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 실신에도 추가 검사 안해 사망…유족 소송
"상반되는 감정의견, 신빙성 여부 추가 확인해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환자에 대한 의료진 과실 여부와 관련해 상반되는 전문 감정 의견서에도 병원 측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은 잘못이라며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의 유족들이 영남대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영남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15년 7월 9일 오전 5시 경 자다가 가슴이 답답함을 느껴 침대에서 일어나던 중 실신해 영남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그는 검사 결과 불안정성협심증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되자 같은 달 14일 퇴원했다.
퇴원 후 2주가 지난 같은 해 7월 28일 A씨는 실신과 명치 부위 답답함으로 다시 영남대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증상의 원인이 위식도역류염일 가능성이 있다며 내시경 검사를 권유했고 처방약 복용도 지시했다.
그러나 A씨는 약 한 달 후인 2015년 8월 20일 재차 가슴이 답답한 증상과 실신 전 증상을 보여 영남대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의료진은 A씨에 대한 검사 결과 심전도 이상, 심근효소 이상 상승 소견이 있었고 흉수가 확인됐으나 A씨의 증상을 기립성 저혈압으로 판단하고 추가검사는 시행하지 않았다.
A씨는 일주일 뒤 다시 명치 부위의 답답함을 호소해 다른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결국 급성심장사로 사망했고 A씨의 유족들은 영남대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A씨가 사망했다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의료진은 망인에게 반복된 실신 등 증상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관상동맥조영술 및 심장초음파 검사 등 정밀검사를 시행하는 등 망인의 증상에 대한 진단·치료를 위해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의료행위 과정, 망인의 연령, 건강상태 등 사정을 참작해 병원 측 책임을 40%로 제한하고 유족들에게 장례비와 위자료 등 총 1800만여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은 의료상 과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A씨에 대한 의료진 조치에 대해 기립성 저혈압의 원인 질환을 알아보기 위한 추가적인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감정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소속 감정의는 A씨가 응급실에 방문할 당시 심전도에 변화와 없고 혈액검사에서 심근효소 변화도 없어 추가 검사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원 감정 결과 망인의 심근효소 수치는 참고치보다 훨씬 높았다가 점차 낮아지면서 참고치에 가까워지는 추세였다"며 "망인이 피고 병원에 최초 내원해 치료를 받은 후 계속 호전되고 있었으므로 측정치에 이상 소견이 있다고 해 이에 관한 추가적인 검사, 조치가 필요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8월 20일 이뤄진 의료진의 의료행위에 관한 판단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원심은 감정의견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이어 "원심이 병원 의료진의 조치가 일반적인 과정이었다고 평가한 감정의견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감정서의 보완을 명하거나 사실조회 등 방법을 통해 정확한 감정의견을 밝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은 "원심 판단에는 의료행위에 있어서 의사의 주의의무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