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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맞은 창원조각비엔날레, 조각의 혁신과 미래를 묻다

기사입력 : 2020년10월30일 09:19

최종수정 : 2020년10월30일 09:40

[창원=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 경상남도 창원하면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하고, 위대한 조각가 우성 김종영(1915~1982)이 떠오른다. 창원에서 태어나 자란 뒤 일본 유학을 거쳐 서울대학교 교수를 역임한 김종영은 한국 추상조각의 새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작가다. 그가 동양과 서양의 미학을 꿰뚫으며 조각가로서 설파한 '불각(인위적으로 깎지 않는다)의 미'란 개념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김종영은 대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을 뛰어넘어 사물의 본성이 스스로 드러나도록, 그 생명력이 온전히 구현되도록 힘쓰며 보석처럼 빛나는 걸작들을 남겼다.

김종영의 뒤를 이어 '대칭의 미감'을 파워풀하면서도 독창적으로 구현한 문신(1923~1995)이 창원 출신이다. 좌우가 아름답게 대칭을 이루는 문신의 조각은 한국 뿐 아니라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호평을 받은바 있다.

뿐만 아니라 창원 진해 마산 일대에서는 박종배 박석원 김영원 등 한국 현대조각을 이끄는 주요 작가들이 다수 배출됐다. 또 오늘날에도 많은 후배 조각가들이 이 같은 전통을 잇기 위해 작업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무릇 창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의 도시이다. 이에 창원시는 조각 거장들의 예술혼을 계승하기 위해 지난 2010년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을 개최했고, 2012년부터 조각을 특화한 '창원조각비엔날레'를 2년 마다 열어왔다. 올해로 5회째에 접어든 '2020창원조각비엔날레'가 창원시 성산아트홀과 용지공원 일대에서 지난 9월17일 개막됐다.

[창원=뉴스핌] 이영란 기자= 시몬 데커 <버블 껌 인 창원>2020. 레진. 지름 168cm. 동그란 핑크빛 풍선껌 형상을 사람 키 보다 크게 제작해 창원시 용지공원에 설치했다. 관람객에게 초현실적인 낯선 만남을 선사하는 위트 넘치는 조각. [사진= 창원조각비엔날레] art29@newspim.com

금년으로 10주년 맞아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자기성찰적 주제인 '비조각-가볍거나 유연하거나'를 채택했다. 조각 내부의 담론을 파고들며 본질로 걸어들어간 셈이다. 다른 대규모 비엔날레들이 정치사회적 담론인 경계, 평화, 분단, 민족주의 등을 다루고 있는 것과 달리, 미학 내부의 담론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이루고 있다.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를 기획하고 진행을 총괄한 김성호 총감독은 "조각 내부의 담론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해 자기부정적 개념인 비(非)조각'을 메인 주제로 채택했다. 비조각은 '조각이 아닌 무엇'을 뜻하지만 자연 에너지 예술 등을 품는 '다양한 조각'을 지칭한다. 여기에 '가볍거나, 유연하거나'를 서브 주제로 선정해 딱딱하고 무겁고, 불변하는 조각이 아니라 부드럽고 가벼우며 변화하는 조각을 탐색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대조각의 통시적 변화과정과 현재의 상황, 앞으로의 과제와 미래를 점검하는 비엔날레를 목표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용지공원의 본전시1(야외전시)과 성산아트홀의 본전시2(실내전시), 2개의 특별전으로 이뤄진 2020창원조각비엔날레는 조각의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파격적이면서도 새로운 발상의 조각, 조각인 듯 조각 아닌 작품들을 다수 목도할 수 있다. 아, 이런 것도 조각 작품, 조각 오브제가 될 수 있구나 하고 다시금 조각의 여러 결을 곱씹어보게 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조각과 설치작업의 경계에 놓인 작업들, 결과가 아닌 과정에 방점을 찍은 작품들이 다수를 이뤄 조각 개념의 역설과 확장을 생각해보게 했다. 아울러 빛과 물, 흙과 바람까지도 조각의 매체로 얼마든지 수렴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년도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역대 어느 비엔날레보다 많은 34개국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34개국에서 86팀 94명의 작가들이 참가해 세계 곳곳에서 시도되는 현대조각의 기기묘묘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대륙의 5개국 작가들이 최초로 참여해 이채로왔다. 해외 커미셔너 기용, 지역 큐레이터와의 협력시스템 등도 올 비엔날레의 새로운 시도였다. 아울러 한국작가 52명 중 창원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7명이 포함돼 어느 때 보다 비중이 높았다.

본전시 중 용지공원 일원에는 '비조각으로부터'라는 제목 아래 14점의 조각이 야외에 설치됐다. 포정사 앞에 놓인 룩셈부르크 작가 시몬 데커의 핑크빛 조각 '버블 껌 인 창원'은 어린 시절 누구나 불어봤을 풍선껌을 거대한 형태로 재현한 작품이다. 먼발치에서 보면 곧 터질 것같은 연약한 풍선껌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합성수지(레진)로 사람 키보다 크게 만든 단단한 구형 조각이다. 재기발랄한 작업을 선보인 작가는 고정적인 것, 완성된 것이 아닌 가변적인 것, 역설적인 것을 추구하며 '때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보지 그래?'라고 속삭이고 있다. 유머와 위트가 있고, 유기적이며 신축성을 느끼게 하는 데커의 조각은 미래 조각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한국과 일본의 젊은 작가 오상훈, 스기하라 유타가 협력해 제작한 '라이트하우스'는 어둠이 내린 용지공원에서 또렷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높이 4.8m의 알루미늄 소재의 이 파빌리온은 내부에 장착된 빛과 파빌리온의 구조적 형태가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시각각 달라지는 공감각적 체험을 하게 만든다. 빛과 바람, 소리와 풀냄새까지도 조각이란 매스와 어우러지며 색다른 경험을 유도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성산아트홀 1,2층에서 열리는 본전시2는 프롤로그 섹션으로 시작된다. 백남준이 93대의 TV브라운관을 3단으로 쌓아올려 만든 '창원의 봄'은 영상 음악 미술이 어우러지며 비조각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모나코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미셸 블레이지의 '부케 파이널3'는 프롤로그 섹션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커다란 쓰레기통 위로 비누거품 같은 거품줄기가 솟구치며 거품산을 이룬다. 물질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며 불가측성을 실험해온 작가는 이 '거품 부케'를 통해 2020창원조각비엔날레가 추구하는 반어법적인 비조각을 똑부러지게 웅변하고 있다.

본전시2 중 스텝 4에 포함된 카리나 스미글라-보빈스키(폴란드)의 공간 설치작품 'ADA'는 코로나19 시대를 거울처럼 비춘다. 'ADA'는 헬륨가스가 가득 찬 비닐 구(球)가 직사각형의 너른 공간을 둥둥 떠다니는 작품이다. 비닐 구에는 검은 목탄이 촉수처럼 촘촘히 꽂혀 있는데 움직일 때마다 사방에 검은 점과 선의 흔적을 퍼뜨린다. 설치 당시에는 눈(雪)처럼 새하얗던 사각의 공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검은 공간이 되어간다. 마치 순식간에 무한대로 증식하며 암울한 구름을 드리우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은유하는 듯해 섬뜩하다. 어디로 번질지 모르는 바이러스처럼 이 목탄 구 또한 예측불가능한 존재다. 미술작품이 때론 의표를 찌른다는 점을 보여주는 뜻밖의 작업이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미셸 블레이지, ‹부케 파이널3›, 2020. 플라스틱박스, 거품, 6×6×5.05m 커다란 플라스틱통에서 흰 거품이 계속 생성되며 마치 부케꽃처럼 다가온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예측불가능한 생성과 소멸을 선보이는 비정형의 부드러운 조각이다. [사진=창원조각비엔날레] art29@newspim.com

출품작 중에는 창원이라는 지역에 기반한 작업, 창원의 스토리와 역사성을 담은 작품이 여럿 눈에 띄었다. 본전시 중 '프롤로그 에필로그' 파트에 포함된 쿠바 출신 작가 글렌다 리온의 '잃어버린 시간II'가 그 예다. 작가는 창원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는 용지공원에서 흙을 파내 비엔날레가 열리는 성산아트홀 실내에 삼각뿔처럼 쌓아놓았다. 그리곤 흙더미 위에 모래시계를 올려놓아 흙이라는 물질에 담긴 시간의 의미를 반추하게 했다. 흙을 파내느라 생긴 용지공원의 구덩이는 구덩이대로, 실내의 흙 설치작품은 또 그대로 전시토록 했는데 실내외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작업은 흙이 간직한 창원의 역사와 시간, 삶의 궤적을 조용히 함축한다. 비조각의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서울서 작업하는 작가 연기백의 '가리봉 133'도 창원의 스토리가 담겨 관심을 모은다. 작가는 이번 비엔날레 참여를 앞두고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창원의 적산가옥과 1970~80년대 주택을 돌아봤다. 그리곤 관계자의 허락을 받아 낡은 도배지를 뜯어냈다. 주택이 사회적 틀을 의미한다면, 벽지는 거주했던 이들의 '삶의 막'이라고 여기는 작가는 거주자의 체취가 담긴 벽지를 뜯어와 전시장에 장막처럼 늘어뜨림으로써 창원에 살았던 이름 모를 이들의 시간과 숨결을 전해주고 있다. 개인공간을 묵묵히 지켜왔던 벽지는 작가의 선택에 의해 전시장으로 옮겨져 예술품으로 변모해 흐르는 시간과 개인의 내밀했던 스토리를 바람결을 타고 살며시 읊조린다.

창원과 통합된 진해시에서 낳고 자란 조경재는 어린 시절 살았던 여좌동 집을 재구성해 비엔날레 전시장에 설치했다. 자신이 태어나 초등학생 시절까지 거주했던 고향집을 비슷한 재질의 목재로 제작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 공간을 돌아보도록 한 것. '여좌본부'란 타이틀의 작품은 검붉은 계단과 작은 방들이 공간 속 개인사를 상상하게 만든다.

이밖에 권순학, 안카 레스니악, 류정민, 신예진, 김연, 김채린, 권용주, 리홍보 등 국내외 작가들의 다채롭고 신선한 작업들이 본전시2를 장식하고 있다. 단지 흠이라면 10주년을 맞아 너무 많은 작품을 비좁은 전시장에 꽉 들어차도록 설치했다는 점. 출품작간 여백이 부족해 감상을 일부 방해해 아쉬웠다. '역대 최대'를 향해 의욕을 보인 것이 오히려 비엔날레의 완성도를 2%쯤 떨어뜨리고 말았다.

한편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버려진 공간을 재생해 꾸민 특별전이 흥미로왔다. 성산아트홀 지하의 유휴공간인 옛 웨딩홀(성산아트홀 뷔페)을 전시장으로 리모델링해 두개의 특별전을 꾸민 것. 결혼식장과 주방, 홀로 이뤄진 옛 뷔페 식당은 최소한의 벽면 파티션과 안전 보강을 통해 낡은 것 그대로의 흔적을 지닌 채 현대미술을 품어 묘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이승택 한국의 비조각'과 13팀의 젊은 미디어 아티스트가 참여한 '아시아 청년 미디어조각'이란 특별전이 이 공간에서 개막됐다. 특히 우리나라 실험조각의 개척자였던 이승택 작가의 회고전은 인상적이었다. 이승택은 1980년 자신의 조각을 '비조각'이라 천명하며 새끼줄 어망 헝겊 머리털 돌멩이 부표 같은 비조각적인 오브제들로 개념적 조각과 설치적 조각을 끈질기게 선보였다. 그의 대표작 등 60여점이 내걸려 한국 실험조각의 변천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이번 비엔날레의 이론적, 실증적 디딤돌 역할까지 튼실히 하고 있었다.

[창원=뉴스핌] 이영란 기자= 최정화 <딸기II>2019, 패브릭, 송풍기. 높이 5m. 펌프 작동으로 공기가 주입되고 빠지는 키네틱 조각. 작가는 '과일 여행 프로젝트'라는 타이틀로 수박 복숭아 오렌지 석류 조각을 비엔날레 기간 중 매주 교체하며 총 9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경남도립미술관과의 협업 전시. [사진=창원조각비엔날레] art29@newspim.com

이승택 특별전을 큐레이팅한 김숙경 수석 큐레이터는 "이승택의 작업은 수십년이 지난 오늘에 다시 봐도 혁신적이다. '매어진 돌' '나무 종이' '꺼꾸로, 비미술' 등 일련의 작업은 한국의 현대 실험조각의 발화점이 된 작품으로, 대단히 의미심장하고 정곡을 찌른다"고 했다.

2020창원조각비엔날레는 개막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온라인 전시를 통해 어렵사리 개막했다. VR 영상으로 출품작들을 일일이 촬영한 뒤 홍보대사(배우 진선규)의 해설을 곁들인 이 영상은 오프라인 전시가 한달여 불허되자 2만4천건의 누적조회수를 기록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10월 5일부터는 실내 공간도 일부 관람이 허용되고, 커뮤니티프로그램, 테마별 전시투어, 키즈프로그램 등의 이벤트가 시행되자 주당 1만 여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반응이 확산됐다.
특히 각자의 걱정거리를 교환하는 '걱정 교환소'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키즈 뮤지엄'은 창원시민들로부터 호응이 매우 뜨거웠다.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의 폐막은 11월 1일. 마지막 주말에는 관람객이 더욱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호 총감독은 "이번 2020창원조각비엔날레는 조각의 확장과 향후 과제 등을 성찰하면서 우리의 사고를 유연하게 함과 동시에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독려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온라인 전시와 오프라인 전시를 병행하느라 두배 이상의 공력이 들었는데 향후 비엔날레는 온-오프라인 전시 병행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고 내다봤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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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하락세는 '블랙록의 배신' 탓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암호화폐 대통령을 자처했던 도널드 트럼프 취임일(1월 20일)에 비트코인 가격은 1억6000만원을 돌파하며 신고점을 기록했었다. 이후 2개월 간 비트코인 가격은 1억2000만원까지 폭락했다. 고점대비 하락률이 무려 -25%에 달한다. 이에 비관론자들 중심으로 암호화폐 시즌이 끝났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팽배하다. ◆ 블랙록 IBIT 비트코인 ETF 자금유출에 공포감 확산 마침 작년 1월부터 1년 이상 꾸준히 순매수를 기록해 왔던 비트코인 현물 ETF도 올해 2월부터 순매도로 전환되면서 비트코인 폭락 의견에 힘이 보태지는 모습이다. 특히 그 동안 순매수를 주도해 왔던 블랙록 IBIT(아이 셰어즈 비트코인 신탁) ETF에서의 자금 유출에 시장 참여자들의 공포감은 상당하다. 지난 2024년 11월 5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기 전에도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로는 상당한 투자금이 몰려들었다. 반면 이미 오래전부터 비트코인 신탁 형태로 투자가 이뤄진 GBTC ETF에는 차익실현 대기 물량이 많았다. 따라서 비트코인 ETF 상장 후 무려 29조2000억원(201억달러)이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유출됐다. 그 공백을 여유있게 매워준 게 바로 블랙록의 IBIT와 피델리티의 FBTC ETF다. 특히 블랙록의 IBIT ETF는 불과 10개월만에 37조9000억원(261억달러)을 사들이며 시장의 낙관적 전망에 불을 붙였다. 이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졌던 믿음은 "블랙록은 비트코인을 팔지 않는다"는 확신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믿음은 사라졌다. 2025년 2월과 3월에 2개월 연속으로 블랙록의 IBIT ETF에서 자금 유출이 일어난 탓이다. 2월에는 1조1000억원, 3월에는 18일까지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렇게 보면 많은 것 같지만 그동안 블랙록 ETF에 유입된 자금이 총 57조3000억원(395억달러)이다. 반면 최근 2개월간 유출 자금을 다 합쳐도 고작 1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2024년 11월에 8조1000억원, 12월에 8조원으로 2개월 연속 막대한 자금이 유입된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유출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또 블랙록 ETF에 3월 17일(610억원)과 18일(3160억원)에 2일 연속 자금이 다시 유입된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분위기가 다시 반전될 조짐이 보인다. 또 엄밀히 말하자면 최근의 자금 유출은 전 세계 1위 운용사인 블랙록이 비트코인을 매도한 게 아니다. 블랙록 IBIT ETF에 투자했던 일부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매도했다. 여전히 전 세계 수많은 기관투자자들은 비트코인 ETF에 투자 중이다. 최근의 비트코인 하락 공포감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 올해 기관투자자 매수 본격화될 가능성 커 11개의 비트코인 ETF 중 보유량 1위는 블랙록의 IBIT ETF다. 보유 비트코인 평가금액은 68조3000억원(471억달러)이다. 총 발행가능 비트코인 물량의 2.7%인 56만8000여개를 보유 중이다. 보유량 2위인 피델리티의 비트코인 보유 규모는 23조5000억원(163억달러)이다. 전체 비중의 0.9%인 19만6000여개를 보유 중이다. 반면 지속적으로 차익실현 물량이 출회됐던 GBTC ETF는 비트코인 보유순위 3위로 내려앉았다.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전체 비트코인 보유 수량은 112만개로 전체 물량 중 5.3%에 달한다. 비트코인 총 발행가능물량이 2100만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또 비트코인은 주식과 달리 유ㆍ무상 증자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수량을 늘릴 수 없는 희소한 자산이다. 최근 2개월간의 자금유출에도 기대되는 이유는 작년 4분기의 '13F 보고서' 제출 결과 때문이다. 운용자산 1억달러 이상 기관투자자들이 의무 제출해야 '13F 보고서'를 보면 초대형 금융기관과 국부펀드들이 대거 등장한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 영국 바클레이스, 미국 골드만삭스 등 전 세계 1570여개 기관투자자가 비트코인 ETF를 편입했다.   최근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가 약 350여개의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83%의 기관투자자가 암호화폐를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올해말까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의 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수급전망이 여전히 낙관적인 이유다.   ◆ 트럼프 마법 끝…오히려 비트코인 상승에 방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컸던 이유는 트럼프 스스로가 '암호화폐 대통령'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다양한 금융 범죄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비트코인 약 20만7000개를 보유 중이다. 트럼프는 취임 전 "이 비트코인을 물량을 팔지 않겠다"고 했다. 또 비트코인을 추가로 매수하는 '비트코인 국가 전략 자산 지정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었다. 하지만 취임 후 암호화폐 전략비축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는 서명했지만 "보유 물량 외에 추가 자산을 확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로 시장에 큰 실망감을 안겼다. 더 큰 문제는 암호화폐 관련 이해상충 문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관여하고 있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I)'은 지금까지 약 8000억원(5억5000만달러)의 토큰을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프로젝트는 탈중앙화가 완벽히 진행된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에도 투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모두 트럼프가 향후 전략 비축할 것이라고 밝힌 암호화폐다. 트럼프가 비트코인보다 오히려 알트코인에 유리한 행보를 보이면서 비트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또 추가로 트럼프 가족이 전 세계 1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 미국 법인 인수도 추진한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해상충 관련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가 암호화폐 시장의 건전한 발전보다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가족 사업으로 돈을 벌려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고 있다. 데이비드 삭스 미 백악관 가상자산·인공지능(AI) 책임자가 공직을 맡기 전 이해상충 문제 해소하기 위해 보유 암호화폐를 전량 매도한 것과 비교하면 심각한 '모럴 해저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비트코인 상승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8000만원 폭락 vs 1억6000만원 회복 의견 대립 비관론자 사이에서는 지난 3차 비트코인 반감기 사례를 대입해 비트코인이 직전 고점인 1억6000만원(한국 프리미엄 포함)에서 -50% 이상 폭락한 8000만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어떤 근거로 나온 걸까?  실제 지난 2020년 5월의 3차 반감기 당시 1000만원 밑이었던 비트코인은 1년 뒤인 2021년 4월에 최고점인 8000만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후 3개월간 -55% 대폭락하며 2021년 7월에는 3500만원까지 하락했었다. 하지만 이후 4개월간 반등을 지속해 2021년 11월에는 다시 8000만원을 회복한 바 있다. 이렇게 쌍봉이 형성된 후 암호화폐 겨울과 함께 시즌이 종료됐었다. 비관론자들은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이어질 경우 -50% 하락률을 대입해 비트코인이 8000만원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이번 하락을 지난 2024년 1월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당시의 조정과 비슷하게 보고 있다. 이 당시로 돌아가 보면 2024년 1월 초 비트코인 가격은 5500만원에 머물렀다. 그런데 1월 11일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동시에 6500만원으로 1000만원 이상 급등한 바 있다. 하지만 뉴스 발표로 재료가 소멸되면서 차익실현 물량이 대거 나왔다. 이에 따라 열흘만에 다시 5300만원까지 재하락했다. 이후 불과 2개월 뒤인 2024년 3월에 2배 가까이 폭등해 1억원을 돌파했다. 낙관론자들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조만간 다시 1억6000만원 이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비트코인 ETF와 대형 금융기관 매수로 확장성 높아져 비관론자들의 주장대로 3차 반감기 시나리오를 대입한다 해도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만약 3차 반감기와 비슷하게 흘러간다면 이번 4차 반감기의 1차 고점은 2025년 1월의 1억6000만원이다. 이후 예상보다 조정폭이 깊어질 수는 있지만 약 7개월이 경과한 8월경에는 다시 전고점인 1억6000만원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 2, 3차 반감기와 이번 4차 반감기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뭘까? 비트코인 ETF가 증시에 공식적으로 상장되면서 비트코인 ETF의 자금흐름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 또 다른 차이점은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기관 투자자와 연기금, 국부 펀드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미국이라는 세계 1등 국가마저도 국가 단위에서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한다는 점도 엄청난 변화다. 과거 투기성 상품으로 배척당해 왔던 비트코인의 지위가 크게 상승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미국에만 집중돼 있지만 비트코인은 전 세계적으로 탈중앙화된 유일한 자산이다. 미국 외에 중국, 러시아, 일본, 유럽, 한국 등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비트코인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 또한 그 동안 금지돼 왔던 법인계좌 개설이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실제 법인계좌 개설이 허용될 경우 수 조원 이상의 자금이 신규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패권 경쟁 중인 중국은 달러보유를 줄이고 금을 매집하고 있다. 만약 비트코인을 금지했던 중국이 금을 사 모으듯이 비트코인을 매집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다면 수급 측면에서 큰 폭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외에도 다양하다. 최근의 비트코인 하락에도 투자 전문가들의 상승 전망은 여전하다. 아크 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CEO는 불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강세장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완화로 결국 비트코인에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뒤늦게 1억6000만원대에 비트코인에 투자한 한국 투자자들은 상당한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비트코인은 주식이나 채권보다 훨씬 변동성이 큰 자산이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비트코인 보유 비중을 1~2%로 낮게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longinus@newspim.com 2025-03-2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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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일 연방교육부 폐지 서명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20일 연방 교육부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AP 통신이 백악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육부가 돈만 허비하고 과격 분자, 광신자, 맑스주의자에 의해 오염돼 있다고 비판해왔다. 1979년 설립된 교육부를 해체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이 교육부 폐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교육부의 권한을 각 주에 반환하도록 명령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필수적인 서비스, 프로그램과 혜택은 계속 유지된다. 백악관은 타 부처에 이관하거나 폐지할 교육부 기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맥마흔 장관은 2월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저소득층 학교에 지원하는 타이틀1(Title 1) 지원금, 저소득층 출신 대학생을 위한 Pell 장학금, 공공서비스 학자금 대출 탕감 프로그램(PSLF: Public Service Loan Forgiveness)은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자발적 퇴직, 인턴 직원 계약 종료 등 형식으로 교육부 인력을 감축했다. 12일 직원 1300명의 감원 계획을 추가로 발표했다. 감원이 완료되면 교육부 직원은 이전 4100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앞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는 미국 학생의 학력 평가기관인 교육부 산하 교육과학연구소(IES:Institute of Education Sciences) 예산을 거의 9억 달러나 삭감해 버렸다.  교육부는 매년 수십억 달러를 학교에 지원하고 1.6조 달러 상당 연방 학자금을 관리한다. 연방 자금이 공립학교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정도로 비교적 적다. 연방자금은 집없는 학생을 위한 맥키니 벤토 프로그램이나 저소득층 지역 학교를 지원하는 타이틀 1 등 취약 학생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사용된다. 트럼프 1기 정부 때 베치 드보스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모든 K-12 지원금을 통합해 주 정부의 연방자금 사용 재량권을 확대하려 했으나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공교육 옹호자들은 교육부 폐쇄는 불공평한 미국의 교육 제도 아래서 수백만명의 어린이들을 낙오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25년 2월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아래)을 바라보는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kongsikpark@newspim.com 2025-03-2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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