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연기를 하면서 잘하는 역할만, 쉽게 할 수 있는 역할만 하려고 고집하진 않았어요. 시행착오도 겪었고요. 앞으로 가수로도, 배우로도 계속 궁금하고 생각나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2007년 KBS2TV '못말리는 결혼'으로 첫 연기에 도전했던 권유리가 최근 종영한 MBN '보쌈:운명을 훔치다(보쌈)'을 통해 사극에 도전했다. 많은 대중에게 그룹 소녀시대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권유리 [사진=SM엔터테인먼트] 2021.07.05 alice09@newspim.com |
"아무래도 저를 생각하면 소녀시대 유리의 모습이 강하잖아요. 이번 '보쌈'을 하면서 한복도 입고 분장도 해서 그런지 '유리인지 몰랐다'라고 하는 반응이 많더라고요(웃음). 이 작품은 정말 어려웠어요. 사극은 처음이라서 익숙하지 않음이 저를 긴장하게 만들더라고요. 용기를 내서 도전해야만 하는 장르였고요. 그래서 저에게 남다른 의미를 남긴 작품이죠."
이 작품은 생계형 보쌈꾼이 실수로 옹주를 보쌈하며 벌어지는 파란만장 인생 역전을 그린 로맨스 퓨전사극이다. 여기서 유리가 맡은 수경 역할은 광해군과 소의 윤 씨 사이에서 난 옹주로, 어려서부터 사내아이들에게 결코 지는 법 없는 당찬 성격의 소유자이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보쌈'이라는 소재가 주는 흥미로움이 컸어요. 막상 시작하기로 하니까 수경이라는 캐릭터로 사극을 소화해야한다는 중압감이 들더라고요. 그런 순간부터 많은 생각이 저를 가뒀고, 사극했던 선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죠. 결국엔 수경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기구한 운명에 처한 수경이가 모진 상황들에 대처하는 방법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많이 부딪히면서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어요."
한복부터 분장, 말투부터 기존에 했던 작품들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보쌈'은 권유리에게 쉽지만은 않은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택한 것은 캐릭터의 영향이 컸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권유리 [사진=SM엔터테인먼트] 2021.07.05 alice09@newspim.com |
"처음에는 소재에 대한 흥미가 컸는데,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도 엄청나더라고요. 옹주라는 위치가 본인이 원치 않는 위치이기도 하고,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한계에 숨어 살다 나중엔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이 서사로 보이는데 매력적이더라고요. 옹주로서 성장하는 모습이 주체성 있고, 능동적이라 매료됐던 것 같아요(웃음)."
극중에서 수경은 보쌈꾼 바우(정일우)에게 잘못 보쌈을 당해 악연이 이어지지만, 이는 곧 두 사람의 운명을 바꿨다. 권유리는 "바우와 첫 만남이 제일 힘들자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털어놨다.
"처음 바우에게 보쌈을 당하고 대립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는 첫 장면이었죠. 그때 텐션이 정말 장난 아니었어요. 하하. 저에게 정말 중요한 장면이고,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라 심적으로 부담이 컸거든요. 또 재갈을 물린 상태라 눈빛으로 분노, 공포, 긴장감 등을 모두 표현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기억에 남아요."
이번 작품은 주말 밤 9시에 방송됐다. 또 인기 방송사에서 방영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지막회 시청률은 자체 최고인 9.4%(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기준)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권유리 [사진=SM엔터테인먼트] 2021.07.05 alice09@newspim.com |
"저도 대본을 받았을 때 탄탄한 캐릭터들의 서사에 대해 매력은 느꼈는데, 시청자들도 그런 지점을 많이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보쌈'은 저에게 남다른 의미를 남긴 것 같아요. '이 캐릭터는 정말 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자신감이 드는 캐릭터를 하면 고통이 덜 해요. 그런데 수경은 정반대에 있던 캐릭터이자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도전이라는 의미로 용기를 많이 내야만 했고요. 감정 소모가 큰 작품이었는데, 무사히 잘 마치고 지금 드는 생각은 이 작품을 통해 또 다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저를 성장하게 만들어준 작품이고요."
2007년 그룹 소녀시대로 데뷔해 한류가수로 이름을 알렸다. 같은 해 '못 말리는 결혼'으로 연기에 도전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12년 '패션왕'이다. 강렬했던 소녀시대 이미지가 배우로서의 도약에 부담감을 줄 법도 했지만 그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소녀시대로 활동한 경험들이 배우로 활동할 때 너무 많은 도움을 줘서 만족스러워요. 저를 '소녀시대 유리' '배우 유리'라고 보기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저로 봐주셨으면 해요. 지금껏 잘하는 역할만 고집하지 않았고, 쉽게 할 수 있는 역할만 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요.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봐주셨으면 해요. 그래서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계속 함께 하고 싶은 가수이자 배우가 됐으면 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