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에 산업계 혼란?…고용 창출 위한 재정비 불가피

기사입력 : 2022년05월27일 15:14

최종수정 : 2022년05월27일 15:55

재계 '당혹'…인건비 부담에 고용 위축 우려
재논의 불가피…"도입 취지 살려 정비해야"

[서울=뉴스핌] 박준형 이지민 기자 =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임금피크제의 도입 여부나 방식을 두고 변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고용 위축 등 산업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한 재정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7일 산업계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는 2000년대 초반 기업의 부담 경감과 고용 안정을 위해 정년 보장과 임금 삭감을 맞교환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임금피크제란 노동자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뒤 고용 보장이나 정년 연장을 조건으로 임금을 감축하는 제도다.

이후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2016년 시행)으로 노동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늘면서 본격 확산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300인 이상 기업의 46.8%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공공기관사업본부 관계자들이 2020년 4월 23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임금피크제 지침 즉시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백인혁 사진기자]

삼성전자는 만 57세부터 임금 감소율 연 5% 기준으로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다. 기존 만 55세, 10%에서 연령을 연장하고 임금 감소율을 낮춘 것이다. LG그룹은 LG전자를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들 대부분 만 58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임금 감소율은 연 1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는 만 59세에 임금을 동결하고, 만 60세에 10%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지난 2015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생산직의 경우 만 59세부터, 사무직은 만 56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

문제는 대부분 기업에서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에 대한 별도의 업무 조정 없이 기존 업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매년 노사 협상에서 임금피크제 폐지는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 노조는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전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현행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라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임금피크제가 축소되면 정년을 채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이에 따라 급여와 퇴직금 등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의 업무 재조정 등 혼란이 불가피하고, 관련 소송도 줄을 이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영자 단체는 대법원 판결이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고용 불안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노동계에서는 당장 임금피크제를 없애려고 한다. 그래서 이런 합리적이지 않은 주장이나 소송이 많아질 것 같은 게 걱정"이라며 "뻔히 보이는 소송을 하고, 소송 대상이 아닌 소송을 하면서 불필요한 비용 부담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조선업계는 당장 불안감을 내비쳤다. 조선업은 인력난과 고령화로 제조업 중에서도 정년에 육박한 노동자가 많은 업종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모든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용 안정을 위해 노사합의로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곧바로 무효가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판결이 단기적으로는 노사분쟁 등의 혼란, 장기적으로는 고용 위축까지 불러올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정당한 임금피크제의 기준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향후 기업마다 임금피크제의 도입 여부나 방식 등을 두고 재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산업현장에서 임금피크제에 대한 전반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는 것에만 머물면서 임금피크제의 본질과 실효성에 대해서 기업들마다 자의적인 해석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놓고 업무량을 줄이지 않는다거나, 임금만 깎는다거나 하는 것들이 이번에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임금피크제는 실질적으로 본질과 취지를 살펴보면 전체적인 고용창출 효과도 있어야 한다"며 "신규 채용도 따라야하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어떤 전체적인 정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un897@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