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마음놓고 두 번째 샷 날린 후 TIO 구제받아…투어 스스로 메이저대회 위상 깎아
[서울=뉴스핌] 김경수 객원 골프라이터 = 지난주 미국LPGA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이미림의 쾌거가 투어측의 엉성한 코스 세팅으로 '옥에 티'를 남긴 듯하다.

이 대회는 10~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CC에서 열렸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갤러리 입장이 공식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이에따라 18번홀(파5·길이491야드)의 아일랜드 그린 주변에는 관전스탠드 대신 입간판만 세워져 있었다. 그 입간판이 문제였다.
입간판에는 대회 타이틀스폰서인 일본 항공회사 ANA의 로고, 도요 타이어 및 CME그룹 등의 문구·로고가 작게 새겨져 있었다. 광고판이라고 하기에도 좀 허전한 구조물이었다.
이 입간판은 18번홀 그린 바로 뒤에 가로로 길게 설치됐다. 선수들은 연습라운드 때부터 그 간판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그 홀 전략을 세웠다. 외신들은 그것을 '푸른 장벽'이라고 표현했다.
요컨대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도 볼은 그린 뒤 연못에 빠지지 않고 그 장벽이 막아준다. 볼이 그 장벽 안으로 들어가거나 장벽이 방해가 될 때에는 임시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TIO) 구제를 받고 다음 샷을 하면 된다. 그래서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군 선수들은 대부분 유틸리티나 우드로 그린을 향해 힘껏 샷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림과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대표적이다.
이미림은 마지막날 이 홀에서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군 후 우드로 두 번째 샷을 한 것이 그 장벽 앞에 멈췄다. TIO 구제를 받고 드롭한 후 세 번째 칩샷을 홀에 넣어 이글을 기록했다. 연장 진입의 발판을 마련한 이글이었다.
헨더슨도 최종일 이 홀 티샷이 러프에 빠졌으나 우드로 두 번째 샷을 했다. 볼은 낮고 강하게 날아가 장벽 속으로 들어갔다. 역시 TIO 구제를 받고 드롭한 후 버디를 기록하고 연장전에 합류했다.
이미림이 TIO 구제에 이어 뜻밖의 이글을 잡고 연장에 들어간 후 우승까지 하자 많은 외신들은 미국LPGA투어의 엉터리같은 코스 세팅 덕을 봤다고 적었다. 특히 이미림과 그 캐디는 연습 때부터 그 장벽을 이용하자는 전략을 짰다고 실토했다. 이미림의 캐디는 우승 직후 "두 번째 샷이 길어도 볼이 그린을 넘어 연못에 들어가는 대신 장벽이 막아주므로 자신있게 스윙하자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미림의 최종라운드 18번홀 두 번째 샷이 우연이 아니라, 미리 계획된 샷이었다는데 주목하고 미국LPGA투어를 나무랐다.
별 효용이 없는 그 장벽으로 인해 메이저대회 마지막 홀의 난도(難度)는 형편없이 낮아졌고, 챔피언이 우승 직후 다이빙하는 '포피스 폰드'의 레이아웃 의미도 없어졌다고 혹평했다. 티샷한 볼이 러프에 빠져 두 번째 샷을 레이업하고,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파를 기록한 넬리 코다(미국)만 그 장벽을 이용하지 못한 셈이 됐다. 그 전홀까지 선두였던 코다는 결국 이미림, 헨더슨과 연장전을 벌인 끝에 공동 2위에 머물렀다.
18번홀 그린 오른쪽 페널티구역에 수직으로 붙여 세운 간판도 상업적인 세팅이었다. 코로나19 와중에도 ANA를 알리려고 그랬을 성싶다. 이 입간판은 TIO로 규정됐는지, 코스와 분리할 수 없는 물체(ITO)로 규정됐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TIO라면 무벌타 구제를 받을 수 있으나, ITO라면 구제받지 못하고 그대로 쳐야 한다.
최종일 챔피언조로 플레이한 캐서린 커크(호주)의 이 홀 두 번째 샷이 하필 그 입간판 위에 멈췄다. 커크는 처음에는 구제받으려고 했으나, 구제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 간판 위에 놓인 볼을 그대로 쳤다.
외신들의 잇단 보도가 최종일 칩인 버디 2개에 칩인 이글 1개를 기록하고 연장끝에 우승한 이미림의 우승에 딴지를 걸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다만 미국LPGA투어의 개념없는 코스 세팅으로 말미암아 이미림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에는 작은 티가 남고 말았다. ksmk7543@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