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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고비 넘긴 쿠팡, '수익원 다변화' 팔 걷었다...복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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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앱 하루 활성이용자 수, 이달 900만명 회복...화재 이전 수준
일본·대만에서 퀵커머스 시작...국내서도 '쿠팡이츠 마트' 사업 시동
수익성 다변화 위한 시도란 관측 ↑...복병은 물류 셧다운·공정위 리스크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경기 이천 물류센터로 불매운동에 휩싸였던 쿠팡이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하루 이용자 수를 회복하며 큰 고비를 넘긴 모습이다. 

한숨 돌린 쿠팡은 올해 초 미국 상장으로 확보한 5조원의 실탄을 토대로 국·내외 신사업에 속속 뛰어들며 수익원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복병은 있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물류센터 '셧다운' 사태와 공정거래위원회 리스크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쿠팡] 2020.03.11 nrd8120@newspim.com

◆불매 확대 조짐에 가슴 쓸어내린 쿠팡

22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천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난 7월 1~8일까지 쿠팡 모바일 앱 하루 활성이용자 수는 900만대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집계됐다.

화재가 발생한 6월 17일 이전까지 10일간(6월7일~16일) 평균 활성이용자 수를 계산하면 약 928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화재 발생 이후 6월 17~26일까지 평균 활성이용자는 827명으로 전주 같은 기간 대비 101만명이나 급감했다. 심지어 6월 26일에는 최저치인 약 793만명으로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SNS) 상에서 '쿠팡 탈퇴' 등 불매운동이 확산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해당 화재로 소방관 1명이 순직한 데다 물류센터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불매로 논란이 옮겨붙었다.

[이천=뉴스핌] 백인혁 기자 = 18일 오후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소방당국에 따르면 큰 불길은 거의 다 잡혔고 연소가 확대될 우려는 적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다만 적재물에서 연기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진화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06.18 dlsgur9757@newspim.com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빠르게 불매를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진성성 있는 사과와 지원 대책을 신속하게 내놨기 때문이란 시각이 있다. 화재 직후 순직한 소방관 유족에겐 평생 지원을 약속하고 장학기금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천 물류센터에 근무했던 근로자의 전환배치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주변 주민에 대한 보상책도 제시했다.

이번 4차 코로나19 대유행도 한몫했다. 지난 20일 쿠팡 앱에는 주문량 폭증으로 인해 지역별 배송이 지연되거나 일부 상품이 품절될 수 있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여기에 배송기사 확보를 위해 쿠팡은 배송 아르바이트인 '플렉스' 건당 배송 단가를 한시적으로 20~25% 인상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12일부터 인구가 밀집해 있는 수도권에 사실상 '야간통행 금지'와 같은 4단계 거리두기 조치가 내려지면서 온라인 쇼핑몰에 생필품 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는 좁다" 해외로까지 눈 돌렸다...일본 이어 대만 시장도 진출

그간 불매 확대 조짐에 가슴을 졸이던 쿠팡은 이제 한시름 놓고 사업 다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진출 분야는 퀵커머스(Quick Commerce, 즉시 배송) 서비스다. 지난 6월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에 이어 이달 7일 대만 타이베이시 중산구 지역에서도 퀵커머스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음 달 중으로 대만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4~5개 물류창고를 추가로 확보해 서비스 지역을 늘려나갈 것이란 현지 매체에서 보도하고 있다. 대만 서비스는 모바일 앱을 통해 고객이 신선식품·공산품 등 생필품을 주문하면 배달원이 즉시 배달하는 방식이다. 일본 도쿄에서 시작한 서비스와 동일한 형태다.

현재 쿠팡은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뒤 사업성·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용 지역을 넓히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쿠팡의 해외 진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달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에서 한꺼번에 물러나면서다. 당시 쿠팡 측은 김 의장이 모기업인 쿠팡Inc의 대표이사(CEO), 이사회 의장직에만 전념해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업계에선 동남아 지역 진출도 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업체인 훅(Hooq)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싱가포르는 다국적 기업에게 최적의 신기술 테스트 베드(Test Bed, 시험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쿠팡은 동남아 이커머스나 OTT 시장에 진출하기 앞서 싱가포르를 동남아의 전략 거점지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다.

동남아 시장에 밝은 이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며 "쿠팡이 훅을 인수할 때 싱가포르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동남아는 한류 열풍이 거센 만큼 드라마, K-POP 등 K-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많아 잠재적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빠르면 6분 후 도착" 국내 퀵커머스도 시동...남은 과제는?

쿠팡은 최근 국내에서도 퀵커머스에 시동을 걸었다. 쿠팡은 이달 초부터 서울 송파구 중심으로 근거리 생필품 즉시 배송서비스인 '쿠팡이츠 마트'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쿠팡이츠 마트는 신선식품, 가공식품 등 생필품을 15분 안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빠르면 6분에도 배송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쿠팡이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로켓배송을 앞세워 몸집을 불릴 순 있지만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제는 미국에 상장한 만큼 주주들의 눈치도 봐야 하는 신세다.

단순히 그 전과 같이 막대한 영업적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외형 성장에만 몰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최근 국내 사업구조상 적자를 개선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퀵커머스나 해외 시장에 진출해 대규모 적자를 해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쿠팡의 누적 적자액은 4조5000억원에 달한다. 더군다난 올해 연간 적자액을 줄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쿠팡의 1분기 매출은 42억6860만 달러(약 4조9136억원)로 전년 대비 74% 늘었으나 영업손실액도 2억9500만 달러(약 3396억원)로 작년 1분기에 비해 적자 폭이 3배 늘었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쿠팡 물류센터 내부 모습. [사진=쿠팡] 2021.07.21 nrd8120@newspim.com

수익성 개선에 있어 최대 변수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물류센터의 방역 관리다. 쿠팡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물류센터 방역에 구멍이 생기면서 폐점되는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기 때문. 현재 한 차례라도 폐쇄된 적이 있는 물류센터는 지난 8일 김해센터, 고양센터, 9일 대구센터, 10일 오산 1, 2센터 2곳, 16일, 19일 인천4센터, 16일 안성 5, 7센터 2곳 등 이달 들어서만 총 8곳이다.

최근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물류센터 운영 중단 사례는 더 늘어날 수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쿠팡 물류센터 특성상 규모가 큰 곳이 많은 만큼 하루만이라도 폐쇄되면 대규모 배송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메가 물류센터의 경우에는 하루 동안 수십만 건의 택배 물량을 소화하기 때문에 적잖은 재정적 손실도 우려된다. 쿠팡이 진출한 일본 도쿄의 경우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 당장 사업 확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쿠팡 입점 판매자들에게 최저가 경쟁을 부추기는 수단으로 활용됐던 '아이템위너' 시스템이 공정위에 덜미가 잡히면서 오픈마켓 가격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쿠팡은 21일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적발된 오픈마켓 서비스 이용 약관 등 총 7개 불공정 조항을 자진 시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다른 온라인 쇼핑몰(사진 위쪽)과 쿠팡의 상품 판매 페이지 모습.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2021.07.21 nrd8120@newspim.com

아이템위너는 같은 상품을 파는 다수의 판매자 중 가격 등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판매자를 소비자에게 단독 노출시키는 시스템을 말한다. 최저가 경쟁을 부추겨 쿠팡이 잇속을 챙긴다는 비판에 직면한 이유다. 

예를 들면 아이템위너가 되면 다른 판매자가 올린 대표 상품이미지, 리뷰 등을 가져가게 된다. 최저가를 제시하면 사실상 해당 상품에서 발생하는 모든 매출을 가져가는 셈이다. 이는 판매자들에게 판매가 인하의 압박 수단으로 작용해왔던 만큼 최저가를 앞세워 오픈마켓 사업을 키우려던 쿠팡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긴 수 있다.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고객을 중개해 주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플랫폼을 제공해 주는 대가로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다. 오픈마켓 수수료 수익 확대와 광고수익 강화는 쿠팡의 수익성 개선 방법 중 하나로 활용돼 왔다. 플랫폼만 제공해 주는 되는 만큼 투자는 최소화하면서도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상장한 만큼 주주 눈치도 봐야 해 수익성 개선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며 "하지만 4차 대유행으로 잇달아 물류센터가 폐쇄되고 판매자간 경쟁을 부추기던 아이템위너 정책도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가치가 떨어진 만큼 새로운 가격 전략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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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성과급 400%+1270만원' 잠정합의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현대자동차 노사가 장기간 이어진 교섭과 파업 끝에 올해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사는 피지컬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도입에 공동 대응하고, 2028년까지 기술직 5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 노사 관계자들이 지난 6월 18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상견례를 했다. [사진=현대차] 현대차 노사는 25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열린 16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최영일 현대차 대표이사와 이종철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장 등 노사 교섭대표가 참석했다. 상견례 이후 111일 만이다. 올해 교섭은 7월 이후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장기간 진통을 겪었다. 파업에 따른 차량 생산 차질과 직원 임금 손실이 발생했고, 부품 협력사의 경영 부담도 커졌다. 노사는 추가 피해를 막고 하반기 생산과 신차 출시 일정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해 잠정합의에 이르렀다. 파업 여파를 조속히 수습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데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는 임금과 근로조건뿐 아니라 미래 산업 전환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 노사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도입이 기업 경쟁력 확보에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신사업과 신기술 추진 경과를 노조와 투명하게 공유하고, 노사는 미래 산업 전환 과정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변화 대응력과 생산성, 제조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논의한다. 기술직 신규 채용도 진행한다. 노사는 2027년 하반기 핵심 직무를 중심으로 기술직 200명을 채용하고, 2028년에는 300명을 추가로 뽑기로 했다. 현대차는 국내 공장 재편에 따라 기존 1공장과 42라인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른 대규모 인력 배치 전환이 예정돼 있지만, 노사는 고용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신규 채용에 합의했다. 임금과 성과급은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경영성과금 400%+1270만원, 현대차 주식 15주, 해시포인트 50만원 지급 등으로 구성됐다. 기본급 인상분에는 호봉승급분이 포함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장기간의 교섭 진통과 파업으로 주주와 고객, 부품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하반기 생산과 신차 출시에 총력을 다해 고객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2026-08-2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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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희소성 쇼크 몰려온다 *자금 풍요의 시대가 저물고 자금쟁탈의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던 주체들의 돈줄기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가늘어지고 있다. 그 반대편에선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는 주요국 정부들의 재정 차입 수요와 인공지능(AI) 기술혁명의 물결에 올라타려는 기업들의 투자 붐으로, 민·관의 자금조달이 봇물을 이룬다. 인플레이션 유령을 떨치지 못한 중앙은행들은 참전을 꺼리고 있다. 다음 ①~⑤편에서는 '과잉저축 시대'의 종언과 '대(大)차입 시대로 전환'을 불러온 동인과 이것이 자산시장에 갖는 함의를 짚어본다. ⑥~⑨편은 미래 매출과 수익을 담보로 자금조달 각축전을 벌이는 AI업계의 최근 동향과 이들의 부채 폭식이 초래할 금융 측면의 위험, 그 위험 너머의 기회를 살피기로 한다.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저축 과잉(Saving Glut)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자본 희소성(Capital Scarcity)의 시대가 본격화됐다. 골드만 삭스를 포함한 월가의 공룡 투자은행(IB)은 기업부터 정부까지 자금 수요가 폭증하는 반면 돈줄이 말라 들어가면서 기간 프리미엄의 구조적 상승과 채권 자경단의 빈번한 출몰이 뉴 노멀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중국의 과잉 저축과 IT 대기업의 자금력, 여기에 일본의 초저금리가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 물량을 흡수하면서 금리를 누르고 자산시장의 버블을 부추겼던 패턴이 깨졌다는 얘기다. 무위험 자산으로 통했던 미국 국채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하면서 자본 효율성이 낮은 기업이나 부채 규모가 큰 정부가 시장의 냉정한 심판에 직면하게 됐고, 저금리를 지렛대 삼은 자산 버블을 뒤로 하고 높은 레벨의 자본 비용을 전제로 한 새로운 투자 방정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데 월가 구루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공지능(AI) 레버리지 청산과 미 국채 금리 급등, 호르무즈 해협 분쟁 등 2026년 여름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든 세 가지 변수가 일회성 악재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여년간 지속된 과잉 저축 시대가 끝나고 자본 희소성의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경고음이라는 얘기다. AI 레버리지 투자로 고수익률을 올렸던 헤지펀드가 7월 반도체 지수 폭락으로 160억달러 규모의 포지션을 시타델(Citadel)에 전량 매각한 사실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6차례 금리 인하에도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5.27%까지 뛴 점, 그리고 미국-이란 갈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미국 전략석유비축(SPR) 규모가 4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20년간 저금리를 떠받쳤던 대전제가 무너진 데 따른 결과라는 얘기다. 저축 과잉 시대 종료와 자본 희소성 시대 개막 [AI 일러스트=황숙혜 기자] 해외 중앙은행의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이 34% 선에서 24% 아래로 떨어진 것은 자금 공급의 축소를 의미하고, 연간 8000억달러 이상 AI 인프라 구축과 리쇼어링, 각국 방위비 증액, 여기에 국채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수요까지 자금 수요는 폭발적이다. 자금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자본의 가격에 해당하는 실질 금리, 즉 기간 프리미엄이 구조적인 상승세로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골드만 삭스는 경고한다.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과 국채시장, 원유시장의 유동성이 동시에 막히는 이른바 '유동성 트리플 킬(Liquidity Triple-Kill)로 인해 변동성 상승이 일상화되는 '고변동성 사이클(High Volatility Cycle)에 진입했다고 보고서는 판단한다. 골드만 삭스가 제시한 '유동성 트리플 킬'은 주식과 채권, 원유를 포함한 실물 자산 시장의 유동성이 한 시점에 동시에 막히면서 서로 악순환을 일으키는 유동성 경색을 의미한다. 실제로 높은 레버리지를 일으켜 AI 테마에 베팅했던 헤지펀드가 지수 폭락으로 담보 부족에 시달리게 되자 무차별 매도를 강행, 주가 하락과 강제 청산, 추가 급락의 악순환을 일으켰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연간 1조달러를 웃도는 이자 비용과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달 천문학적인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지만 해외 중앙은행과 연기금의 매수는 위축되는 실정이다. 미 재무부가 시장에서 막대한 현금을 흡수하면서 빅테크를 포함한 기업들 자금줄이 바닥을 드러냈고, 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 역주행이 벌어졌다. 설상가상, 호르무즈 해협 차단으로 유가 폭등과 인플레이션을 막아주던 미국 전략비축유가 40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유가 변동성을 완충해 줄 실물 유동성 버퍼도 거의 소멸했다. 골드만 삭스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4% 아래로 복귀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연준의 손을 벗어난 문제라고 주장한다. 원유시장만 보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프리미엄이 일회성 충격에서 지속적인 할인 요인으로 전환했고, 원유 변동성지수(OVX)와 뉴욕증시의 공포지수(VIX) 간의 거대한 격차가 단기간에 줄어들기 어렵다는 얘기다. 2026년 여름을 기점으로 금융시장이 마침내 자본 희소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기 시작했고, AI 레버리지 청산과 미 국채 금리 급등, 호르무즈 분쟁이라는 세 가지 힘은 거대한 서사의 세 가지 단면일 뿐 이면에 깔린 구조적 동인들은 이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골드만 삭스는 강조한다.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 [자료=블룸버그] 저금리와 저물가, 풍부한 유동성이라는 과거의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장기 국채를 중심으로 고금리 고착화와 자본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인한 기업 양극화, 채권 자경단의 지배력 강화, 자산시장 변동성의 일상화가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등장했다는 것. 월가의 황제로 통하는 제이미 다이먼 JP 모간 최고경영자(CEO)의 경고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지난 5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월가가 과잉 저축의 시대를 뒤로 하고 자본 희소성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자료=블룸버그] 저축 부족과 대출 수요 폭발로 시장 금리가 예상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 그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국채 발행과 이자 부담, 공급망 재편과 친환경 전환에 들어가는 거대한 인프라 자금, AI 및 국방비 지출 급증 등 세 가지를 '자금 폭식'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5.27%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1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2년물 수익률도 상승 흐름을 지속, 시장이 정부의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적극 반영하는 가운데 다이먼은 기업 신용 시장에 닥칠 '이중 고통'을 경고했다. 국채시장 뿐 아니라 회사채와 신용시장도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해 모든 회사채의 이자율 벤치마크가 올랐고, 기업 부도 위험 재평가로 스프레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기업들이 만기 연장에 나서면서 과거보다 높은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신용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누적, 차환 대란이 터질 수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 밖에 월가의 여러 전문가들도 흡사한 의견을 제시했다. 씨티그룹의 매크로 전략가 짐 맥코믹은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서 채권 트레이더들이 30년물 수익률의 핵심 목표치로 5.5%를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TS 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미국 10년물 수익률이 6%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국채 장기 약세장이 이제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차환 압박이 누적되는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가 고착되면서 채권과 신용시장이 앞으로 보다 가혹한 시험대를 직면하게 될 가능성에 월가는 무게를 둔다. 시장 전문가들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종료되고 자본 희소성과 고금리가 정착되는 새로운 국면에서는 과거처럼 연준의 금리 인하만 바라보고 주가 밸류에이션이 상승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AI 레버리지 청산에서 보듯 악재가 터지거나 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때 시장을 받쳐줄 '무제한 자금'이 실종됐고, 증시 전반의 변동성 상승과 재무 건전성에 따른 기업들의 극단적 양극화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기대와 소문에 기대 오르는 주식보다 잉여현금흐름(FCF)과 실적이 우량한 종목으로 투자 영역을 좁히고, 인컴 및 현금성 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shhwang@newspim.com 2026-08-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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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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