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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개도국 식량' 인질로 협박...서방의 우크라 지원 축소 우려

기사입력 : 2022년06월13일 14:47

최종수정 : 2022년06월13일 14:47

'기아 정치'로 우크라 경제↓·유럽에 난민 문제 안기기
급감한 대중의 관심...서방 제재 공조에 분열 우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13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110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이 개발도상국을 굶기는 이른바 '기아 정치'(starvation politics) 전략으로 장기전에 돌입했다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미국 금융 전문 매체 인사이더에 따르면 동유럽 역사 전문가인 티모시 스나이더 예일대 교수는 전날 트위터에 푸틴 대통령이 세계 식량 불안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전략을 "기아 정치"라고 표현했다.

러시아 청년 사업가들과 회동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2022.06.09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는 우크라가 세계 밀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러시아에게는 기아 플랜(plan·계획)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과 다음 전쟁 준비의 일환으로 개발도상국 상당수를 굶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와 러시아를 비롯한 흑해 주변 지역은 '세계의 빵바구니'로 불릴 만큼 곡물 생산 허브(hub·중심지)다. 두 국가가 세계 밀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30%. 우크라 단독으로만 전 세계 약 12%의 곡물 수출을 담당한다.

러시아가 우크라 남부 아조우해 항구를 막아서고 있고 우크라도 자국민 식량 부족을 우려로 올해 말까지 밀, 귀리, 조 등의 수출을 전면 금지한 상황이다. 러시아도 이달 말까지 밀, 보리, 옥수수 등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데 수출금지 조치를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이들 양국으로부터 밀 등 주식(主食) 수입을 의존해온 동유럽과 중동 국가들은 비상이다. 예멘의 경우 전체 밀 수입의 25%를 우크라에 의존해왔고 이집트는 국내 소비 밀의 무려 80%를 러시아와 우크라로부터 들여왔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세계 소비 식량의 약 20%가 창고에 묶였다고 추산하고 있다.

스나이더 교수는 이처럼 러시아가 자국과 우크라산 식량 수출길을 계속 차단할 경우 "수천만에서 수 톤의 식량이 창고에서 썩을 것이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수많은 사람은 굶어 죽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푸틴, 개도국 기아 플랜으로 서방 옥죄기

푸틴 대통령은 기아 플랜으로 여러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스나이더 교수는 말한다.

첫째로 우크라의 식량 수출길을 막음으로써 국가 경제력을 크게 손실시키는 일이다. 우크라의 국가 경제는 밭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외 식량 수출이 우크라 전체 수출의 40%(2021년 기준)를 차지한다.

둘째로 식량 부족 사태가 수많은 북아프리카와 중동 난민을 낳는다는 시나리오다. 난민 수용 문제는 유럽의 오랜 숙제다. 수만명의 기아 난민까지 몰려온다면 정치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가 수출로 개방을 무기로 서방의 경제 제재 철폐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자국 내 '우크라 특별군사작전' 선전의 새로운 스토리 마련이다. 전쟁이 장기화할 수록 우크라 침공 명분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스나이더 교수는 "세계에서 식량부족으로 폭동이 일어난다면 러시아는 우크라를 탓하는 선전을 할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 내 점령한 지역을 자국 영토로 인정받고 경제 제재의 전면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군 공습에 파괴된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리시찬스크 도로 위를 걷는 남성. 2022.06.10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전쟁 피로감'에 서방의 우크라 지원 축소 가능성

우크라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대중의 관심은 떨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상 우크라 전쟁 관련 게시물과 '좋아요' 등 활동이 지난 2월 24일 러 침공일 때보다 95.6% 급감했다는 분석 업체의 자료도 나왔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과 서방국이 우크라에 마냥 '백지수표'를 내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에 서방이 무기와 자금을 계속 지원할 순 없다는 의미다. 

전쟁의 장기화는 이미 급등한 소비자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긴다. 인도 출신의 지리 전략가인 브라흐마 첼라니는 지난달 더힐에 쓴 기고문에서 "전쟁이 장기화할 수록 서방의 대(對)러 경제 제재는 자국 물가 상승이란 부메랑 효과를 낳는다. 금이 가기 시작한 서방의 제재 공조는 더 크게 분열할 것이고, 우크라 전쟁의 피로감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이 바라는 결과도 서방이 우크라 전쟁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이라고 우크라 싱크탱크 펜타의 볼리디미르 페센코는 진단했다. 그는 최근 AP통신에 "러시아는 오랜 전쟁에 지친 서방이 결국 점진적으로 호전적이던 대러 정책을 수용적으로 바꿀 것이란 가정하에 군사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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