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의원, 본인 소유 반포 아파트 근저당권 설정돼
지난달 말 전주세무서장 명의 접수…을구 설정 '이례적'
노조, 사재출연 막기 위한 꼼수 의심…의원실 "회사가 책임질 일"
이스타항공 구조조정 속도…다음달 직원 절반 이상 감원 방침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제주항공과 인수합병(M&A) 무산으로 파산위기에 처한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다른 항공사들과 달리 이스타항공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조차 받지 못한 채 7개월째 임금을 못받고 있는 상태다.
5억원의 고용보험료 체납만 해결하면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직원들 급여를 일부 지급할 수 있지만 이스타항공은 이마저도 낼 자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은 지난달 말 본인 소유의 서울 서초동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의원이 이스타홀딩스를 설립해 자녀들에게 이스타항공 주식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탈세 의혹을 주장해온 이스타항공 노동조합은 이 의원이 사재 출연을 피하기 위해 근저당을 설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제주항공이 인수합병(M&A)을 위해 이스타항공에 요구한 선결조건 마감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제주항공은 15일까지 이스타항공이 선결요건을 충족할 것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15일까지 선결요건이 해결되지 않는다 해도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혀 15일 이후 제주항공의 입장이 나올 전망이다. 사진은 14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2020.07.14 mironj19@newspim.com |
21일 이상직 의원이 소유한 반포주공 1단지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지난달 30일 전주세무서장을 채권자로 한 근저당이 설정됐다. 채권 최고액은 42억5000만원이다.
근저당 설정에 대해 전주세무서 관계자는 "세금 납부에 관한 개인의 정보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작년 1월부터 고용보험을 납부하지 못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다른 항공사들은 국제선이 마비된 3월부터 유급·무급휴직을 진행하면서 지원금을 활용해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이 의원이 사재 출연을 해서라도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직원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작년 3월 공개된 관보 기준 이 의원의 재산은 총 35억7300여만원이다.
노조는 이 의원이 근저당 설정을 통해 자산을 지키고자 하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7월 들어 노조가 회사 측에 이 의원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자 오히려 최근 이 의원의 주요 자산인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에 거액의 근저당이 설정됐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보유한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는 최근 30억 후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채권자가 전주세무서장으로 설정된 근저당은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세무회계 관련 한 전문가는 "세무서는 보통 등기부등본상 소유권에 관한 사항인 갑구에 압류 목적으로 기재가 된다"며 "은행 등 채권자가 을구에 작성되는데 세무서가 근저당을 설정하는 것은 보기 힘든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주세무서 관계자는 "(세무서에서 을구에 근저당을 설정하는 경우에 대해) 설명하면 구체적인 정황이 될 수 있어 말씀드릴 수 없다"며 "답변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노조가 이 의원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는 근거는 이 의원 자녀 소유의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탈법적인 자금 지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노조 주장에 따르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인 이스타홀딩스는 사모펀드를 통해 100억원을 차입한 뒤 이스타항공 지분 68%를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의 친인척이 소유한 새만금관광개발, 아이엠에스씨 등이 갖고 있던 이스타항공 지분을 이스타홀딩스에 헐값에 매입했다.
노조는 지난달 말 이런 내용을 근거로 조세포탈죄 등의 혐의가 있다며 이 의원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 소유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 등기부등본 [자료=대법원 인터넷등기소] |
이 의원실 측은 근저당 설정은 정상적인 세금 납부의 일환일 뿐이라며 고용보험료 납부 의무는 회사에 있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납부할 세금이 있어서 그 부분이 등기부등본에 반영된 것으로 안다"며 "이스타항공 문제는 회사에서 책임지기로 돼 있는 문제여서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회사 재매각을 위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31일 구조조정 명단을 발표한 뒤 다음달 말 이들을 정리해고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리해고 대상은 남은 직원 1200여명의 절반 이상인 700여명이 될 전망이다.
동시에 회사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추후 재고용과 체불임금 지급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사측은 지난 18일 100% 재고용을 전제로 대규모 인력 감축 방안을 설명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 뒤 법정관리를 전제로 한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법정과리 중에도 신규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DIP 파이낸싱을 활용, 국내선 재개를 위한 자금을 확보해 경영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파산 위기의 기업이 사업을 지속하면서 채무 조정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금을 말한다.
다만 현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이 전략적 투자자(SI)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매각이 진전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