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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명의신탁자, 점유취득시효로 토지 소유권 주장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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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 취득의 원인 되는 법률요건 없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명의신탁자의 경우 점유취득시효 완성에 따른 토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부동산을 점유하는 명의신탁자는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사정을 명확히 알고 점유한 것이기 때문에 자주점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점유취득시효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자가 등기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명의신탁자인 A씨의 유족들이 영농조합법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환송했다.

A씨는 지난 1997년 3월 피고 B씨의 명의로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대출을 받고 이 사건 토지를 매수했다. A씨는 B씨에게 대출 원리금을 지급하고 남은 잔액은 B씨의 명의로 한국농어촌공사에 송금해 채무를 모두 변제했다.

명의수탁자인 B씨는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해당 토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으며 명의신탁자인 A씨는 1997년 4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해당 토지를 점유·경작했다.

그 가운데 B씨는 지난 2009년 이 사건 토지 일부를 C영농조합법인에게 명의신탁하고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리고 C영농조합법인은 지난 2015년 D씨에게 해당 토지에 대한 명의신탁과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이에 원고들은 각각의 명의신탁은 '등기명의신탁' 등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토지 소유권 이전등기에 대한 각각의 말소절차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의 당사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A와 B는 명의신탁 약정을 맺었고 B가 농어촌공사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이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B가 이 사건 토지에 대해 체결한 매매계약과 그로 인한 소유권 이전등기는 모두 유효하다"며 "A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만큼 A를 상속한 원고들도 피고들에 대해 소유권 이전등기의 말소등기를 청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A가 1997년 4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이 사건 토지를 계속 점유·경작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며 "A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원고들이 피고들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절차 이행을 구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을 근거로 원고들에게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를 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에 따르면 명의수탁자가 당사자로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명의수탁자 앞으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면 소유자와 매매계약 관계가 없는 명의신탁자는 소유자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를 할 수 없다.

대법원은 "명의신탁자는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되는 법률요건이 없기 때문에 부동산을 점유한다면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한 것"이라며 "A가 명의신탁자로서 이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B소유의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한 것은 타주점유"라고 설명했다. 타주점유란 타인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점유를 의미한다.

그러면서 "A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점유취득시효를 완성했다는 이유로 원고들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 의무를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계약명의신탁과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jeongwon102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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