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크게 조명 받지 못해도 해야 할 일을 했고, 그걸로 음악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충분하다 생각해요. 이번 곡으로 많은 분들이 다가올 내일을 기쁜 마음으로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면, 전 죽어도 여한이 없죠(웃음)."
2018년 '나의,'를 발매한 이후부터 매 앨범마다 변화와 새로운 시도를 했던 싱어송라이터 이윤오가 이번엔 포크 발라드 '레터(Letter)'의 '럴러바이(Lullaby)'로 돌아왔다. 지난 앨범은 엄청난 규모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했다면, 이번엔 전제덕의 하모니카를 음악에 녹여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이윤오 [사진=스피커] 2021.12.02 alice09@newspim.com |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형식의 음악이에요. 스탠다드 발라드에서 벗어나 있고 정말 오랜만에, 대중음악에서 듣기 힘든 하모니카 소리가 들어갔거든요. 하모니카를 곡에 담기까지 저도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하모니카가 고유의 음색이 강하기도 하고, 구슬픔이 떠오르잖아요. 제 목소리와 어울리게 하는 게 어렵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전제덕 선생님이 많이 신경써주셔서 잘 마무리해낸 것 같아요."
요즘 대중가요에서 리얼 악기 사운드는 찾기 힘들다. 전자 음악으로 이루어진 곡들이 더 많지만, 이런 와중에 이윤오는 리얼 악기 사운드를 신곡에 담아냈다. '럴러바이'에서 그 중심에 있는 악기가 바로 하모니카였다.
"요즘 1970~80년대 음악을 듣다가 하모니카 소리가 나오는 곡을 들었는데, 하모니카를 연주할 때 연주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 들리더라고요. 하모니카만 그런 이야기가 있는 연주를 해주는 것 같단 생각에 사로잡혔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전제덕 선생님 음악을 듣게 됐고, 꼭 한번 같이 하고 싶단 막연한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연락을 드렸는데 흔쾌히 해주신다고 해서 너무 감사했죠. '럴러바이'의 주인공은 바로 하모니카인 것 같아요(웃음)."
'럴러바이'는 이윤오가 작사는 물론 작곡, 그리고 편곡까지 도맡았다. 여기서 처음으로 뮤직비디오 연출에 박찬우 배우 섭외까지 직접 하며 '싱어송라이터'를 뛰어넘어 '올라운더 아티스트'의 면모를 제대로 뽐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이윤오 [사진=스피커] 2021.12.02 alice09@newspim.com |
"제가 만든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저 뿐이더라고요. 제 이야기니까 직접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 뮤직비디오 연출을 하겠다고 결심한 건 오래 됐어요. 그래서 동영상 편집 전문가 과정도 배우고, 자격증도 땄죠(웃음). 이번에 가장 좋았던 건 박찬우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거예요. 뮤직비디오 촬영 때 갑자기 한파주의보가 와서 너무 추웠는데, 다들 너무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덕분에 너무 좋은 영상이 나오긴 했지만요. 하하. 즐겁고 너무 감사한 촬영이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도 연출을 몇 번 더 해보고 싶어요."
이번 앨범을 한 줄로 소개하자면 '디어 미 앤드 마이 프렌즈(Dear me and my friends)'이다. 자신을 위해, 그리고 친구들을 위해 쓴 손 편지처럼 따스함과 위로가 더해져 있다.
"어렸을 적 불행했던 기억이 다 지나가고 없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제 안에 남아서 어떤 날에는 술 마시고 생각이 나고, 누군가 내뱉은 말에도 생각나서 잠 못 들게 하고 괴롭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 지나갔으니 얽매이지 말고, 과거에 살지 말고 새로운 날을 살 수 있도록. 고민하지 말고 편히 잠들자는 이야기는 저 스스로한테 해주고 싶었어요."
이윤오의 음악엔 따스함이 묻어있다.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희망을 건네는 메시지가 있는 만큼 쓸쓸해 보이는 멜로디 속에 마음 한편을 편안하게 녹여내는 힘이 있다. 이러한 곡이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면 좋겠지만, 그는 "언젠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자부한다"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이윤오 [사진=스피커] 2021.12.02 alice09@newspim.com |
"지금 당장은 이 곡을 몰라줘도 괜찮아요. 언젠가 이 곡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줄 수 있는 곡이라고 자부하거든요. 크게 조명 받지 못해도 해야 할 일을 했고, 그게 음악이 가지고 있는 가치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너무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고민이 늘 한 가득이고 걱정에 밥도 잘 안 넘어가는 상황 속에서 이 노래를 듣고 잠시라도 괜찮아 졌다면 전 그걸로 돼요. 다가올 내일을 기쁜 마음으로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면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죠. 하하. 지금은 제가 음악으로 받았던 위로를 누군가에게 돌려드리고 있는 중이라 생각해요. 위로를 줄 수 있는 음악적 삶을 살고 싶고요. "
음악의 흥행은 다음 곡 작업을 하는데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번 '럴러바이'는 장르별 포크송 차트에 진입하는 쾌거를 얻기도 했다. 다만 그는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음악을 들고 나왔다고 칭찬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끔 포기하지 않고 음악을 하겠다는 신념이 흔들릴 때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려운 이 시기에 새로운 음악을 들고 나왔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서툴지언정 '이윤오가 새로운 음악을 들고 나왔구나. 잘하고 있네'라고 마음속으로라도 칭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제가 또 다음 음악을 열심히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길 것 같아요(웃음)."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노래하는 이윤오는 다음에 또 다시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간 자신의 음악을 직접 써왔다면, 다음 앨범에는 유명 작곡가들과 협업을 예고했다.
"내년에는 싱어송라이터 모습보다, 보컬리스트로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유명한 작곡가 두 분이 연락을 주셨는데, 작업도 곧 시작할 것 같고요(웃음). 제가 모든 걸 도맡아 하다 보니 만족도가 100%일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년엔 다른 사람에게 곡을 맡겨보라는 이야기도 나오면서 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노래인데 그간 제작, 기획, 연출까지 해서 노래에 신경을 못 썼어요. 앞으로 낼 앨범에서는 무엇보다 노래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퀄리티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해보려 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