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강하늘이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빈 틈과 여백이 있는 캐릭터와 연기로 소중한 기다림과 기적을 이야기한다.
강하늘은 22일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개봉을 앞두고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군복무 이후 첫 스크린 복귀작으로 조진모 감독, 천우희, 강소라와 호흡을 맞춘 그는 꽤나 마음에 들었던 작품인 듯 만족감을 드러냈다.
"처음에 대본을 읽고 가장 좋았던 게 빈 칸이 많이 느껴져서였어요. 영호 자체도 빈 칸이 많고, 감독님과 작가님이 연기자가 느낌대로 채워주길 바라셨죠. 저도 감독님을 믿고 가면서 어떻게 채울까 고민도 했고요. 최근 나온 작품들을 전부 보진 않았지만 아마 요즘 트렌드가 그런가봐요. 설정과 설명이 확실하고 기승전결도 뚜렷하고, 메시지, 연기톤도 정확히 정해져있는 한번에 이해되는 작품이 많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빈 듯한 느낌에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영활 좋아하기도 했고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 출연한 배우 강하늘 [사진=(주)키다리이엔티] 2021.04.22 jyyang@newspim.com |
강하늘의 말에 따르면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여백의 미'가 있는 영화다. 극중 영호의 가족, 그의 사정, 주변인들과 관계에도 모두 빈 틈이 있다. 그는 "이 작품이 뜻깊고 다른 작품과 다르게 느껴진 이유"라면서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가장 먼저 20살 때 기억이 났어요. 종로 5가 역에 있는 공연장에서 '스프링 어웨이크닝' 하고 나서 광화문까지 버스를 타러 걸어갔거든요.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공연을 복기해보기도 하고, 청계천을 따라 걸었죠. 맥주 한 캔 사서 마시면서요. 그때의 기억이 굉장히 많이 떠올랐어요. 시나리오와 연관은 없는데 그때 많은 사색에 잠기고 많은 시간들을 되돌아 봤던 것 같아요. 거의 매일 그렇게 걸으면서. 여러 생각을 하고 조금 더 내가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보다는 안쪽을 더 들여다보고 깊게 들어갔던 시기였죠."
영화 속 영호는 고달픈 삼수 생활을 버티며 초등동창 소연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 계기로 소희(천우희)와 일상을 주고받게 된다. 두 사람은 답답하고 불안한 시절을 보내며, 서로에게 한 줄기 쉼과 위안이 돼준다. 강하늘은 예나 지금이나 맥주 한 잔의 여유가 바쁜 일상 가운데 숨 쉴틈을 만들어준다고 털어놨다.
"개인적으로는 저에게 위안을 주는 건 맥주라고 할 수 있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스무살 하루하루 공연을 끝내고 그날의 실수를 떠올리고 어떻게 더 잘해볼까 연구하고. 궁리하면서 마시는 한 모금의 맥주가 그때 저에게 가장 소중한 무엇이었던 것 같아요. 진짜 큰 위안이고 힘이 되는 하루의 마지막이었죠. 지금도 여전히 그래요. 하하. 또 다른 게 있다면 멍 때리는 시간 정도죠.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해요. 평소에 불안한 감정을 많이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 출연한 배우 강하늘 [사진=(주)키다리이엔티] 2021.04.22 jyyang@newspim.com |
특히 강하늘은 이번 영호를 연기하면서 유난히 그 나이대의 스스로를 가장 많이 꺼내왔다고 했다. 영화를 본 이들 중에는 영호가 우유부단하고 수진(강소라)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면서 소희와 편지를 주고받는 것에 만족하는 데에 의아해 하는 이들도 있었다.
"우리 영화의 톤을 단순히 멜로나 로맨스라기보다 영호가 커가는 성장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군갈 좋아하고, 그럼 사귀고. 이런 정확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그 안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느낌이죠. 아버지와 형의 관계, 영호의 학업적 스트레스 같은 것도 그런 식으로 표현돼요. 소희와 영호가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 성장을 촉진하는 존재가 된 듯해요. 수진과의 관계도 단순히 남녀관계가 아니라 갈팡질팡하는 정확한 감정이 아닌 정제되지 않은 관계라고 봤어요."
강하늘은 스스로를 많이 꺼내와서 캐릭터를 만든 것과 동시에, 영호와 꽤 닮은 점도 직접 언급했다. "공부에 소질 없는 건 저도 맞다"면서 웃은 그는 영호가 결국 수진의 마음을 받아줄 수는 없었지만 가장 감동적인 오로라를 선물한 신에 관해 얘기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 출연한 배우 강하늘 [사진=(주)키다리이엔티] 2021.04.22 jyyang@newspim.com |
"저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긴 있네요. 상상력이나 섬세한 표현 같은 건 저도 영호처럼 할 수 있길 원하죠. 닮았다고 표현하기는 좀 그렇고 저도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이 확실히 있어요. 수진이와 오로라 신은 그 장면으로 둘의 마지막을 결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조금 더 열어놓고 싶었고 영화는 거기서 끝나지만 두 사람이 또 어떤 추억을 만들어갈지, 어떻게 만나고 어떤 상황으로 이어질지 모르잖아요. 여기서 우리 이제 끝. 이렇게 딱 자르는 느낌보다는 여운을 느끼게끔 표현하고 싶었죠."
그렇다면 영호의 입장을 떠나서, 매일 마주하고 조금은 저돌적이고 빛이 나는 수진과 멀리 있지만 마음이 통하고 위안을 주는 소희 중 강하늘의 선택은 누구일까. 고민 끝에 답변을 내놓으며 그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어떤 영화로 남기를 바라는지, 작은 소망을 얘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저라면 수진이를 택할 것 같아요. 하하. 몸이 멀어진다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잖아요. 아무래도 계속 붙어있으니까 더 추억을 많이 공유할 수 있을 거예요. 소희는 장거리 연애잖아요. 같이 옆에 붙어있는 게 더 재밌지 않을까요? 재밌는 일도 많을 것 같고요. 제 욕심같아선 이 영화가 '8월의 크리스마스' '시월애' '접속'처럼, 계속 이야기되는 작품이면 좋겠어요. 시간이 지나서도 생각나고 다시 한 번 돌려보고 싶은 그런 영화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