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사전투표와 달리 순조롭게 투표 진행
KF 94 마스크 겹쳐 쓰고 비닐 장갑 끼고 투표소 찾아
선거 관리원과 실랑이, 투표 시작 착각하기도
[서울=뉴스핌] 강주희·지혜진·박우진 기자 =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인 34만명을 넘은 가운데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가 진행됐다. 혼란을 빚었던 사전투표와 달리 이날 본투표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 속에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서울 구로구 항동중학교 체육관 2층에 마련된 투표소는 투표 시작 시간인 오후 6시 전부터 확진·격리자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이뤄졌다. 방역복과 페이스실드를 착용한 선거 관리원들은 투표소 곳곳에 손소독제를 배치하고, 투표소를 찾은 확진자와 격리자들이 대기할 장소에 안내문을 붙였다.
오후 6시. 마스크를 쓴 확진·격리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자 선거관리원들은 입구에서 관할 보건소에서 보낸 외출 안내문자, 신분증 등을 요청한 뒤 투표소로 안내했다. 코로나에 확진된 유권자들은 투표소에 도착하면 보건소가 발송한 외출 안내문자 또는 확진·격리 통지문자, 신분증을 제시해야 투표할 수 있다.
이날 항동중학교 투표소를 찾은 확진·격리자는 20여 명. 마스크에 편한 복장으로 나온 시민들이 대다수였고, 가족 단위로 온 경우도 있었다. 한 남성은 KF 94 마스크를 두 겹으로 쓰고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를 마친 이들은 인증샷을 찍지 않고 도보나 자차를 이용해 곧바로 귀가했다.
같은 시각 서울 영등포구 한국제과학교에 마련된 신길1동 제1투표소에서도 확진·격리자들의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소를 찾은 확진·격리자들은 오후 5시 50분부터 별도로 마련된 대기 장소에서 투표 시작을 기다렸다. 비확진자와 확진자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위해서다.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서울 영등포구 한국제과학교에 마련된 신길1동 제1투표소. 주차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 대기 장소가 마련됐다. 2022.03.09 krawjp@newspim.com |
오후 6시 마지막 비확진 투표자가 투표소를 빠져나오자 확진·격리자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이들은 투표소에 배치된 비닐 장갑을 끼고 선거관리원의 안내에 따라 기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자차를 타고 투표소를 찾은 이들은 선거관리원들이 차량 진입을 막자 학교 입구에서 내려 투표소로 이동했다.
경기 고양시 행남초등학교 투표소도 투표에 나선 확진·격리자들의 줄이 이어졌다. 선거 관리원들은
투표소에 도착한 유권자들에게 "확진자세요?", "오후 6시 투표자세요?"라고 물은 뒤 격리자, 확진자로 나눠 줄을 세웠다. 1m 간격으로 줄을 선 이들은 손소독과 체온 측정을 마친 뒤 투표소로 입장했다.
오후 6시 46분 한 남성 확진자가 투표소를 나서자 선거관리원들은 곳곳에 붙인 안내문을 뜯고 투표소 정리에 나섰다.
본투표에 참여한 확진·격리자들은 불편함 없이 투표에 참여했다는 반응이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 제4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김모(27) 씨는 "오후 6시 2분에 투표소에 도착했고 기표소 입장 전 손소독과 비닐장갑 배부가 이뤄졌다"며 "생각보다 금방 마쳤다. 끝나고보니 15명 정도 줄 서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 관리원에게) 확진자 통보 문자랑 신분증을 확인하고 줄을 서 있었는데 알고보니 (비확진자) 1투표소 줄이라 3층에 있는 4투표소로 이동해야 했다"며 "층별로 투표소가 구분된 경우 관리원이 수시로 고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관할 보건소에서 받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안내문자. heyjin@newspim.com |
이날 확진·격리자 투표는 지난 5일 진행된 사전투표와 달리 차분하게 진행됐지만 곳곳에서 크고 작은 소동도 벌어졌다.
구로구 항동중학교 투표소를 찾은 한 남성은 투표소 입장 문제로 선거관리원과 실랑이를 벌였고, 고양시 행남초등학교 투표소에서는 한 비확진자가 투표 시간을 착각해 확진·격리자 투표 시작에 투표소를 찾아갔다가 결국 투표를 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확진·격리자의 투표를 위해 각 투표소가 설치된 건물 소유·관리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선관위는 "투표 종료 후 투표소 내외를 철저히 방역해 본래 용도로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면서 "선거는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을 행사하는 국가적 대사인 만큼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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