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피겨 남자 '간판 스타'
메달 불모지였던 中 남자 피겨에 '메달 포문'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4위
[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기술성과 예술성·표현력이 중요한 피겨 스케이팅은 동계올림픽 인기 종목 중 하나다.
중국 피켜스케이팅 역사상 가장 먼저 메달을 거머쥔 것은 여자 싱글 선수였던 천루(陳露).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중국 최초로 피겨 부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피겨가 메달의 포문을 연 뒤에도 남자 피겨 부문은 그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목말랐던 메달의 한을 풀어준 것, 바로 진보양이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2021년 10월 14일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중국 선수 진보양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올해로 26세가 된 진보양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출신이다. "2002년 어머니에 손에 이끌려 당시 인기 선수였던 선쉐(申雪)와 자오훙보(趙宏博)의 페어 경기를 보고는 마법처럼 피겨스케이팅에 빠졌다. 피겨스케이팅을 꼭 배워야겠다고 어머니께 속삭였던 기억이 난다."
2003년 본격적으로 피겨에 입문한 진보양은 천부적인 재능을 나타냈다. 장거리 육상 선수였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유전자 덕분에 체력은 물론, 점프에서도 뛰어난 잠재력을 보였다.
남다른 DNA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훈련이 고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특히 유연성 훈련을 할 때마다 어머니는 가슴이 타 들어가는 듯 했다. "기초가 전혀 없었는데도 선생님은 초반부터 훈련 강도를 높였다. 아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볼 때면 애가 닳았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이왕 선택한 길이라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꿋꿋이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진=텐센트 동영상 갈무리] 진보양 선수 어머니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고된 훈련을 버틴 진보양은 2012년 처음으로 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 194.13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3년 뒤에는 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중국 경기에 참가, 쇼트와 프리에서 4회전 럿츠를 선보이며 261.23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후 ISU 그랑프리 대회 일본 경기에서도 또 한번 2위에 올랐다. 일본 NHK 방송국 해설 위원은 당시 진보양에 대해 "명불허전이다. 프로그램 난이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세계 피겨스케이팅계에 놀라움을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성인이 되면서 진보양은 더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피겨 천재'인 그의 유순한 성격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이웃집 형처럼 친근한 이미지의 진보양은 경기장에서도 장난끼를 감추지 못한다. 그 나이에서만 가질 수 있는 활력과 에너지를 발산하며 주위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는 그다.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연기력 역시 성숙해진 지금, 진보양은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사진=바이두(百度)] 진보양 선수가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을 연기하고 있다. |
훈련 기간이 길어진 만큼 크고 작은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도 진보양은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비록 시상식 단상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 기록(103.32)을 세우며 중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역사를 새로 썼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진보양은 2021년 11월 6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2021-2022 ISU 피겨 그랑프리 남자 쇼트 경기에서 97.89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
부상과 경기가 반복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느덧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막했다. 이번 동계올림픽 결과에 따라 다음 세계 선수권 대회와 동계올림픽 참가 자격 및 인원이 결정될 예정으로, 남자 싱글 부문 중국의 유일한 선수인 진보양이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부담은 사실 외부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기인한 것이다. 그 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진보양은 이번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점프 난이도를 크게 높인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고득점을 노렸다. 미국의 중국계 선수인 빈센트 저우(중문명 저우즈팡)와 일본의 우노 쇼마〮일본의 카기야마 유마 등 강력한 라이벌이 집결하는 가운데, 진보양이 자신의 올림픽 최고 기록(평창 동계올림픽 4위)을 갈아치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사진=진보양 선수 개인 SNS(웨이보)] |
한편, 진보양은 10일 치러진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서 179.45점을 기록했다. 경기 초반 안정적 흐름을 보이다 중후반에 실수를 범했지만 전반적으로 양호한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다. 이틀 전 8일 열린 쇼트 경기에서는 90.98점을 기록했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