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꼬리표는 여전...코로나 위기 속 영업이익 흑자 '선방'
올해 장밋빛 전망에 회의적 견해 우세...수익 나지 않는 태생적 한계 탓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2018년부터 공영홈쇼핑을 이끌고 있는 최창희 대표이사(72)는 올해 7월로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취임 전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던 최 대표는 올 상반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흑자라는 뚜렷한 경영 성과를 달성해 오랜 수식어를 떼고 경영인으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이사. [사진=남라다 기자] 2020.07.09 nrd8120@newspim.com |
최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이뤄낸 흑자 달성이라는 성과에 도취될 여유는 없다. 그의 앞에는 당장 해결해야 할 경영 현안이 산적하기 때문. 지난해 동결된 송출수수료 협상은 코 앞에 닥친 과제다. 최 대표는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혁신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사업구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낙하산 꼬리표 벗을까?...코로나 위기 속 올 상반기 흑자 달성 '선방'
최 대표는 취임 후 끈질기게 괴롭힌 것은 '낙하산' 꼬리표다. 취임 전부터 그를 따라붙었던 수식어다. 매년 국정감사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낙하산 질문은 끊이지 않고 등장했다. 2012년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홍보 고문으로 활동한 만큼 '보은 인사'로 '낙하산' 아니냐는 논란이다. 최 대표는 문 대통령의 경남고 4년 선배이기도 하다.
이러한 논란은 여전하다. '홍보·기획통'인 최 대표는 TV홈쇼핑이나 유통업계 경력이 전무한데다 경영전문성도 다른 지원자들보다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사장 공모에는 농협 출신이나 유통 관련 교수, 민간 홈쇼핑 임원들이 대거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취임 후 1년간 계속된 숱한 논란에 휩싸이며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한해에는 심화된 영업적자에 더해 방송송출 중단사고, 채용비리 문제, 무리한 신사옥 건립 추진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취임 2년차에 들어서는 올해 초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TV홈쇼핑업체 유일하게 '공적 마스크' 판매처로 지정되며 반전을 맞았다.
올 상반기(1~6월까지)는 2015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최창희 대표는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취임 2주년이자 개국 5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올 상반기 판매실적을 공개했다.
실제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한 올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취급액은 4545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신장했다. 영업이익도 7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창사 이래 5년 만에 첫 분기 흑자 달성이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영업이익이 55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흑자를 달성한 것은 올 상반기가 처음이다.
공영홈쇼핑 개국 이후 실적 추이. [자료=알리오] 2020.07.09 nrd8120@newspim.com |
이러한 호실적은 공영홈쇼핑이 TV홈쇼핑에서 유일하게 공적 마스크 판매채널로 지정되고 비대면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신규 고객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 대표는 "홈쇼핑사 유일하게 공적 마스크 판매처로 지정되면서 노마진 등 마스크 5개 원칙을 세워 판매의 공정성을 유지했다"며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과 화훼 및 친환경 급식농가를 돕기 위한 특별방송 편성 등으로 공적 가치가 폭넓게 확산하면서 인지도 상승효과와 판매실적 향상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자체 분석했다.
공영홈쇼핑은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취급액이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는 올해 초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취급액 8400억원보다 1600억원이 상향된 전망치다.
유통 대기업들마저 코로나 사태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 대표의 '긴축 경영'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공영홈쇼핑은 지난해부터 운영 비용 축소를 위해 긴축재정에 돌입한 상태다. 임원급인 실장 이상 연봉을 10% 삭감하고 업무추진비도 50% 이상 줄였다.
'낙하산' 논란을 잠재우고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진 모습이다. 최 대표의 임기는 1년 남았다. 공영홈쇼핑 대표의 임기는 3년이다.
연임 의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최 대표는 "저는 올해로 72세다. 유통 생태계가 빠르게 변하고 디지털 체제로의 전환 속도가 빠른 만큼 트렌드와 고객 니즈에 맞는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젊은 인재가 와서 경영을 해야 한다"고 재도전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올해 장밋빛 전망에 회의적 시각 多...태생적 한계 탓
다만 최 대표의 이 같은 장밋빛 청사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공영홈쇼핑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 탓이다.
공영홈쇼핑의 판매수수료는 20%로 업계 최저다. 1000만원을 벌면 200만원을 홈쇼핑이 가져가는 구조다. TV홈쇼핑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34%다. 공영홈쇼핑이 타사에 비해 14% 낮은 판매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임대료 50억원 등 비용을 빼면 판매수수료 12% 이하를 갖고 경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최 대표는 원칙적으로 판매수수료를 23%로 회복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박근혜 정부 때 20%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것이어서 3% 인상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송출수수료 협상도 난관이다. 지난해에는 IPTV 사업자들의 배려로 송출수수료가 동결돼 흑자를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지만, 올해 상황은 다르다. 당장 재협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만약 다른 TV홈쇼핑 업체들과 비슷하게 20% 인상률을 요구받는다면 사실상 흑자 달성 목표는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최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판매수수료, 송출수수료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판매수수료와 송출수수료 현실화가 시급한 문제다. "며 "올 상반기에 76억원, 하반기에는 120억원의 흑자를 내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다고 해도 송출수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흑자를 낼 수 없는 구조다. 지난해 동결된 송출수수료를 지키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사진=공영홈쇼핑] |
게다가 국내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물만을 취급하는 것도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기업 판로 확대'라는 동일한 취지로 설립된 홈앤쇼핑(80%)보다도 20%나 높다.
최 대표는 '경영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나는 사업구조로 혁신해야 한다며 5가지 혁신전략을 제시했다.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사업과 중소기업 제품 직매입 100%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돈이 되는' 사업구조를 전환하기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쇼핑 업계의 관계자는 "공영홈쇼핑의 방만한 경영이 적자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며 유통에 정통한 인물을 경영진으로 앉히지 않고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임원으로 선임돼, 민간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지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국한된 상품은 물론, 온라인몰·모바일앱 등 플랫폼에도 유입되는 고객 수가 다른 업체에 비해 적다. 충성고객 확보가 이익 창출로 이어지는 만큼 여기에 문제가 있다"며 "판매수수료와 송출수수료 조정은 기업 의지만 갖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지난해 동결된 송출수수료는 올해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날 밝힌 경영전략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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