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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최장집, '자유주의'로 하나 돼…"보수 재도약 기회 왔다"

기사입력 : 2021년07월14일 10:36

최종수정 : 2021년07월14일 10:36

'한국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 대담
"자유주의적 다원주의 공백을 채우는 작업 필요"

[서울=뉴스핌] 김은지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와 만나 자유주의가 민주주의의 건강한 작동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를 함께 했다.

14일 윤 전 총장 캠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지난 12일 진보 성향의 정치학계 원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초빙해 정치적 견해를 나눴다. 이날 만남은 오찬을 겸해 2시간 45분 정도 진행됐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열린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1.07.08 photo@newspim.com

이날 최 교수는 "자유주의를 보수가 잡는 것으로 재도약의 기회가 온 것"이라면서 "그것은 자유주의적 다원주의의 공백을 채우는 작업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으로 "권위주의적 구 질서와 연결된 자유주의는 그 후 민주화과정에서 민주화운동 세력에 의해서도 배척됐다"면서 "한국의 자유주의는 그렇게 보수에 의해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고, 진보에 의해 버림받은 미아같은 존재로 버려졌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런 연유로 현재 한국정치에서 자유주의의 넓은 이념적 공간은 비어있다"면서 "촛불시위 이후 보수는 이데올로기의 헤게모니적 영향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는 우리 헌법의 근간이다. 자유는 정부의 권력 한계를 그어주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 교수는 "촛불시위 이후 정부와 민주당이 추구해온 개혁 방식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식이라고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적폐청산을 모토로 하는 과거 청산 방식은 한국 정치와 사회에 극단적 양극화를 불러들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 분열을 초래함으로써 개혁의 프로젝트가 무엇을 지향하든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도 덧붙였다. 적폐청산을 내건 개혁의 열풍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화 이전의 민주주의관이 복원됐음을 말해준다는 부연 설명이다.

특히 최 교수는 "자유시장경제에서는 상층 부르주아가 발전시킨 이념이었다는 것을 약점으로 염두에 두면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자유주의는 반드시 다원주의를 동반해야 하며 노동·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크게 공감한다"면서 "자유민주국가에서는 나의 자유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유와 존엄한 삶도 마찬가지로 소중하다"고 화답했다.

또 "그런 상황이 정권 교체의 역사적 소명과 신념을 강화시킨다"며 "정권교체를 하지 않으면 개악을 '개혁'이라 말하는 '개혁꾼'들, 독재·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욱 판치는 나라가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피력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자유시장경제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선 기업이 공정한 경제 질서를 헝클어뜨리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이 시장의 자유경쟁을 저해하는 것을 막고 서민과 취약계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19세기말 이후 미국에서 반독점법을 만든 배경과 과정은 중요한 역사적 사례"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회동에서는 '개헌'도 화두에 올랐다. 두 사람은 지금은 개헌 논쟁은 타이밍에 맞지 않다면서도 헌법 틀 안에 있는 총리의 역할이 보장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최 교수는 자유주의 다원주의가 가능하지 않게 된 또 다른 배경으로 "한국의 정치 상황은 대통령 권력이 초집중화되면서, 국가가 굉장히 확대 강화되고 국가가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체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 속에서 시민사회는 양극화되고 세력균형이 파괴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정부형태를 바꾸는 개헌을 논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 타이밍이 맞지 않다. 개헌 방향의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컨센서스를 만드는 것도 어려우며 그 결과도 불확실하다"면서도 "지금은 집중화된 대통령 권력을 하향·분산하는 개선책을 현행 헌법의 틀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전 총장은 "국정의 의사 결정에서 청와대의 우월적 독점으로 인한 국정 난맥상이 심각하다"며 "비서실장, 수석 비서관 심지어 행정관들이 내각을 지휘하고 있다는 것이 공직사회의 불만"이라고 화답했다.

윤 전 총장은 또 "헌법 틀 안에 있는 총리의 역할이 보장되면 내각의 결정권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집중화된 청와대 권한을 줄일 수 있다는 교수님의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kime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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