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 사건 재판에 전직 채널A 사회부장·법조팀장 출석
"편지 내용이나 취재 방식 부적절…사익 위해 한 것은 아냐"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으로 불리는 현직 검사장과 종합편성채널 채널A 기자의 유착 의혹 사건 재판에 전직 채널A 사회부장이 법정에 출석해 "당시 이동재 전 기자의 취재 내용을 듣고 화가 났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19일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기자와 후배 기자 백모 씨의 9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피고인들의 상급자였던 홍모 전 채널A 사회부장과 배모 전 법조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홍 전 부장은 2월 말 경 이 전 기자로부터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에 대한 취재에 들어갔다는 보고를 들었을 뿐,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나 세세한 취재 상황은 전달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또 '제보자X' 지모 씨가 채널A 윗선과 만나고 싶다고 한 것도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종합편성채널 (주)채널에이(채널A). 2020.04.22 dlsgur9757@newspim.com |
그는 이 전 기자가 제보자X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보고 "검찰 관계자를 언급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 선배로서 화가 났다"며 "부적절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동재 기자에게 언성을 높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와 관련해서도 "표현 자체가 거칠고 부적절했다"면서 "기본적으로 기자는 사실을 취재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편지 내용을 보면 본인이 다년간 법조 취재 경험이 있다고 하거나 특이한 보도를 했다고 과시하는 부분이 있어 부적절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홍 전 부장은 증인 신문 말미에 두 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제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고통스럽다"며 "제가 선배로서, 감독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 때문에 피고인석에 앉게 된 것 같아 고통스럽다"고 했다.
이어 "누구를 해하기 위해서 편지를 쓰거나 부적절한 취재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익을 위해 취재했고, 사익을 위해서 그런 편지를 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 부분을 참작해주셔서 선처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했던 배모 전 법조팀장 역시 "구체적으로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나 제보자 지 씨와의 만남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보고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법조팀장으로서 지휘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후배들이 함정에 빠진 걸 꺼내주지 못해 참담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7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07.17 mironj19@newspim.com |
이 사건은 MBC가 3월 31일 이 전 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을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신라젠 전 대주주이자 VIK 전 대표인 이철 측 대리인 지모 씨에게 접근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비위를 제보해달라고 요청하면서 한 검사장과 자신이 나눈 통화녹음을 들려줬다고 한다.
보도 이후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각종 시민단체의 고소·고발이 이어지자 검찰은 4월 13일 사건을 중앙지검에 일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사이에 일종의 공모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해왔지만, 한 검사장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철 전 대표의 요청으로 소집된 검찰 수사심의위는 지난 7월 24일 6시간 여의 마라톤 토론 끝에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것과 불기소할 것을 의결했다.
결국 검찰은 4개월여 간의 수사 끝에 두 사람만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또 다른 의혹 당사자인 한 검사장과의 공모 혐의는 제외했다. 다음 재판은 2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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