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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의 수선전도] 전염병 전초기지 '활인서'와 코로나19 사투

기사입력 : 2020년08월27일 15:15

최종수정 : 2020년08월27일 15:15

영조시절 전염병으로 조선인구 100명 중 3명 사망
코로나19 재확산에 의료파업 위기..방역 백척간두

[편집자] 수선전도(首善全圖)는 조선의 수도 한양을 목판본으로 인쇄한 지도입니다.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쪽 도봉산부터 남쪽 한강에 이르기까지 당시 서울의 주요 도로와 동네, 궁궐 등 460여개의 지명을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수선전도에 있는 지명들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오승주의 수선전도'는 이 지도에 나온 동네의 발자취를 따라 지명과 동네에 담긴 역사성과 지리적 의미, 옛사람들의 삶과 숨결 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오늘 숨가쁜 삶을 사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계획입니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세종 27년(1445년) 10월27일. 방대한 양의 의학서가 왕명에 따라 완성된다. 365권의 한국적 의학 집대서, '의방유취'(醫方類聚)다. 세종이 직접 이름 지었다. 집현전에 지시해 중국을 비롯한 동양의 의학서를 수집하고, 질병에 따라 분류작업을 거친 뒤 의관(醫官)을 모아 편집한다. 이후 왕자(안평대군)를 총책임자로 삼아 감수를 하게 한 지 3년만에 완성본을 내놨다.

세종의 꼼꼼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처음 365권으로 편성된 책은 더하고 빼고 교정을 거쳐 266권 264책으로 정리·축소됐다. 곧바로 인쇄하지 않았다. 아들 문종과 세조 때까지 정리작업이 이어진다. 32년이 흐른 성종8년(1477년) 인쇄 출판해 내의원과 전의감, 혜민서, 활인서 등 관계 관아에 반포했다.

◆계절 상관없이 발병..조선의 골칫거리

의방유취는 간행 이후 전염병이 창궐할 때 활용되었다. 중종 19~20년(1524년~1525년) 사이에 전염병이 유행했다. 중종은 의방유취에서 전염병 예방과 치료법들을 찾아서 정리해 관련 관청에 보내도록 했다. 한글로 적은 처방집은 '속벽온방'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경록, 조선전기 의방유취의 한계, 2012년 12월31일)

조선은 자연재해도 골칫거리였지만, 전염병도 국가의 근원을 뒤흔드는 중대사였다. 세종이 의방유취를 펴낸 이유도 당시 쉴 새없이 창궐하던 전염병 때문이었다. 의방유취가 편찬된 세종 27년(1445년) 이전 세종 통치하로만 한정하더라도 세종 원년(1419년)을 비롯해 재위 2년, 3년, 6년, 9년, 14년, 15년, 16년, 19년, 22년에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계절에 상관없이 전염병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가슴아픈 일도 속출했다. 전염병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가족을 버리고 도망가고, 병에 걸린 아이를 길에 버린 뒤 아이가 쫒아오면 나무에 매달아 버리는 일도 발생했다.

세종 19년(1437년) 음력 2월9일 기사다. '금년 봄에 이르러서는 역질이 크게 유행하여 주린 사람이 병에 걸리면 곧 죽었다. 백성들이 자기 손으로 소와 말을 잡고, 나무껍질을 벗기고, 보리 뿌리를 캐어 먹이를 하며, 처자를 보전하지 못하여 처자를 버리고 도망하는 자도 있고, 혹은 아이를 길에 버리어 아이가 쫓아가면 나무에 잡아매고 가는 자도 있고, 닭과 개가 저절로 죽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기후변동이 전염병 발생에 미친 영향(이준호, 한국지역지리학회지 제25권 제4호, 2019년)에 따르면 조선왕조 525년(1392년~1917년) 동안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된 전염병은 햇수로 총 320년이다. 연평균 2.73회(1455건) 발생했다.

실록에서 전염병은 ▲온역(25건) ▲역병(26건) ▲질역(22건) ▲여질(15건) ▲역려(22건) ▲역기(7건) ▲역질(253건) ▲여역(408건) ▲역(785건) 등으로 중복 사건을 제외하고 모두 1455건이 수록돼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전염병에 대한 최초 기사는 태조 2년(1393년) 3월 29일 '회암사에서 여름에 역질이 돌았다'는 기록이다.

영조 26년(1750년)에는 현재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처럼 전염병이 연중 기승을 부리며 22만3578명이 사망한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세종 때 한국형 의학서로 편찬된 의방유취. 보물 1234호로 지정돼 있다. <자료=문화재청> 2020.08.27 fair77@newspim.com

당시 실록 기사다. '이달에 역질이 크게 치성하여 사망자 수효가 해서는 해주 등 11개 고을에서 45명, 관서는 865명, 영남은 함양 등 6개 고을에서 43명, 호서는 5089명, 경기는 2192명, 호남은 1650명, 관동은 1531명, 강도는 145명, 송도는 132명이나 되었다.(영조 26년 음력 1월 28일 6번째 기사)

모두 1만1692명이다. 이후 실록에서는 월별로 사망자를 집계한다. 2월 6233명 ▲3월 3만7581명 ▲4월 2만5547명 ▲5월 1만9849명 ▲6월 3만300명 ▲7월 2만2261명 ▲8월 2246명 ▲9월 6만7869명이다. 10월부터는 숫자를 세다가 포기한 건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건지 모르겠지만, 집계가 중단된다. 1750년 음력 1월부터 9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전염병 사망자는 모두 22만3578명에 이른다.

통계청의 한국통계발전사(2016년12월)에 따르면 조선의 인구(16~60세 장정 기준)는 중종 때 374만5481명에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인조 때 153만1365명으로 급감한다.

이후 영조때 700만명을 회복한 뒤 정조 당시에는 732만명 수준까지 증가했다. 농업 생산력 확대와 상업이 활발해 지면서 인구 증가도 가파르게 이뤄졌다.

1750년 전체적인 조선 인구가 700만명선이라고 보면, 사망자 비율은 3.2% 정도다. 국민 100명 가운데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총인구수(2020년 6월 기준)는 주민등록상 5183만9408명이다. 요즘으로 치면 166만명이 단 한번의 전염병으로 세상을 등진 대참사다.

◆서민 전염병 전초기지 '활인서'

해마다 적어도 2차례 이상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백성들이 쓰려져 가는데, 조선왕조는 넋놓고 바라만 보고 있었을까. 아니다. 조선은 의료체계가 잘 확립돼 있었다.

조선의 의료체계는 고려 제도를 본받았다. 대표 의료기관 3곳을 통틀어 삼의사(三醫司)라고 했다. 내의원(內醫院), 전의감(典醫監), 혜민서(惠民署)를 지칭했다. 내의원과 전의감은 임금을 비롯한 왕실의 치료와 약제 공급을 전담했다. 때로 왕이 신하에게 의원을 보내거나 약제를 하사하는 등 고위 관료의 치료도 담당했다.

혜민서는 조선건국 초기 혜민국이었지만, 세조 때 혜민서로 이름이 바뀌면서 서민들의 치료와 돌봄을 담당했다. 혜민서 아래에는 한양 동쪽과 서쪽에 동서 활인서(東西活人署)를 설치해 전염병 업무를 담당했다.

의녀(醫女)들도 한양과 지방에 배치돼 부녀자의 질병치료와 의원의 진료와 치료를 도왔다. 한류 드라마의 원조격으로 꼽히는 '대장금'의 장금은 중종 시대 활약했던 의녀다. 실력이 출중했던 탓에 숱한 상을 받고 중종의 지척에서 진료와 간호를 도맡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수선전도에 나타난 동서활인서. 활인서는 한양도성에 거주하는 병든 사람을 구호하고 치료하는 일을 담당하던 종6품 아문에 해당하는 관서이다. 동활인서는 태종 14년(1414년) '동활인원'이라는 이름으로 동소문 밖에 처음 설치됐다. 세조 12년(1466년) '활인서'로 이름을 바꿨다. 한때 폐지되기도 했으나 효종 때 유민이 서울로 몰려들자 진휼이 실시되면서 활인서의 기능이 개선됐다. 영조 8년(1732년)에는 광희문 밖으로 아예 자리를 옮겨 운영됐다. 2020.08.27 fair77@newspim.com

임금 가운데서는 세종과 세조, 정조가 의학에 조예가 깊었다. 세종은 향약구급방과 의방유취 등 의학서를 주도해 편찬하는 작업을 실시할만큼 의학에 일가견이 있었다.

세조는 계유정난으로 조카를 쫒아내고 왕위에 올랐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세종의 아들답게 의학과 천문 등에 통달해 조선의 의료체계 확립에 기여했다.

제도는 잘 갖춰졌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당시에도 인간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의원들이 있었지만, 의술을 무기로 백성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 다반사였던 모양이다.

세조 10년(1464년) 1월 7일 경신 1번째 기사다. 세조가 의원들의 실력이 없음을 탓하고, 환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세태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의술은 세간의 요법이요 국가의 이해에 관계되는 바로서 성인이 이뤄 놓은 지극한 공업(功業)인데 사람이 못나고 가르침이 해이하였으며, 여덟 가지 종류로 구분하였으나 간악하고 어리석은 무리들이 다투어 숨기어서 죽임은 있으되 살림은 없으니, 진실로 경장(更張·혁명적으로 고침)하지 아니하면 그 사고가 적지 아니할 것이다. 금후로는 의원을 제수할 때 반드시 실지의 재주를 상고하고 자격에 구애하지 말 것이다."

'임금은 성학이 고명하여 통하지 아니하는 바가 없고 천문·지리·의약·복서에 이르기까지 다 극히 정하게 연구하였다. 이 때에 이르러 의술이 부정한 것을 염려하여 이러한 명이 있은 것이다.'

전염병이 만연할 때 서민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동서활인서였다. 동활인서는 광희문 밖에 설치돼 있었다. 서활인서는 서소문 밖에 위치했다.

전염병이 돌면 요즘처럼 '격리치료'를 했다. 하지만 치료에도 차별이 있었다. 인조 23년(1645년) 2월 10일 실록 기록이다.

'왕이 하교하기를 "동·서 활인서에서 전염병 환자를 몇 사람이나 출막(出幕·전염병에 걸린 사람을 따로 막을 치고 격리) 시켰는가?" 하니, 정원이 아뢰기를 "양쪽 활인서에서 출막시킨 환자는 모두 696인이었는데, 죽은 사람이 8인이고, 완전히 나은 사람이 271인이며, 지금 병막에 남아 있는 사람이 413인이라고 합니다."하였다.

이때 서울에 전염병이 해를 거듭해서 크게 번져 민간에는 청결한 집이 없었고 사망자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으나 동·서 활인서에서 출막시켜 구활된 사람은 모두가 사대부 집 하인들뿐이었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아현·염리 일대에 있었던 서활인서 표지석. 활인서는 조선시대의 의료기관 중 서민의 의료를 담당했던 기관이다. 전염병과 함께 굷주린 백성에 대한 구휼까지도 담당하였다. 서활인서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지만, 관련 기록을 토대로 보면 아현동이 가장 유력한 터다. 현재 아현중학교 정문 앞 마포도로변에 '서활인서터' 표석을 세워놨다. <자료=서울역사박물관>2020.08.27 fair77@newspim.com

◆전염병과 의료진, 코로나19 방역

2020년은 전염병으로 얼룩진 해로 기록될 만하다. 연초부터 시작돼 여름을 지나 가을이 보이는 시점까지 '코로나19'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오히려 재확산하며 다시 일상생활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여기에 홍수와 태풍 등 자연재해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모드로 들어간 시기에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 정책과 의료계가 대립하고 있다. 각자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도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의료계가 똘똘뭉쳐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지금 이 시각에도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코로나19를 저지하기 위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의 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의방유취 첫머리에 적시된 '의학에 임하는 자'에 대한 각오를 되새기고 있을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의료계 2차 총파업 이틀째를 맞이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이 내원객들로 분주하다. 2020.08.27 leehs@newspim.com

당시 조선이 서양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알았을 리 없지만, 내용은 인간 생명의 존중과 의학의 존재 이유에 대해 비장하게 적었다.

'무릇 대의(大醫·큰 의학)는 질병을 치료할 때 반드시 자기의 정신과 생각을 안정시키고 원하거나 바라는 것도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자애롭고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을 발휘하여 사람들의 고통을 널리 구원하겠다고 서원(誓願·맹세하고 소원을 비는 것)해야 한다. 만약 질병에 걸린 사람이 찾아와서 구원을 요청하면 그 사람의 귀천과 빈부, 나이와 추미(醜美·추함과 이쁨), 원친(怨親·원수와 친구 여부)과 친소, 지역과 지능을 따질 겨를도 없이 마치 지친(至親·가장 가까운 친척)을 대하듯 두루 동등하게 대우한다. 또한 대의는 앞뒤를 재보거나 스스로 길흉을 헤아려보면서 자기 목숨을 지킬 틈도 없다. 환자의 고통을 보면 마치 자기가 아픈 듯이 여기면서 진심으로 슬퍼하므로, 험한 지형, 낮과 밤, 추위와 더위, 굶주림과 목마름, 피로 따위를 피하지 않는다. 혼신을 다해 달려가 구원할 뿐,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백성들의 대의가 될 수 있으며, 이와 반대로 한다면 사람들의 거적(巨敵·큰 적)이 된다.'

'비록 질병은 빨리 치료해야 한다라고 말하더라도, 모름지기 치료 과정에서 의혹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 중요하다. 오직 자세히 살피고 여러모로 생각해야 하며, 다른 사람 목숨 위에 군림하여 마음껏 자기 편리한 대로 하면서 명예를 구하는 행위는 아주 어질지 못한 짓이다.'(의방유취 권1 /총론 1 /대의(大醫)의 마음가짐에 대해 논함)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27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441명 늘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신천지예수교 관련 집단 감염이 이어졌던 지난 3월7일 (483명)이후 최대규모다. 이날 오후부터 운영을 재개한 서울 중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08.27 dlsgur9757@newspim.com

의료계뿐 아니라 시민들도 다산 정약용이 200여년전 목민심서에서 제시한 전염병 예방법을 재차 각인할 필요가 있다. 사회를 지키는 것은 혼자만의 욕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릇 염병이 전염하는 것은 모두 콧구멍으로 그 병기운을 들이마셨기 때문이다. 염병을 피하는 방법은 마땅히 그 병기운을 들이마시지 않도록 환자와 일정한 거리를 지켜야 할 것이다. 무릇 환자를 문병할 때는 마땅히 바람을 등지고 서야 한다. (목민심서 / 애민 6조 / 제5조 관질(寬疾))

fair7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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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상 쟁점…쌀·쇠고기·구글지도 [세종=뉴스핌] 최영수 선임기자 = 한미 관세협상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오는 8일 1일까지 관세 유예기한이 연장되면서 일단 3주간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쟁점이 여전히 남아 있어 앞으로의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수차례 협상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은 결국 '비관세장벽' 때문이다. 특히 한국 측이 민감분야로 설정하고 있는 ▲쌀 시장 개방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허용 ▲구글 정밀지도 반출 허용 등 3가지 쟁점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제조업 협력' 카드 제시했지만…美, 농축산물 개방까지 요구 미국 정부는 오는 8월 1일부터 한국에 대한 품목관세(25%)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8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전 1시 20분(한국시간)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 및 발효일자 등이 포함된 서한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2일 발표한 국가별 관세와 같은 수준이다. 협상 시한이 3주간 연장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한국 정부는 앞서 미국 측에 '제조업 협력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미국 측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이 농축산물 등 민감분야를 사수하면서 '제조업 협력' 카드만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결국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짧은 시간동안 국익 최우선 원칙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이슈들에 대해 합의 도출까지 시간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 자동차·철강 품목관세 인하 vs 농·축산물 개방 '저울질' 한미 간 몇 차례 협상에도 진통을 겪고 있는 이유는 결국 미국 정부가 농축산물 시장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국의 정밀지도를 구글에 허용해 달라는 요구 역시 한국 정부로서는 민감한 쟁점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 정부의 목표는 이 같은 민감분야를 사수하면서 자동차·철강 품목관세를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6일 협상 결과에 대해 "자동차와 철강 등 품목관세 철폐 또는 완화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USTR 대표가 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관세협상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025.07.06 dream@newspim.com 문제는 농업계와 소관부처(농림축산식품부)를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과거 정부도 쌀 시장 개방과 쇠고기 수입을 검토했다가 강한 저항에 부딪혀 보류한 바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품목관세를 완전히 철폐하는 조건이라면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산업부는 8일 미국 정부의 발표에 대해 "미국 측의 주된 관심사인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국내 제도 개선, 규제 합리화 등과 함께, 양국 간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통해 핵심산업 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측의 요구대로 자동차, 철강 등 품목관세를 원하는 수준으로 인하(철폐)될 경우, 미국 측이 요구하고 있는 비관세장벽 개선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국 품목관세 철폐와 비관세장벽 개선 두 가지 요소를 놓고 얼마나 균형적이고 합리적이 수준으로 타결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가 '상호호혜적이고 균형적인 협상'을 기본 원칙으로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부는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남은 기간 동안 상호 호혜적인 협상결과 도출을 위해 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ream@newspim.com 2025-07-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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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살' 슈퍼주니어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슈퍼주니어(SUPER JUNIOR,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소속)가 8일 정규 12집 'Super Junior25'(슈퍼주니어 이오)로 컴백했다. 이번 앨범은 슈퍼주니어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다. 총 9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타이틀 곡은 'Express Mode'(익스프레스 모드)다. 'Express Mode'는 댄서블한 사운드와 중독적인 후렴구가 특징인 업템포 클럽 팝 곡으로, 가사에는 현재에 멈추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패기 넘치는 태도를 담았다. 어느덧 20년이 된 슈퍼주니어가 컴백을 기념하여 일문일답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데뷔 20주년을 맞은 슈퍼주니어.[사진= SM엔터테인먼트] 2025.07.08 oks34@newspim.com 1. 드디어 정규 12집,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이 발매되는 소감은?- 이특: 슈퍼주니어가 20년을 함께했다. 저 역시 너무나 놀라운 시간이었는데,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욱 놀라운 시간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 시원: 믿기지 않을 만큼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값진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함께해 준 멤버들, 스태프들, 그리고 무엇보다 변함없이 곁을 지켜준 팬분들 덕분에 이 앨범이 더욱 의미 있게 완성될 수 있었던 것 같아 감사하다. 2. 앨범명도 특별하다. 'Super Junior05'에서 'Super Junior25'가 됐는데, 슈퍼주니어에게 있어 가장 많이 바뀐 것과 그래도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희철: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저의 외모.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다이어트도 하고 식단도 했는데…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은 이특, 은혁의 동안력과 몸무게. 둘을 보며 좋은 자극을 많이 받는다.- 예성: 정신 연령? ㅎㅎ 우리는 아직 20대 같다.- 려욱: 멤버들의 입담과 '티키타카'는 변함없는 것 같다. 대본 없이 우리끼리 카메라 하나 두고도 콘텐츠 백만 개는 나올 것 같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데뷔 20주년을 맞은 슈퍼주니어. [사진= SM엔터테인먼트] 2025.07.08 oks34@newspim.com 3. '히트곡 부자'로 유명한 만큼 타이틀 곡을 정하면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 'Express Mode'가 선정된 이유가 있다면?- 예성: 다른 좋은 곡들도 많았지만 이 노래가 가장 '타이틀 곡' 같다고 느껴졌다.- 신동: 저희는 항상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하지 않나, 이번에도 고민 진짜 많이 했다. 그런데 'Express Mode'를 듣자마자 다들 "이거다!" 싶었다. 슈퍼주니어다운 에너지와 재치, 그리고 요즘 감성까지 딱 잘 버무려진 곡이라, 들으면 그냥 바로 타이틀! 하는 느낌이다.- 은혁: 20주년이라는 숫자와 지금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한발 한발 더 나아가겠다는 의미도 있고, 음악과 퍼포먼스도 우리를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려욱: 데모 들을 때만 해도 'Haircut'에 한 표를 던졌던 나였지만, 녹음을 하고 보니 'Express Mode'가 우리의 에너지를 잘 담고 있었고 퍼포먼스까지 멋지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돼서 인정하게 됐다. 4. 최근 일상에서 나를 제일 'Express Mode'로 설레게 혹은 달리게 만드는 것은?- 희철: 반려견 기복이 산책.(웃음) 기복이 활동량이 상당해서 하루에 몇 번씩 산책을 하는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기복이가 저를 미친 듯이 달리게 만든다.- 예성: E.L.F.들과 어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Express Mode'로 달리게 만든다. 우리 더 가까워지자!- 려욱: 노래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E.L.F.들에게 멋진 노래를 들려주고 싶고, 하루빨리 콘서트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다.- 규현: 퇴근 후 접속하는 '33 원정대'.(웃음) 오랜만에 빠지게 된 게임이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데뷔 20주년을 맞은 슈퍼주니어. [사진= SM엔터테인먼트] 2025.07.08 oks34@newspim.com 5. 타이틀 곡 'Express Mode' 퍼포먼스, 준비하면서 어렵지는 않았는지?- 예성: 디스크 때문에 조금 고생했지만 안무가 좋아서 더 열심히 했다.- 신동: 솔직히… 좀 힘들었다. 하하! 퍼포먼스가 진짜 'Express Mode'로 달려야 해서, 예전처럼 체력으로만 밀어붙이긴 어렵더라. 대신 디테일한 표현, 팀워크를 더 살리려고 노력했다. 근데 또 무대 올라가면 신기하게 힘이 난다. E.L.F. 앞이라 그런가 보다.- 은혁: 멤버들 모두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잘 준비했다. 그래서 그런지 전혀 어렵지 않았다.(웃음) 6. 앨범 콘셉트인 'SUPER AWARDS'처럼 서로에게 주고 싶은 상 이름을 직접 정해본다면?- 신동: 은혁이한테 '몸이 한 개로 부족했상'을 주고 싶다. 안무 짜랴, 디렉팅 보랴, 촬영 챙기랴… 진짜 슈퍼 히어로다. 그리고 희철이 형한테는 '말은 많았지만 행동도 많았상', 은근히 뒤에서 멤버들 챙기고 조용히 마음 써준 거 다 알고 있다. 나머지 멤버들에겐? '아직도 이렇게 잘생겼상' 드린다. 왜냐면… 정말 아직도 잘생겼으니까.(웃음)- 려욱: '너네가 짱이야 상' 7. 지난 20주년을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지?- 시원: 나이가 드는지 데뷔 무대가 갑자기 기억이 난다.- 려욱: 데뷔했던 순간이 제일 마음에 와 닿는다.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를 떠다니듯 춤추고 노래했던 기억이 난다. 꺼진 마이크에 크게 목놓아 부른 'Twins'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규현: 'SUPER SHOW' 투어를 다닐 때인 것 같다. 어느새 너무 오랜 시간 공연을 해와서 기억도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역시 남는 건 벅차게 느꼈던 공연 순간의 감동이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데뷔 20주년을 맞은 슈퍼주니어. [사진= SM엔터테인먼트] 2025.07.08 oks34@newspim.com 8. 슈퍼주니어하면 콘서트도 빼놓을 수 없는데, 'SUPER SHOW 10' 투어가 곧 시작된다. 200회 공연도 앞두고 있는데, 앞으로 새롭게 세워보고 싶은 기록이 있다면?- 이특: 숫자에 대한 기록이라면 300회, 400회, 계속해서 새로운 숫자를 써 나가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흘렀을 때 'SUPER SHOW'가 더욱 다양한 콘텐츠로 새롭게 재탄생하기를 바라본다.- 예성: 기록에 대해선 큰 생각은 없지만 하다 보니 200회 공연이 되다니 신기하다. 벌써 우리가 이렇게 오래 공연을 하고 있다니!- 려욱: 300회까지 가면 좋을 것 같다. 슈퍼주니어 멤버들과 관객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쌓일수록 그 횟수가 어떻든 행복할 것 같다.- 규현: 가보지 못했던 곳들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 세계에 E.L.F.가 살게 되는 기록도 꿈꿔본다! 9. 슈퍼주니어에게 붙는 수식어가 많은데,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앞으로 어떤 수식어를 더 만들어가고 싶은지?- 은혁: 너무 거창한 수식어들은 솔직히 좀 민망하고 쑥스러운 것 같다. 그냥… '수식어가 필요 없는 그룹' 슈퍼주니어라는 표현이 가장 좋지 않을까?- 려욱: '한류 광개토대왕'이 제일 좋다. 어렸을 때 광개토대왕을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내 마음에 콕 박힌다. 10. 이번 앨범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희철: 이제 우리가 무슨 바라는 목표가 있겠나… 무탈히 즐겁게 활동 잘 마치길 바란다. 사랑한다 멤버들아!! 건강하자!!- 예성: 활동 끝까지 무사히 잘 해내고 싶다. 즐겁고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시원: 이번 앨범은 단순한 앨범이 아니라, 저희가 걸어온 20년의 시간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 여정이 누군가에겐 시작점의 작은 용기나 희망이 되고, 후배들에게는 '이렇게 꾸준히, 진심으로 해 나가면 가능하구나'라는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한다. 11. 20년 동안 슈퍼주니어를 지켜준 E.L.F.에게 한 마디- 이특: 한결같이 우리를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E.L.F.! 이제는 우리가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고,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늘 고맙고 사랑한다!- 동해: E.L.F.가 없었다면 모든 것이 불가능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꽃이 예뻐도 하늘에 햇빛이 없고 물을 주지 않으면 시들듯이, 우리는 E.L.F.라는 존재가 없으면 내일 당장 시들어 버릴 거다. E.L.F.에게 너무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진심으로 사랑해!- 려욱: 우리와 함께해 준 영원한 친구 E.L.F.들 정말 고마워. 함께 울고 웃던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다. 내 인생에 큰 선물이고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 20주년 너무 감사하고 우리 앞으로 함께하자. 사랑해. 슈퍼주니어는 8월부터 데뷔 20주년 기념 투어 'SUPER SHOW 10'(슈퍼쇼 10)에 돌입한다. 투어의 막을 올리는 서울 공연은 8월 22~24일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개최된다. 또한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9월 홍콩, 자카르타, 10월 마닐라, 멕시코시티, 몬테레이, 리마, 산티아고, 11월 타이베이, 방콕, 12월 나고야, 2026년 1월 싱가포르, 마카오, 쿠알라룸푸르, 가오슝, 3월 사이타마까지 슈퍼주니어는 전 세계 16개 지역에서 투어를 이어가며 '레전드 공연킹'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20주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할 전망이다. oks34@newspim.com 2025-07-0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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