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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5부제 첫날부터 삐걱...'랜덤 입고'에 시민·약사들 분통

기사입력 : 2020년03월09일 14:13

최종수정 : 2020년03월09일 14:13

마스크 입고된 일부 약국에만 시민들 몰려
마스크 입고·물량·시각 모두 제각각
"문자로 요란 떨더니...마스크 구하기 어렵다"
약사들도 답답..."약국이 원하는 물량 신청해야"

[서울=뉴스핌] 이학준 김경민 이정화 기자 = 일명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공적 마스크가 일부 약국에만 입고되면서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에 불편을 겪었다. 약국도 언제 마스크가 입고되는지 알 수 없는데다 약국마다 마스크 입고 시기 및 물량 등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시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 "이게 무슨 일이냐"...일부 약국에만 몰린 시민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약국에는 오전부터 30여명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섰다. 이 약국에는 이날 성인용 마스크 200개, 유아용 마스크 50개가 각각 입고됐다. 10평도 되지 않는 소규모 약국에서 2명의 약사는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20.03.09 hakjun@newspim.com

시민들은 저마다 자신의 신분증을 꺼내 손에 들고 있었다. 주민등록등본을 손에 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약사는 시시때때로 약국 밖으로 나와 줄을 선 시민들에게 "마스크 구매 방법을 모두 알고 계신 게 맞냐"고 확인했다. 줄을 섰던 시민 중 한 명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 했다.

동네 약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한 약국 앞에는 약국 문이 열기 전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이 생겨났다. 약국 문을 여는 오전 9시가 되자 줄은 20m 정도로 길어졌다. 약국 관계자는 "오픈 준비를 위해 8시 40분부터 나와 있었는데, 그때부터 줄이 있었다"며 "9시부터 줄을 서도 살 수 있을까 말까"라고 설명했다.

약국 안팎으로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어리둥절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두통약 사려면 다른 약국에 가야 하냐", "병원 처방전 제조약도 줄을 서야 하냐"는 등의 질문이 마스크 구입 안내를 하는 약사에게 쏟아졌다.

주부 이모(30) 씨는 "남편과 아이 것도 함께 사려고 여권까지 가지고 나왔다"며 "아이 것만 대리 구매가 된다고 해서 총 4개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 고작 2장 사려고 마스크 1장을 쓰고 나가는 게 비효율적인 것 같다"며 "왔다갔다 기다려야 하고 집에 와서 다 소독하는 비용·시간이 더 든다"고 토로했다.

[인천=뉴스핌] 김경민 기자 = 공적 마스크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자 약국마다 구매에 대한 세부 내용을 적어놨다. 사진은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모 약국 앞. 2020.03.09 kmkim@newspim.com

◆ 물량·입고·시각 모두 '랜덤'...시민·약사들 '분통'

반면 시민들이 보이지 않고 텅텅 비어 있는 약국도 많았다. 마스크가 입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의도의 한 약국에는 10분 동안 10여명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매를 문의했으나 발길을 돌려야 했다.

문제는 마스크가 입고되는 것은 맞는지, 언제 입고되는지, 몇 장이 입고되는지 등을 약국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모두 '랜덤'(Random)인 셈이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약국에는 공적 마스크가 입고되지 않으면서 마스크를 구매하려던 시민들은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2020.03.09 hakjun@newspim.com

마스크를 구매하려던 B씨는 "동네 약국 10군데 가까이 돌았는데 약국에 마스크가 언제 들어오는지도 모른다고 하더라"며 "아침부터 문자로 요란을 떨더니 마스크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식약처는 이날 오전 7시 30분에 약국 마스크 구매 안내 메시지를 일괄적으로 발송했다.

이같은 랜덤 입고에 약사들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시민들에게 마스크 구매 번호표를 줬다가 마스크가 입고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왜 마스크가 없냐'며 항의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마스크 입고를 장담할 수 없다고 안내했으나 마스크가 올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겠다며 줄을 서는 시민들부터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고서 마스크를 달라는 막무가내 사람들도 있어 약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약사는 "마스크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줄을 서버리는 경우도 있다"며 "신분증이 없으면 자신의 책임으로 마스크 구매를 못한다는 점을 확실히 홍보해야 한다. 한번 실랑이가 벌어지면 마스크 판매 시간은 기약 없이 지연된다"고 했다.

특히 "1인 약국 앞에 사람들이 줄 서면 그날 업무는 하나도 하지 못한다"며 "각 약국이 소화할 수 있는 마스크 물량만 신청해 받을 수 있게 하고, 대형 약국에 물량을 밀어주는 게 오히려 마스크 판매에 더 효율적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hak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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