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통일·외교

속보

더보기

[새 정부에 바란다] "대북 정책, 전방위 접근으로 리셋해야"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기고

올해 1월부터 3월 초까지 북한은 9차례 미사일 발사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1월 19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한 이후 2월 27일과 3월 5일에는 정찰위성으로 포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 사실상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하 김정은)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찾아 "대형운반 로켓을 발사할 수 있도록 발사장을 개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주목되는 점은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는 그 시점에 맞춰 북한이 이를 발표한 것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복구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제 북한은 본격적으로 ICBM을 발사하고 추가 핵실험으로 이어갈 채비를 착착 갖추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이후 공을 들여온 대북정책 즉,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사실상 실패로 마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그렇다면 차기 윤석열 정부는 이런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대북정책을 전방위(全方位) 접근으로 리셋(reset) 하길 바란다. 여기서 전방위 접근이라 함은 북핵 문제 해결, 남북관계 발전 등 개별 사안별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관련 모든 사안들이 연동되어 있는 만큼 비핵화, 남북관계, 한미동맹, 북한 인권, 통일 등등 전방위 영역에서 접근하되 "북한 변화"에 방점을 두고 전환을 하라는 것이다.

1990년 통일을 성취한 서독의 대동독정책의 키워드는 바로 '변화'였다. 동독의 변화를 유도하여 결국 통일을 성취한 것이다. 통일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안보이며 지속 가능한 평화·번영을 가져오는 길이다.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한 전방위 접근이 시급한 이유이다. 이를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그 방향을 제언하려고 한다.

◆ 선순환(善循環) 논리 폐기, 상호주의 원칙 적용

문재인 정부는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의 선순환 논리를 근거로 대북정책을 추진해 왔다. 즉,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면 북한 핵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전제이다. 남북간에 대화와 교류가 확대되면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북한이 핵을 고집할 이유와 명분이 없어진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접근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논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없음을 깨닫는 데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이런 논리에 사로잡히다 보니, 남북관계를 잘 유지하고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북한이 도발을 해도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해온 것이 사실이다. 김정은의 눈치를 보며 그의 비위를 최대한 맞춰 남북관계가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데 중점을 둬 온 것이다. 탄도미사일을 쏴도 발사체라 우물쭈물 하고, 도발을 해도 도발이라 표현하지 못한 것이다.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우리 국민이 총격 사살을 당해도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바로 그 이유 때문이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남북관계 발전에 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다만, 남북관계 발전을 간절히 염원하는 우리의 입장을 악용한 것이다. 결국 남북관계 발전도 못하고 북한 핵문제도 해결되지 못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제 잘못된 논리를 과감히 폐기하고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되,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어두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즉, 북한이 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한다면 그들에게 이익이 되고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손해가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북한이 그동안 합의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그 합의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북한이 자발적으로 선언한 모리토리엄을 파기하고 추가 핵실험이나 ICBM을 발사한다면 기존 남북합의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김정은이 뼈저린 고통을 느낄만한 상응조치(예를 들어 대북 확성기 재설치 등)를 과감히 채택해야 한다.

◆ 한미동맹과 공조를 바탕으로 억제 및 응징역량 강화

분단 이후 북한은 대남적화전략을 견지해 오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집착도 그 연장선이다. 북한은 핵 역량을 이용하여 한미동맹을 이간하고 깨려는 속내를 갖고 있다. 미국을 향해서는 대북적대시정책을 폐기하라 하고 우리를 향해서는 한미연합연습을 영구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이 그들의 불순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한미는 비핵화 협상여건을 조성한다는 명분하에 3대 한미연합연습(KR, FE, UFG)을 중단했다.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한지도 오래됐다. 그렇게 해서 북핵문제 진전이 있었는가? 결국 북핵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한미연합억제력은 약화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된 것이다. 이제 연합연습을 복원하고 한미간 미사일 상호운용성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한미동맹 문제를 지렛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즉, 한미연합연습의 중단이나 축소, 주한미군 및 유엔사 등과 관련한 조치는 연계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북협상의 기본과 전제는 우리 안보가 튼튼한 바탕 위에서 접근해야 함을 유념해야 한다. 한미공조는 더욱 중요하다. 대북인식을 공유하고 한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긴밀한 소통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 북한 핵과 주민 인권문제 병행 해결

그동안 문재인 정권은 북한 핵 문제에 집중한다고 하면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인권법을 이행하는 것도 5년 내내 방관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인권규탄결의안 발의 당사국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국제사회에서 가장 최악의 인권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폭압적인 김정은 정권을 향해 제대로 한마디 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당연히 남북관계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김정은의 역린(逆鱗)을 건드릴 우려가 있는 사안은 아예 모른척한 것이다. 결국 이로써 한미공조에도 금이 가고 국제사회에서 자유민주 대한민국의 위상은 추락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유지되어 온 대북확성기 방송을 순순하게 중단시킨 데 이어 김여정이 호통치자 대북전단 금지를 위한 법률까지 제정하여 우리 국민을 처벌하는 악법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김정은이 진정 고마워하고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북한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전혀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대북정책의 목적이 무엇인가? 북한 정권과 대화와 교류를 증가시키는 데 있는 것인가?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쌓아 화해협력의 수준을 높이는 것뿐인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헌법정신으로 보면 북한 주민은 동포인 동시에 우리 국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핵무력이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도구로 생각한다.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핵개발을 김정은의 최고 치적이라 거짓말을 하고 있다. 김정은과 그 아류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북한 주민 대부분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눈감는 것이 올바른 접근인가? 당연히 아니다. 인류 보편가치인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에 더 이상 눈감아서는 안된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 손을 잡고 적극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 단기간 보여주기식 성과주의는 지양

1970년대초 남북 당국 간 대화가 개시된 이래 50여년 동안 대부분의 정권은 남북관계를 정권의 이익과 연계하여 활용해 온 측면을 부정하기 어렵다. 1987년 이후 5년 단임 정권의 경우는 더욱이 임기 내 무언가 가시적 성과를 내보려는 유혹이 자리 잡았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유혹은 조급함을 가져오고 상대(북한 정권)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2018년 문재인-김정은 도보다리 밀회 및 삼지연 동행 등 감동을 줄 만한 장면들이 있었다. 하지만 사실상 그것이 끝이었다.

분단 이후 북한의 남침으로 6.25 전쟁을 치렀고 수많은 북한의 도발로 군사적 충돌을 이어온 남북관계, 상호 적대관계가 엄존하는 정전체제에서 불과 5년이라는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임기 내 무엇인가 결과를 보여주겠다는 인식 자체 버려야 한다. 평화통일이라는 건물을 지어나가는 과정에서 벽돌 한 장 놓는다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상대가 호응하면 되고 그렇지 않는다면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다. 그동안 북한의 행태를 보면 자기들이 아쉬우면 언제든 먼저 나왔다는 사실이다.

◆ 북한 핵 무용화(無用化) 전략으로 핵 포기 강요

현 상황에서 김정은이 스스로 핵을 내려놓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핵 포기를 강요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어떻게 할까? 핵을 쓸모 없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핵을 가져봐야 사용할 수도 없고, 유지하자니 치러야 할 비용과 댓가는 너무 크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의 확장억제와 조건부 핵공유협정 체결 등으로 북한이 핵 사용을 시도하는 순간 죽음의 길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말이 아니라 현실을 목격하도록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가까이하는 것을 매우 불편해하고 있다. 한국을 미국에서 떼어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속셈이 분명하다. 이제 우리는 이런 중국을 향해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현실성과 동떨어진 노선이 아니라 자유민주 가치와 국가안보라는 확고한 원칙에 입각하여 접근해야 한다. 중국을 향해 한미동맹의 강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답게 북한에 압력을 가해 핵을 포기하도록 제대로 된 역할을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생활밀착형 공약 행보의 일환으로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2.01.13 leehs@newspim.com

◆ 북한 주민들의 친한화(親韓化) 전략 구사

북한은 노동당에 통일전선부를 두고 끊임없이 대남혁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친북세력을 구축하기 위한 노골적인 선동과 공작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의도대로 우리 사회에 어느샌가 친북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북한의 불순 의도를 차단하고 북한의 변화유도와 우리가 원하는 자유민주 평화통일을 이루려면 북한 주민을 친한화하기 위한 과감한 조치들을 이어가야 한다. 물론 이는 은밀성이 요구된다.

이에 K-POP 등 한류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한국문화와 정보를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동경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탈북민들은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분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하고 진정 행복을 느낄 때, 이들의 입을 통해 북한에 살고 있는 친척과 친지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호감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 구사를 위한 전문인력과 조직을 강화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조치도 이어져야 한다.

◆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대북 접근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별개가 아니다. 대북정책은 통일정책의 한 분야라 할 수 있다. 통일을 위해 대북, 대내, 대외정책들이 병행 구사되어야 한다. 우리사회 일각에서 통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대화와 교류 확대에 초점을 두자는 주장을 한다. 실제 문재인 정권은 통일을 크게 강조하지 않았다. 김정은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통일은 헌법적 의무이다. 4조에서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66조3항에서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통일은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통일을 염원하도록 만들고 여건을 조성하며 실질적인 준비를 갖춰 나가야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통일이다. 그런데 통일의 당사국인 한국이 통일을 염원하고 지향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 어느 나라가 우리를 돕겠는가? 이 과정에서 통일성취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한미동맹이 기초하여 통일문제에 대해 공유하고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공식 통일정책인 민족공통체 통일방안통일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통일은 대한민국 최고의 안보인 동시에 번영의 길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사진
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