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비와 당신의 이야기'의 천우희가 그간의 강렬한 연기와 이미지를 벗고 마치 수채화같은 감성 영화로 찾아왔다.
천우희는 23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개봉을 앞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의 출연 계기와 소감 등을 밝혔다. 조진모 감독이 그를 '예쁘게' 담고 싶어했던 만큼 천우희는 완성된 영화를 보고 스스로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며 웃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 출연한 배우 천우희 [사진=(주)키다리이엔티] 2021.04.23 jyyang@newspim.com |
"다른 것보다 이 이야기가 좋아서 하게 됐어요. 영화의 분위기랄까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과 다르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잔잔한 느낌이 좋았죠. 그동안 강렬한 걸 해서 반대되는 것, 일상적인 연기를 일부러 했다기보다 요즘 잘 보기 힘든 느낌의 작품이어서 좋았어요. 맞아 이런 영화도 있었는데, 내가 보기도 연기를 해봐도 좋을 것 같았죠."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서울의 영호(강하늘)와 소희(천우희)가 상대를 전혀 알지 못한 채 편지를 주고받으며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영화다. 둘 사이엔 소희의 언니 소연이 있다. 편지는 둘의 조금은 답답하고 막막한 일상에 작게 위안과 숨 쉴 틈을 불어넣어준다.
"감독님이 청춘남녀의 이야기다보니 좀 예쁘게 잘 담고 싶어 하셨어요. 천우희의 새로운 모습을 담고 싶다고 열의를 보이셨죠. 저를 최대한 예쁘게 담아주시고자 했고 거기 부응하고 싶었죠.(웃음) 또 다른 건, 편지를 매개로 영호와 소희의 이야기가 각각 흐르기 때문에 밸런스에 신경을 썼어요. 둘의 연기가 톤이 안맞거나 튀지 않고 매끄럽게 한 작품 안에서 흘러갈 수 있게끔 강약조절을 했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 출연한 배우 천우희 [사진=(주)키다리이엔티] 2021.04.23 jyyang@newspim.com |
영화는 다행히 조진모 감독의 의도대로, 또 천우희가 나름대로 생각했던 대로 구현됐다. 천우희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맑은 면이 표현돼 만족스럽다"면서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영호의 설정이나 서사가 많이 비어있었다고 하셨는데 소희도 마찬가지였어요. 다만 행동이나 마음이 영호보다는 조금 더 표현이 된 부분도 있었죠. 제 입장에선 대본에 나온 부분을 연기하면서 좀 갇히는 부분이 있을까봐 양해를 제 식대로 표현해보기도 했었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소희가 굉장히 씩씩하고 배려심이 많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이 제 안에도 있긴 있어서 많이 의도를 넣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저를 꺼내보기도 했죠. 새로웠던 건 지금까지 좀 말갛고 풋풋한 역할을 많이 하진 않았는데 영화를 보니 저한테서도 좀 맑은 느낌을 볼 수 있어 좋았달까요."
영호를 연기한 강하늘은 이 영화에 흐르는 로맨스적 무드를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설렘과 기다림"이라고 말했다. 천우희의 해석은 조금 달랐다. 그는 "영호와 소희 간에는 인간에 대한 연대감 같은 게 더 크다고 생각했다"고 나름의 생각을 얘기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 출연한 배우 천우희 [사진=(주)키다리이엔티] 2021.04.23 jyyang@newspim.com |
"에필로그에 실마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저는 소희가 영호와 인연이기는 했지만 소희 입장에선 기억 못했을 거라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둘이 어떤 위로나 설렘을 공유하고 나눈 건 인간적인 연대감에서 오는 게 크다고 생각했죠. 청춘으로서 서로에 대해 공감을 한 거죠. 2000년대 초반에 저는 좀 어렸어요.(웃음) 고등학교 진학하고 연극반에 들어가게 됐죠. 연기를 처음 접해보고 이런 세상이 있구나 하는 걸 처음 깨달았고 처음 해봐서 우당탕탕하고. 매끄럽지 못한 시기였지만 가장 재밌게 연기를 처음 접한 시기여서 그때가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강하늘과는 거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편지를 주고받는 설정에 따라 내레이션만 듣고 연기를 해야 했다. 천우희는 "기본적으로 배우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깊이 몰입하고 특별한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음을 털어놨다.
"워낙 연기적으로 탄탄한 분이다보니 믿음이 있었죠. 처음 만난 날에 내레이션을 같이 녹음했는데 그 편지가 대화처럼 느껴지면서 정말 느낌이 좋았어요. 현장에선 그걸 잘라서 들으면서 연기했는데 그때의 감정을 가지고, 상상력을 덧붙여서 연기를 해나갔죠. 나중엔 직접 액션, 리액션을 주고받는 역으로도 만나고 싶어요. 영호의 편지처럼 제게 숨 쉴 틈을 주는 건 항상 바뀌는 듯 해요. 일상이 무료하고 재미없었을 땐 연기가 숨구멍이었죠. 반대로 너무 일에 치여 있을 때는 한번씩 오는 휴식, 팬들이 주는 선물, 동료들과 나누는 농담들이었어요. 가장 큰 건 자기 그때 그때의 마음가짐에 달려있지 않나 싶어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