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건 1심서 첫 유죄…쌍방항소로 26일 2R 시작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양승태 사법부 당시 벌어진 '사법농단' 사건 관련자 중 처음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민걸·이규진 전 판사가 항소심 첫 재판에서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최수환 부장판사)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 전 부장판사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방창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 심상철 성남지원 원로법관 등 4명의 전·현직 법관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던 이민걸 전 부장판사 측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시도 부분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의 공모사실을 부인한다"며 "임 전 차장이 행위를 했다고 해서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는 것은 법리오해"라고 주장했다.
이민걸 부장판사(좌)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우) [사진=뉴스핌DB] |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측 변호인들은 사무실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여파로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못했다. 이들 역시 1심 판단에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다시 항소 이유를 들을 예정이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방 부장판사와 심 부장판사는 검사의 유죄 취지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1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검찰은 "1심은 직권남용죄 해석과 관련해 재판사무에 대한 지적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사법행정권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면서 그 행사 주체를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처장 및 차장으로 제한하는 등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에 대한 태도를 볼 때 원심의 형은 과경하다고 판단해 항소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다음 재판은 10월 7일 열린다.
검찰에 따르면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국민의당 소속 박선숙·김수민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되자, 사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협조를 얻을 목적으로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에게 주심판사의 향후 재판진행계획, 사건 유무죄에 대한 심증을 확인해 보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와의 관계에서 위상을 차지하기 위해 헌재 내부 정보 및 동향을 수집하고, 서울남부지법이 사립학교 교직원의 연금 지급과 관련해 재직기간 산출의 근거가 되는 법조항에 대해 한정위헌 취지로 위헌심판제청을 하자 해당 재판부에 직권취소를 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이 부장판사와 함께 통진당 해산 후 소속 의원들이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행정처가 수립한 판결 가이드라인을 서울행정법원과 광주지방법원에 전달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와해 시도하기도 했다.
방 부장판사는 전주지법 부장판사로 일할 당시 통진당 행정소송과 관련해 행정처 심의관에게 선고 결과와 이유에 관한 심증을 알려주고, 주심판사와 합의 없이 판결문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심 부장판사는 서울고등법원장 재직 당시 통진당 지위확인 소송 항소심 재판부 배당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yooksa@newspim.com |
1심 재판부는 지난 3월 이 전 부장판사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이 전 상임위원에게 징역 1년6월 및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두 사람이 처음이다.
다만 함께 기소된 방창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당시 전주지법 부장판사)와 심상철 수원지법 성남지원 원로법관(당시 서울고법원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들이 법원행정처 심의관과 일선 법원 법관들에게 위법 부당한 지시를 내려 법관의 재판 독립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전 상임위원의 경우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 정보를 전달하게 했고, 자신 스스로도 판사이면서 법관들에게 행정처 권고에 따라 판결을 결정하게 하거나 아예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해 구체화된 재판권 행사를 두 번이나 방해하는 등 중대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인권법연구회 산하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와해 시도한 것과 관련해서도 "직전 회장임에도 중복가입 해소조치에 가담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이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 점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최대한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1심 선고 직후 "사법행정권자의 위헌적인 재판개입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유죄를 인정한 최초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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