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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싸움 끝 세상 등진 변희수 전 하사…이어지는 추모 물결

기사입력 : 2021년03월04일 15:12

최종수정 : 2021년03월04일 15:12

성전환수술 후 심신장애 3급 판정받고 강제 전역
"성 정체성 떠나 훌륭한 군인 되겠다" 무산
애도 물결 이어져…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성 전환수술(성확정수술) 후 전역 조치된 변희수(23) 전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되자 인권단체와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에서 애도를 표했다. 특히 국회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요구가 이어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4일 성명을 통해 "혐오와 차별로 가득한 세상에 온몸으로 파열구를 낸 '보통의 트랜스젠더들의 위대한 용기'를 기억하겠다"며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쫓겨나지 않고,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취업이 거부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성소수자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은 변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수많은 트랜스젠더퀴어 당사자들은 변희수 하사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를 받았다"며 "잊지 않겠다"고 했다.

성소수자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도 4일 SNS를 통해 "성별 이분법적이고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존재하는 군 내에서 성별 정체성을 드러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그럼에도 자신을 당당히 드러낸 그 용감한 목소리를 기억한다"며 "존엄하고 동등하며 마땅한 권리를 누려야 하는 존재들로서 우리가 이제 고인의 운동을 이어받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2021.03.04 leehs@newspim.com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SNS를 통해 "사회의 편견과 차별, 거대한 폭력에 맞서 빛나도록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던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여전히 자신의 존재를 가리는 사회에서 부단히 우리가 있음을 드러내며 매일을 투철하게 살고 있는 분들께, 부디 함께 살아 내어 죽음의 정치를 끝내자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SNS에 변 하사의 죽음 앞에 정치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며 "부디 이제는 차별 없는 곳에서 영면하길 기도한다"고 썼다.

국방부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변 전 하사의 안타까운 사망에 대해서 애도를 표한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여전히 논의가 지지부진한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차별금지법을 공동 발의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지지부진한 평등법, 차별금지법도 죄스럽다"며 "적어도 이런 아픈 죽음은 막으려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로 복직 투쟁을 하고 있는 김진숙 씨도 이날 자신의 SNS에 "28조원을 들여 가덕도를 없애는 데는 며칠 만에도 여아가 합의되는데 중대재해법은 누더기가 되고 차별금지법은 십수년째 '나중에'"라며 "자신의 존재로 살고자 했던 사람, 성실히 존재하고자 애썼던 사람 변희수 얼마나 괴로웠을까"라고 썼다.

경찰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전날 오후 5시 49분쯤 자택에서 출동한 소방구조대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상당구 정신건강센터는 상담자로 등록된 변 전 하사가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이 안 돼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 전 하사는 2019년 말 휴가를 내고 태국으로 가 성전환 수술을 받은 이후 지난해 2월 법적 여성이 됐다. 변 전 하사는 "성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계속 복무'를 희망했다. 

하지만 육군은 지난해 1월 변 전 하사에 대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강제 전역 조치했다. 이후 변 전 하사는 육군에 "전역 조치가 위법했다"는 취지로 인사소청을 제기했지만, 육군은 이를 기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변 전 하사에 대한 강제 전역 처분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전역처분 취소를 권고했지만, 육군은 "강제 전역 조치는 정상적으로 이뤄진 적법한 행정처분"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변 전 하사는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도움으로 지난해 8월 11일 계룡대 관할 법원인 대전지법에 행정소송 소장을 제출했다. 다음 달 15일 이 소송 첫 변론을 앞두고 있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변 하사 빈소는 청주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5일 오전 7시로 예정됐다.

 

cle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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