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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최태원식 격식 없는 소통, 한식산업화 앞당긴다

기사입력 : 2022년09월14일 06:03

최종수정 : 2022년09월14일 06:03

재계 총수 직접 뛰느냐에 따라 기대 효과 달라
'한식 전도사' 소통 행보로 한식산업화 앞당겨지길

[서울=뉴스핌] 이강혁 산업부장·부국장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의 격식 없는 소통 행보가 핫하다. 재계 맏형으로 국가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는 그의 진정성이 크게 느껴진다."

요즘 재계 인사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다. 최태원식 소통 행보가 재계 총수의 또 다른 이미지가 되고 있다고 한다. 최 회장의 소통 행보는 최근 들어 더 거침없다. 베일에 쌓여 있던 '회장님' 대신 자신을 낮추며 대중 앞에 스스로의 진솔한 모습을 내보이고 있는 그의 격식파괴 소통이다. 혹자는 연예인이냐고 질문할 정도다.

[서울=뉴스핌] 이강혁 기자 / 산업부장 겸 부국장.

여기에 대한 최 회장의 생각은 분명하다. 대기업 회장이라는 신비 속에 갖혀 있으면 임직원을 넘어 대중과도 소통 안되고, 그로인해 오해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년간 크고 작은 대중적 행사에 100회 이상 참여했다.

소통의 방식은 행사만이 아니다. 최 회장은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입담을 과시하기도 한다. 유튜브 채널 출연도 그가 무너뜨린 재계 총수의 소통 경계선이다.

그의 이런 소통 행보가 자발적이라는 게 더 놀랍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회장님의 결정"이라고 했다. 소통 속에 담긴 그의 현실 인식에는 '국가 발전'이라는 명확한 큰 그림이 있다. 입담 속 큰 그림이 너무 잘 정리돼 있어 신선하기까지 하다는 게 재계의 평이다.

일례로 그는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했다. 이날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부터 SK그룹의 다양한 경영 현안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모든 이야기의 종착점은 백년대계의 국가 발전과 맞닿아 있다.

기업인으로써 사회에 기여할 필요성, 그러면서 국격을 높이려는 노력들. 그는 이것을 과거 '사업보국'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회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고 그 속에서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지속가능한 기업과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보는 듯 했다.

그의 이런 역할 속에서 짧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 대목이 있다.

진라면, 신라면, 짜파게티까지 모든 라면을 즐긴다는 그는 '한식의 산업화'를 꺼내들었다. 묵직한 책상에 앉아 거리감이 느껴지고 정장 차림의 근엄한 모습으로 스테이크를 썰 것 같았던 그가 라면과 자유로움을 외치며 '한식 산업화'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한식 전도사, 딱 그 자체였다.

사실 최 회장의 진솔한 소통은 어제 오늘의 모습은 아니다. 임직원들 앞에서 신고 있던 화려한 색상의 양말을 꺼내 보이는 파격을 보였고 성과급 논쟁 중에는 '급여 반납'이란 화끈한 결정을 내놓았다. 또 SNS를 통해 요플레를 핥아먹고 B급 언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격식의 틀을 깨는 행동도 여러차례 했다.

이제 최 회장은 '한식 메신저'란 부케(부수적 캐릭터)를 선보인다. 이미 지난 8월부터 매주 방송중인 SBS 예능 '식자회담'에 식자단장으로 출연해 진행을 맡고 있다. 여러 한식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한식산업의 현황과 문제점, 한식산업화를 위한 제언 마련을 위해 두팔도 걷어붙였다.

재계 총수로 다소 잔망스러운 모습이라는 쓴소리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 속에는 한식산업화를 위한, 더 나아가 이를 통해 국가 발전을 이룬다는 깊은 뜻이 읽힌다. 일본 초밥의 세계화 사례를 이야기하는 최 회장의 모습에서 민간 차원의 한식산업화 해법 마련을 위한 방향성은 잘 보여진다. 

국내 외식업은 산업화가 미흡한 대표적 산업군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국내 외식업 사업체 수는 80만개(2020년 기준)로 전체 산업의 13.3%에 달하는 반면 매출액은 2.1%에 그친다. 그나마 영세 소상공인 비중이 85%에 가까우며, 5년 생존율도 20% 수준에 그치는 등 산업구조 개선, R&D 활성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인식을 기반으로 향후 9000억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 외식 산업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대한상의 역시 향후 관련업계 의견을 모으는 창구를 오픈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지속하겠단 방침이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없는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는 재계 총수가 직접 뛰느냐 아니냐에 따라 기대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방송에 등장한 한식 대가 역시 한식당에 대한 기업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식의 산업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한식산업화는 어찌보면 한류의 또 다른 가능성이기도 하다. 현재의 한류에서 재계 총수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예컨대 'K-컬처 신드롬의 주역'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을 보자. 특히 이미경 부회장은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라는 문화보국의 사명감에 공감하며 미국 유학시절을 비롯해 1980년대부터 쌓아온 글로벌 문화계 인맥을 바탕으로 지난 30여년(1995년 시작)간 K-컬처의 선봉장이었다. 그 결과 '문화의 산업화'란 결실을 이루는데 일등공신이란 평을 받는다. 그의 노력과 CJ그룹의 철학으로 뿌려진 K-콘텐츠 씨앗은 이제 오징어게임, BTS 등 K-컬처를 전세계에서 꽃피우는 전율을 선사하고 있다.

"지금 한식 세계화는 꽤 됐지만 제대로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려면 산업화가 돼야 하는 필요성이 있는데 아직 개인, 회사 등 개인기 형태가 아닌 한식 전체로서의 접근 방법은 미흡하다. 많은 전문가들과 방법론을 찾아 잘 해보면 국가 발전에 장기적으로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최 회장의 말이다. 그의 '한식 전도사' 소통 행보는 국내를 넘어 세계의 한식으로 거듭나는 우리 음식문화 산업 큰 그림이자, 그 날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ikh6658@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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