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자율조정 논의 '은행 협의체' 참여 결정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에 키코(KIKO) 분쟁조정안 수락여부를 결정하는 기간을 30일 더 연장해줬다. 이날 KEB하나은행이 키코 사태와 관련한 '은행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하고, 우리은행, 씨티은행 등도 참여 여부를 검토하면서 분쟁조정안 수락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들에 키코(KIKO) 분쟁조정안 수락여부를 결정하는 기간을 다음달 7일까지로 30일 더 연장해줬다. 본래 은행들은 이날까지 분쟁조정안 수락여부를 밝혀야 했다. 하지만 연말을 감안해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해주고, 연장기간도 설 연휴를 고려해 당초 얘기됐던 20일보다 10일 늘려준 것.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는 지난달 13일 키코 피해기업 4곳에 대한 배상비율을 15~41%로 발표했다. 금감원이 이들 기업에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에 권고한 배상액은 총 255억원이다. 은행별로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외환파생상품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변동해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다. 2013년 대법원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니라는 확정 판결을 내리며 일단락됐지만, 지난해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취임 후 재조사를 지시하면서 재점화됐다.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2019.12.13 milpark@newspim.com |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의 키코 분쟁조정안 수락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그 동안 키코 사건은 이미 법적으로 은행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이 났고, 소멸시효도 지나 배상을 하면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강하게 난색을 표해왔다.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시효가 계약 체결일로부터 10년, 기업이 문제를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다.
하지만 이날 일부 은행들이 키코 사태와 관련한 '은행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하는 등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전한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키코 사태와 관련한 '은행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11곳(씨티, 신한, 국민, 기업, SC, 하나, 산업, 우리, 대구, 부산, 농협) 중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하나은행이 처음이다.
은행 협의체는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키코 분쟁조정 결과발표 후 오버헤지,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150여개 기업에 대한 자율조정 진행시 꾸리기로 한 것이다. 자율조정은 분쟁조정 양 당사자가 조정안을 받아들인 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 진행하는 절차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 협의체는 분쟁조정 수락 이후 자율조정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즉, 은행 협의체 참여는 분쟁조정안 수용에 긍정적인 입장이라 볼 수 있는 셈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150여개 기업에 대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하고, 자율조정을 통해 배상기준을 정한다는 취지로 은행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분쟁조정 사례에 대해서는 연장 신청을 했고 면밀하게 검토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은행 협의체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하나은행 외에도 더 있다. 우리은행과 씨티은행 관계자는 각각 "은행 협의체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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