화의 출발점은 '안여 사건' 발생 당일. 메가폰을 잡은 허진호 감독은 이날을 기점으로 조선의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흥미로운 건 두 사람의 업적에 집중하지 않았다(다루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는 데 있다. 허 감독은 같은 꿈을 꿨던 세종과 장영실, 두 사람의 관계를 '천문'의 축으로 삼았다.
그러다 보니 역사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이 영화적 상상력으로 메워졌다. 이제는 확인할 길이 없는, 세종과 장영실이 나눈 대화와 감정 등이 러닝타임(132분)을 채운다.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이야기는 순식간에 관객을 빨아들인다. 신분에 관계없이 서로를 공경하는 세종과 장영실의 진한 우정은 감동스럽기 그지없다. 다만 때때로 이 우정이 사랑의 경계까지 치닫는 것을 놓고는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나란히 누워 "저기 내 별 옆에서 빛나는 별, 저게 오늘부터 네 별"이라고 말하는 등 멜로 감성이 묻어있는 장면이 종종 있다.
자칫하면 낯간지러울 장면들이 가볍게 휘발되지 않도록 잡는 건 배우들이다. '쉬리'(1999) 이후 20년 만에 재회한 한석규와 최민식은 세종과 장영실이 돼 스크린을 집어삼킨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연기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역사의 한 가운데 들어가 있다. 여기에 신구(영의정 역), 김홍파(이천 역), 허준호(조말생 역), 김태우(정남손 역), 김원해(조순생 역), 임원희(임효돈 역), 오광록(이순지 역) 등 베테랑들이 대거 가세해 시너지를 낸다. 오늘(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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