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은 '요즘, 날씨 때문에 뻣뻣한 몸이 쉽게 풀린다. 또 비거리가 한껏 욕심이 나는 계절'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럴땐 '골프 엘보(Golfer's elbow)'라는 암초가 골퍼들을 괴롭힌다.
'골프엘보'는 꼭 골프를 치는 이들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반복적인 과사용으로 흔히 일어난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얼마 전 골프를 즐기는 두 여성이 함께 진료실을 찾았다. 둘 다 40대 중반으로 구력은 10년이 훌쩍 넘어간다. 아파트 단지 내 골프 동호회에서 만나 서로 '언니, 동생'이라 부르며 매주 같이 치는 친한 사이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팔꿈치 안쪽엔 매우 불편한 통증을 호소했다.
둘 모두 '팔꿈치 안쪽 뼈가 돌출된 부위 주변으로 애매하게 통증이 있고, 손목을 굽힐 때 팔꿈치 안쪽이 칼로 베어내듯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골프 엘보' 즉, 내측상과염이었다.
치료엔 약물과 함께 팔꿈치 밴드 보조기 등을 이용한 스트레칭 및 근육강화 운동이 필요했다한달뒤 '언니'는 증상이 호전됐지만 '동생'은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
이유는 '휴식 유무'였다.
30일만에 멀쩡해진 '언니'는 휴식을 취한 반면, '동생'은 그렇지 않았다.
'쉼없는 운동'으로 인해 팔꿈치 파열도 났다. 결국 부가적인 주사와 체외충격파 치료와 더불어 회복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골프 엘보(내상과염)'는 팔꿈치 안쪽 통증중 하나다.
하지만 방치하면 아래팔에서 4,5번째 손가락까지 저릿한 양상의 통증으로 발전한다. 악화되면 악수를 하거나 문을 여닫는 일상생활에서도 통증이 발생할수 있다.
'골프 엘보' 환자 비율은 '테니스 엘보'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염증 부위가 비교적 일관적이고 국한되어 있는 테니스 엘보(외상과염)에 비해, 힘줄부착부위가 더 넓고 깊게 분포하는 팔꿈치굽힘건의 염증과 파열이 원인인 내상과염은 치료도 상대적으로 더 오래 걸리고 또 잘 낫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웻지 어프로치 샷 중 공을 띄우기 위해 임팩트 시 클럽헤드를 '누르듯' 찍어 치는 골퍼라면, 뒷땅이 나는 경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오른쪽 팔의 안쪽 팔꿈치부터 손목까지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생긴다.
반복되면 팔꿈치 안쪽의 저항성 굴곡이 지속돼 골프 엘보(내상과염)가 올 확률이 높아진다.
사실 '골프엘보'는 꼭 골프를 치는 이들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흔히 반복적인 과사용에 의해 힘줄에 미세한 파열이 누적된다. 이때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고 반복 사용하는 경우엔 정상적인 회복이 어렵다.
또 팔꿈치를 굽히고 당겨오는 동작이 많은 직업이나 주방기구를 매일 사용하고 설거지하는 가정 주부들도 이 질환을 유의해야 한다.
'골프 엘보'가 발생하면 일단 쉬는 게 최고다.
하지만 골프를 너무 좋아하는 이들은 막상 한 달 이상 휴식하라는 권고에 '너무 가혹하다'는 소리를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치 않으려면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몇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평소 내측 팔꿈치 보조기 (counterforce brace)를 이용하여 통증이 느껴지면 착용하여 힘줄의 휴식을 돕는 방법이다. 팔꿈치 안쪽 가장 튀어나온 뼈에서부터 손가락 1~2개 너비만큼 아래쪽에 착용하는 것이 좋다
두번째는 내측 팔꿈치와 손목까지 연결해주는 근육과 힘줄을 강화하는 운동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생수병으로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하여 잡은 상태에서 손목을 구부렸다 펴는 동작을 서서히 시행한다. 한 동작은 5초간 유지하며 10회씩 3번 실시한다. 반복적인 동작이 핵심이다.
세번째는 평소 내상과 부위에 붙는 팔꿈치굽힘건을 교차방향으로 마사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부드럽게 원을 그리듯 마찰해도 괜찮다. 스윙 전후로 수시로 시행한다
네번째는 힘줄과 손목을 충분히 스트레칭하여 팔꿈치 관절의 유연성을 기른다. 팔꿈치를 편 상태에서 반대쪽 손으로 아픈 부위의 손바닥을 위와 아래로 당겨주어 손목이 충분히 스트레칭될 수 있도록 한다.
'골프 엘보'는 적절한 휴식과 스트레칭, 운동으로 예방이 가능한 병이다. 그러나 적절한 휴식을 취했음에도 한 달 이상 지속되는 통증의 경우 힘줄의 손상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시기를 놓치지 않는 조기 치료는 약물요법과 보조기 착용, 물리치료사의 재활치료 등이다. 체외충격파 (ESWT)의 병행 또한 추천되는데, 많은 연구를 통해 혈액순환 개선과 신생혈관 형성을 도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밤에도 잠을 잘 못 이룰 정도로 통증이 심한 경우 적절한 주사치료의 병행이 도움이 된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강한 항염 효과와 비교적 신속한 운동 범위 회복 등의 장점이 있으나, 과용하면 오히려 힘줄 및 피부 연부조직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통증을 인위적으로 잊고 과사용을 반복시킴으로써 힘줄파열을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스테로이드 주사의 대체재로서 손상된 인대의 회복을 도모하는 인대강화(프롤로)주사 또한 그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만약, 안타깝게도 수 개월 간의 보존치료에 효과가 없는 경우 병변 부위를 작게 절개하여 염증 부위를 제거하고 정상 조직이 재생되도록 돕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평소 몸이 보내오는 '통증' 신호를 무시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평소에도 연습스윙 전후로 적절한 스트레칭과 예방운동을 통해 힘줄을 단련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통증이 지속될 경우 조기에 정형외과 전문의와 상의, 정확한 진단 후 적극적인 치료가 좋다. / 유나이티드병원 정태완 정형외과 원장
고려대를 나온 정태완 원장은 서울삼성병원 정형외과 외래 교수 등을 거쳐 현재 유나이티드병원 정형외과 진료원장으로 재직중이다.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견주관절학회, 대한스포츠의학회 정회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