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조정' 논의…분쟁조정 수락 가능성 높아져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KEB하나은행이 키코(KIKO) 분쟁 자율조정 문제를 다루는 '은행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씨티은행 등도 참여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키코 사태와 관련한 '은행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11곳(씨티, 신한, 국민, 기업, SC, 하나, 산업, 우리, 대구, 부산, 농협) 중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하나은행이 처음이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키코 분쟁조정 결과발표 후 오버헤지,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150여개 기업에 대한 자율조정이 진행되면, 은행 협의체를 꾸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율조정은 분쟁조정 양 당사자가 조정안을 받아들인 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 진행하는 절차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 협의체는 분쟁조정 수락 이후 자율조정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즉, 하나은행이 분쟁조정안 수용에 긍정적이라 볼 수 있는 셈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150여개 기업에 대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하고, 자율조정을 통해 배상기준을 정한다는 취지로 은행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분쟁조정 사례에 대해서는 연장 신청을 했고 면밀하게 검토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사진=하나은행] |
이에 다른 은행들의 은행 협의체 참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은행과 씨티은행 관계자는 "은행 협의체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과 대구은행 관계자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이 다소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키코 분쟁조정 수락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외환파생상품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변동해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다.
2013년 대법원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니라는 확정 판결을 내리며 일단락됐지만, 지난해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취임 후 재조사를 지시하면서 재점화됐다. 윤 원장은 작년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키코 분쟁조정을 올해의 성과로 꼽기도 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는 지난달 13일 키코 배상비율을 15~41%로 발표했다. 금감원이 은행 6곳에 권고한 배상액은 총 255억원이다. 은행별로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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