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 판정으로 한국과 중국 네티즌들의 대립양상이 온라인상에서 날로 심해지는 모양새다. 해당 건을 언급한 쇼트트랙 선수 곽윤기, BTS RM의 SNS에 쏟아지는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 베이징 쇼트트랙 판정시비…한·중 네티즌은 온라인서 '전쟁 중'
지난 4일 개막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에서 계속해서 판정 시비가 나오며 한중 네티즌들이 연일 온라인에서 설전 중이다. 시작은 지난 5일 쇼트트랙 2000m 혼성 계주 경기였다. 당시 중국은 준결승에서 3위를 기록했으나,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미국이 페널티를 받아 탈락하면서 결승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선수들이 제대로 터치를 하지 않은채 경기를 진행해 논란이 됐다.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베이징에 체류 중인 곽윤기는 당시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곽윤기는 "중국이 우승하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억울하고 미안하다. '내가 꿈꿨던 금메달의 자리가 이런 것인가'라고 반문하게 됐다"면서 "터치가 안 된 상황에서 그대로 경기를 진행한 것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반대로 다른 나라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결승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사진=곽윤기 인스타그램] |
이후 중국 네티즌들은 곽윤기의 SNS에 비하의 의미를 담은 이모티콘과 메시지를 보내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곽윤기는 해당 메시지 창을 캡처해 올리며 별 타격이 없는 모습을 보였으나, 한국 네티즌들은 분노해 마지않았다. 외신도 주목했다. 로이터 통신은 7일 "중국이 혼란한 상황 속에 쇼트트랙 혼성계주 금메달을 획득하자 한국 대표팀의 곽윤기가 심판 판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쇼트트랙 종목 판정 시비는 계속됐다.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는 한국의 최민정, 황대헌, 이준서의 개인 메달이 좌절되며 안타까움을 안겼다. 특히 황대헌은 준결승에서 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 후 페널티를 받고 실격 처리됐다. 이같은 상황에 대다수의 시청자들과 전·현역 선수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뉴스핌] 미래문화특사인 BTS(방탄소년단) RM이 20일(현지시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실 방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9.21 photo@newspim.com |
방탄소년단(BTS) 리더 RM도 석연치않게 실격당한 한국 대표팀 황대헌에게 박수와 엄지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SNS를 통해 응원을 보냈다. 그러자 중국 네티즌들은 구토하는 이모티콘을 도배하며 악성댓글 테러를 퍼부었다. RM은 결국 몇몇 게시물의 댓글창을 닫았다.
특히 "한국이 실격당한 건 반칙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네티즌들과 계속해서 판정시비를 제기하는 한국인들은 연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대립 중이다. 양측이 서로의 인종을 비하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급기야 일부 한국 네티즌들은 "중국에서 허용하지 않는 SNS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냐"면서 비아냥대기도 했다.
◆ 곽윤기·RM 이어 안현수·김선태 겨냥…선수단·문체부는 '신중모드'
쇼트트랙에서 연일 판정시비가 나오면서 현재 중국 대표팀 기술코치로 있는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도 드높다. 안현수는 국내에서 빙상스타로 활약하다 러시아로 귀화한 후 현재는 중국 대표팀에 영입됐다. 동시에 그와 함께 중국 대표팀에 합류한 김선태 감독 역시도 국내 빙상팬들의 비난의 대상이 됐다.
[베이징 로이터=뉴스핌] 배정원 기자 = 지난 5일(한국시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혼성 계주에서 중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확정짓고 기뻐하는 모습이다. 환호하는 중국 대표팀 관계자들 가운데에는 김선태 감독과 빅토르 안(안현수)이 있다. 김선태 감독은 지난 2018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이끌었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로 귀화해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은퇴 후 중국 대표팀의 기술코치로 부임했다. 2022. 02. 07. jeongwon1026@newspim.com |
특히 한국 네티즌들은 계속되는 편파판정에도 한국 대표팀에 감독이 없는 코치 체제로서 제대로 항의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하며 이들을 향한 비난에 더욱 날을 세웠다. 김선태 감독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을 이끌었던 경력이 있다. 그는 이번 쇼트트랙 판정시비 이후 중국팀이 메달을 획득한 이후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도 거절했다.
결국 안현수는 8일 SNS를 통해 "지금 내가 처한 모든 상황이 과거의 선택이나 잘못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나는 어떤 비난이나 질책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잘못도 없는 가족들이 상처받고 고통을 받는다는 게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라고 가족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선수들에게 얼마나 간절하고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판정 이슈가 현장에서 지켜보는 선배로서, 동료로서, 지도자로서 나 또한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도 "내가 관여할 수 없는 영역 밖의 일이나 사실이 아닌 기사로 가족을 향한 무분별한 욕설이나 악플은 삼가달라"고 부탁했다.
[서울= 로이터 뉴스핌] 김용석 기자 =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면담을 마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2.02.03 fineview@newspim.com |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을 착용한 조선족, 연일 쇼트트랙 판정시비까지 반중정서가 강화되는 형국이지만,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올림픽 선수단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주중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올림픽과 관련한 국내와 국제 조직이 있는데 이것을 국가 간의 관계로 이야기하는 게 어색하다"면서 "스포츠에서 일어난 일을 주최국 정부에 이의 제기하는 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황 장관은 "전날 쇼트트랙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며 "너무 당황스럽고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끝나자마자 체육회장, 선수단장 등과 다 모여서 대응을 논의했다"면서도 "하지만 판정을 뒤집을 수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건 기록에 남기고 제소도 하면 판정하는 분들에게 긴장감을 준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같은 내용을 보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도 공식 제소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에 직접 항의하는 것만 빼고 가능한 조치는 모두 취한 셈이다.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에 불편한 상황이 이어지자 주한중국대사관도 설명에 나섰다. 올림픽 개회식 때 등장한 한복 논란에 "중국 측은 한국의 역사 문화 전통을 존중하며 (한복 같은) 전통 문화는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동계올림픽 공정성 불만이 국내에서 드높은 가운데, 중국에서도 한국을 향해 곱지않은 반응이 이어지면서 한류 등 문화교류에 지장이 생길까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최대한 언급을 안하는 게 불편한 상황을 피해가는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국적을 떠나 개인의 소신을 드러내는 게 나쁜 일인가 싶다. 분위기가 지나치게 격앙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올림픽은 스포츠 이벤트다. 장기적으로 한류나 한중 문화교류에 악영향이 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반중정서에 기대 누군가 인지도를 올리려 한다거나 일부러 부추기는 행태는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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