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시청률 욕심은 있지만, 떨쳐낸 지 오래 됐어요. 다만 '여전히 너희 같으면서도 또 새롭다'라는 이야기를 제일 듣고 싶었죠."
KBS 예능 PD로 시작해 tvN으로 이적한 후 이제는 드라마 PD가 됐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성공적인 출발을 알린 신원호(45) PD가 자신의 강점을 살린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또 한 번 신드롬을 일으켰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슬기로운 의사생활'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 [사진=tvN] 2020.06.11 alice09@newspim.com |
"1회 시청률은 4%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나왔더라고요. 시간대도 처음 도전하는 거고, 주 1회 편성임에도 잘 나왔죠. 감사한 수치고, 꾸준히 올라가는 시청률을 보면서 저희끼리도 신기하다고 했어요(웃음). 시청률은 욕심은 있으면서도 떨쳐냈어요."
이번 작품은 '응답하라' 시리즈로 성공 신화를 이룬 이우정 작가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 당시 우리네 이야기를 담담하고 정감있게 풀어냈던 만큼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사람 냄새가 풍기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
"이 작품 준비하면서 '여전히 너희 같으면서도 또 새롭다'라는 이야기를 제일 듣고 싶었어요. '응답하라' 시리즈도, '슬기로운 감빵생활' 과도 물론 비슷한 면들이 있겠지만, 그와 함께 새로운 지점들이 발견될 수 있는 작품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신경을 많이 썼죠. 이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어느 정도 시청자 분들이 저희가 의도한 부분을 알아봐 주신 것 같아서 감사해요."
신원호 PD의 드라마에서는 매번 음지에 숨겨져 있던 배우들이 출연해 빛을 보면서 스타덤에 오른다. 이번 '의사생활'에서는 뮤지컬계에서는 내로라하는 배우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전미도를 캐스팅했다. 여기에는 남다른 비화가 숨겨져 있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슬기로운 의사생활'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 [사진=tvN] 2020.06.11 alice09@newspim.com |
"보통 오디션에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해당 캐릭터가 담긴 대본을 주지 않아요. 하지만 전미도 씨한테는 처음으로 채송화 대사를 읽게 했어요. 전미도 씨가 대사를 읽는 순간 '아 실제 채송화라면 이렇게 얘기하겠구나' 싶더라고요. 너무 잘했거든요. 하지만 주요 인물이 5명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지도가 높은 배우이길 바랐어요. 그래서 미도 씨를 캐스팅하면 너무 튀진 않을까, 첫 주연이라는 무게를 버틸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했죠. 그러던 찰나에 조정석, 유연석 씨가 일면식도 없는 전미도 씨를 추천하더라고요. 그래서 확신을 얻었고,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어디서 저런 배우가 나왔어?'라는 좋은 반응을 얻었죠. 하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 지기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각 인물들이 간담췌외과, 소아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신경외과를 담당한 만큼 분량 역시 신경 써야 할 부분이었다.
"인물들의 밸런스는 기획 단계에서 배분하는데, 그 당시에는 아직 주연배우들이 정해지지 않을 때였어요. 캐릭터들의 밸런스를 정한 뒤 캐스팅이 됐고요. 드라마에 주요 인물이 다섯 명이라 모든 이야기를 한 번에 쏟아 부으면 시청자들이 정신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미 그려둔 이야기의 큰 흐름을 따라 진행하되, 각 회마다 한 명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끔 풀어나갔죠. 다만 각 회의 중심인물이 아닌 다른 인물들도 캐릭터를 강화하거나, 개인적인 서사를 진전시키는 경우에는 존재감이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고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슬기로운 의사생활' 출연진과 신원호 PD [사진=tvN] 2020.06.11 alice09@newspim.com |
드라마 시청률에 한 몫을 한 것은 탄탄한 스토리도 있지만 바로 의대 5인방이 선보인 합주곡 영향도 있다. 조정석이 부른 드라마 OST '아로하'와 전미도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음원차트 1위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보니 선곡 배경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렸다.
"선곡에 있어서는 대본 단계에서 이우정 작가가 결정해요. 대본을 쓰면서 흐름에 맞게 어울릴법한 곡들을 선곡했죠. 다음 시즌에는 어떤 곡들이 선곡될지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 외국의 메탈, 록 등 유명한 고전 밴드의 곡들을 못 쓰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 아쉽긴 하더라고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주 1회 편성, 그리고 시즌제를 확정지으면서 시즌1에 다 못 끝낸 이야기를 시즌2에서 풀어낼 예정이다. 다른 인물들에 비해 서사가 잘 드러나지 않았던 채송화(전미도)의 이야기 역시 그려진다.
"의사 같은 전문직은 내 앞에 환자가 있기 때문에 캐릭터의 삶에 멜로가 침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송화의 경우, 결정적으로 마음을 드러낼 이유가 없었고요. 모든 사람이 사랑을 준비하며 살지 않잖아요. 다음 시즌에서는 송화의 이후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을까요? 이번에 시즌제를 하면서 저희 역시 아쉬움은 늘 남지만, 지난 8개월 간 경험한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부분은 신선했어요. 시즌 2에 대해서는 2021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올 예정이니, 방송을 통해 모든 부분을 확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