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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TM의 세계] "시총이 얼만지 아세요?"…'묻지마 투자'를 노린 '피싱'

기사입력 : 2022년08월10일 08:00

최종수정 : 2022년08월10일 08:00

[불법 TM의 세계] ③ 영등포구 B지사 잠입취재기
"영업은 끝없는 반론 싸움"…상대의 논리를 막아라
친절과 윽박 사이…영업자들이 고객을 회유하는 방법

[편집자] 뉴스핌은 [비상장주 '피싱'] 기획을 통해 최근 피해를 호소하는 비상장주 사기 사건을 계획적인 피싱 범죄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을 전달했다. 영업자들이 모인 불법 TM(텔레마케팅)조직은 '비상장주 피싱'을 가능케 하는 필수 조건이다. 불법 TM조직은 비상장 주식뿐만 아니라 주식, 리딩방, 재테크, 코인 등 돈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뻗어갈 수 있었고, 실제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투자자(피해자)를 물색하고 있었다. 이에 뉴스핌은 불법 TM조직에 접근해 잠입 취재를 하는 등 이들의 실체를 파악했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안 그래도 장내주식은 상황이 안 좋다고 하길래 다 빼서 장외주식(비상장주식)에 넣었어요."

전화 수화기 너머 조모(72) 씨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는 최근 주식 투자금 7000만원을 모두 빼서 비상장주식들에 투자했다. 이미 다른 영업자들이 그에게 여러 비상장주를 판 모양이었다. 그가 구매했다는 비상장주 중에는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기라는 의혹이 불거진 종목도 있었지만 그는 아직 어떠한 낌새도 알아차리지 못한 눈치였다. 영업자가 새로운 종목을 제시하자 그는 이번에도 사고 싶어 했다.

영업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집요하게 얼마까지 투자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돈이 없어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그에게 대출받을 동안 "특별히 상사한테 이야기해 조 선생님 몫은 빼놓겠다"고 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지사 영업자들은 눈에 불을 켜고 '가망자'를 찾고 있었다.

"지금 제가 은행에 가서 직원하고 이야기하고 서류도 떼서, 최대한 빨리 대출이 나오도록 할게요."

당장이라도 은행으로 달려갈 것 같은 조씨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낮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조씨와 영업자 간의 통화 녹취록은 B지사에서 모범 사례로 꼽혔다. B지사의 본부장은 처음 출근한 기자에게 교육용으로 들어보라며 조씨의 통화 녹취록을 건넸다.

◆ "영업은 끝없는 반론 싸움"…상대의 논리를 막아라

10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B지사가 신입 교육용으로 활용하는 스크립트에는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내용들이 섞여 있다.

스크립트를 비롯해 B지사는 신입 영업자에게 "주식을 제대로 알고 투자하는 사람은 없다"며 투자자의 허점을 공략하라고 조언한다.

B지사의 교육자료 일부.

B지사 본부장은 "회사에서 주는 연락처는 주식을 하고 있거나, 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최근 주식 시장이 안 좋으니 요즘 손실이 크지 않냐는 식으로 통화를 이어가라"고 설명했다.

실제 B사의 교육자료에는 "요즘 주식 시장이 워낙 안 좋지 않냐, "현재 주식시장은 계속 우하향으로 내리꽂을 것이다",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라" 등의 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영업자들이 이런 말들을 하는 이유는 주식에 들어가 있는 돈을 B지사가 판매하는 비상장주식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투자자들이 정작 자신이 투자한 종목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부장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종목이 언제 떨어지고, 언제 올라가는지 알고 있냐", "만약 이걸 모르고 주식을 하는 거면 주식이 아니라 도박이다" 등의 말들을 통화 시 활용하라고 귀띔했다.

만약 상대 쪽에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알고 있다"는 식으로 응답하면 시가총액은 얼만지, 전환 사채 물량은 얼마나 나왔는지 등을 물으며 전문 용어로 상대를 압도하라고도 했다.

기자가 "잘 모르는데 저렇게 말해도 되냐"고 묻자 본부장은 "상관없다"고 답했다. 어차피 상대가 저 질문에 대답을 못 할 것이고, 영업자들은 저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모른다는 점만 지적해주면 된다는 거였다.

B지사는 지사 차원에서 꾸준히 '반론' 데이터를 쌓고 있었다. 반론은 상대방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의심할 때 영업자가 맞받아치는 것을 뜻한다.

B지사는 조회 시간을 통해 영업자들끼리 경험을 공유하며 상황별 반론을 개선해 나간다. 만약 어떤 영업자가 '큰 건'을 할 경우 통화내용을 공유한다.

'돈이 없다'는 말은 가장 대표적인 반론 사례다. B지사의 스크립트는 "주식하는 사람이 왜 돈이 없냐, 묶여 있는 것 아니냐"라는 식으로 대응하라고 했다.

'못 믿겠다'는 반응에는 "그러니까 소액으로 확인해 보라는 거다. 직접 눈으로 수익 나는 걸 보면 다음 종목은 크게 비중 실으실 거 아닌가? 저 안 따라오실 거냐?"라는 식의 답변을 하라고 적혀 있다.

'대포폰이 아니냐'는 공격에는 "컬렉트콜로 걸어보니 연결이 안 돼서 그러는 거 아니냐, 저희 법인은 컬렉트콜을 막아 놨다"는 식으로 대처하라고 했다.

본부장은 이런 반론을 활용할 때는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우리는 자신감과 뻔뻔함으로 반론 싸움을 하는 것이다. 그냥 말싸움이 아니고 팩트를 가지고 맞받아쳐야 한다."

◆ 친절과 윽박 사이…영업자들이 고객을 회유하는 방법

DB 고객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반론만큼이나 중요하다. 기자가 스크립트 교육을 받는 동안 사무실에서는 "식사는 하셨어요?", "고향이 어디세요", "오늘 하루도 힘내시고요" 등 영업자들이 통화 상대에게 건네는 친근한 인사말이 귀에 들어왔다.

본부장은 "전문적인 브리핑을 하는 것보다 상대방과 관계를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이미 다른 곳에서 비상장주식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피해 본 비상장주까지 관리하고 상담해주겠다"는 식으로 신뢰감을 주면서 꼬드길 것을 권유했다.

B지사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녹취록에도 영업자가 "현재 가지고 있는 비상장주식을 평가해주겠다"며 어떤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묻는 상황이 있었다. 그러나 그 '상담'은 사실관계가 불분명했다.

고객들이 C사의 비상장주를 이미 갖고 있다고 하자 영업자는 첫 번째 고객에게는 C사의 비상장주를 통해 "조만간 수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잘 샀다"고 상담했다. 그러나 다른 고객과의 통화에서는 "C사는 당분간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 평가를 했다. B지사가 전문성은 차치하고 사실관계조차 다른 내용으로 투자를 유도한다는 증거다.

B지사는 관계를 형성한다고 해서 무조건 저자세로만 다가가지 말라고 했다. B지사는 자신들이 "'을'의 영업이 아닌 '갑'의 영업을 한다"고 자부했다. 친절하게 다가가는 것만큼이나 반대의 관계를 구축하는 일도 빈번했다.

전화 상대가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면 영업자 측에서도 똑같이 "왜 내 말을 안 듣냐"며 "수익을 보고 싶지 않은 거냐"는 식으로 윽박지르기도 했다.

이날 한 영업자는 "왜 나한테 정보만 빼 가고 단물만 빼먹으려 하느냐"며 소리를 높였다. 이전에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해준 예비 투자자가 영업자와 통화 이후 이곳저곳에서 알아보니 B지사가 제시한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가격에 파는 물량은 없고, 파는 사람이 있다고 한들 '사기'"라며 다시 회유를 시도했다.

이들은 친절함과 난폭함 사이를 오가며 투자자들을 꾀어내고 있었다.

영업자들의 "선생님", "주주님" 하는 말들 위로 "8월 목표 10억원"이라는 화이트보드 칠판 맨 위의 문구가 유독 도드라졌다.

heyj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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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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