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 높이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경찰이 24일 이른바 'n번방'의 운영자로 알려진 조주빈(25) 씨의 신상공개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다만 조씨 1명에 대한 신상공개에 그치지 않고 향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텔레그램 n번방의 주심 조주빈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 [사진=청와대 청원게시판] 2020.03.24 dedanhi@newspim.com |
손문숙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상담팀장은 이날 "살인죄만큼이나 온라인에서 성착취가 중대한 문제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유효하게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손 팀장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성착취는 중대한 범죄고 재범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공권력에 의한 신상공개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서 동의했다"며 "n번방 이전에도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경험하고 있었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소속 김현지 활동가도 "익명화 되고 보완이 철저한 텔레그램에서 집단적으로 남성들이 서로 부추기면서 성착취 영상물을 공유해왔다는 맥락 속에서, 또 디지털 성범죄 처벌 수위가 낮은 현실에서 많은 여성들이 신상공개를 요구해왔다"며 "운영자 1명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 방식이 아니라, 26만명에 달하는 누적 n번방 참여자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여성단체들은 이번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 팀장은 "신상공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성착취에 가담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또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논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지 활동가는 "운영자 1명을 괴물화·악마화 시켜서 신상공개 하고 끝낼 문제는 절대 아니다"라며 "사회 전반적으로 성폭력에 대한 편견이나 사회 강간 문화에 대한 반성, 성찰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심의위)'를 열고 n번방에서 여성들을 협박해 불법 영상을 촬영한 혐의 등을 받는 조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심의위는 "피의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 반복적이고 아동·청소년을 포함해 피해자가 무려 70여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하다"고 신상공개 결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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