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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팜 띠엔 번 前대사 "국방교류 확대로 한-베 신뢰 더욱 공고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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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외교사에 '사돈관계' 말 처음 사용
"양국간 민간 협력도 중요"
"직접 통역, 노무현 前대통령 기억 남아"

[하노이=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한국과 베트남은 사돈 관계입니다."

지난 5일 옛 청와대 영빈관. 현 정부 첫 국빈인 응우옌 쑤언 푹(Nguyen Xuan Phuc)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국빈 만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양국의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의 격상을 기뻐하며 이렇게 말했다. 푹 주석도 "우리는 한국 사위, 베트남 며느리를 두었다"고 웃으며 화답했다.

윤 대통령과 푹 주석의 이날 언급처럼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 관계를 상징하는 최고의 외교적 수사는 '사돈 관계'다.

1992년 12월 22일 수교 이래 2009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올해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이르기까지 이 수식어는 양국의 끈끈한 우정을 일컫는 키워드였다.

한국의 정서가 흠뻑 담긴 이 말을 공식 외교석상에서 처음 언급되도록 한 이는 한국이 아닌 베트남의 한 외교관이었다. 

바로 베트남의 대표적인 '한국통' 팜 띠엔 번(Pham Tien Van) 전 주한베트남 대사다. 주한베트남 대사로 근무할 당시인 지난 2006년 한국을 공식 방문한 농 득 마이(Nong Duc Manh) 전 서기장의 인사말에 '사돈 관계'라는 단어를 직접 써 넣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스핌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금도 수만 명의 베트남 여성이 한국으로 시집가고, 한국 남성들은 이들을 아내로 맞고 있다"며 "양국이 부모된 입장에서 며느리, 사위를 서로 잘 돌봐주어야 할 책임감이 있다는 의미를 강조하려다 보니 '사돈 관계'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회고했다.

팜 띠엔 번 전 대사는 양국 관계의 향후 30년을 전망하면서는 "전략적 자산인 국방 교류를 확대하고,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베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이뤄진 그와의 인터뷰는 베트남 하노이 인터컨티넨탈호텔 랜드마크72에서 진행됐다.

[하노이=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팜 띠엔 번 전 주한베트남대사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하노이 인터컨티넨탈호텔 랜드마크72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베트남 관계의 발전 방향을 이야기 하고 있다. 2022.12.15 simin86@newspim.com

다음은 팜 띠엔 번 전 대사와의 일문일답

-한국과의 인연을 설명해 달라

▲북한 김일성대학 조선문학과에서 유학을 마친 1972년부터 외교관 생활을 했다. 초임 때는 북한대사관에서 10년간 근무했고, 1992년 초 평양에서 돌아오자마자 아시아국 한반도 과장으로서 한국 관계 정상화 및 수교 협상단의 실무 책임자로 참여했다. 그때 수교 공동성명 초안을 직접 작성하고 비준을 받았다. 베트남에서 진행된 수교 체결식에서 양국 외무장관의 통역을 맡았었는데, 그것이 인연이 돼 (제 직급에 관계없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베트남 당서기의 한국 방문 등 양국 최고위직의 방문 때마다 통역으로 불려 다녔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것은 수교 직후 베트남 외교장관의 첫 한국 방문 때인 1993년 3월이었다. 그리고 2004년 말 외교부 국장으로 승진, 주한베트남 대사로 임명돼 2005년부터 은퇴할 때까지 5년 동안 주한베트남 대사로 근무했다. 이후 베트남 주석으로부터 종신대사로 임명받고 민간교류 업무를 시작, 지금도 베트남-한국 친선협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연이 있다면

▲특별히 노무현 전 대통령하고 인연이 많았다. 노 전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할 때가 내가 대사로 임명돼 한국에 가기 직전이었다. 통역은 통상 실무진이 하지만 그때는 내가 직접 정상회담에 통역 요원으로 참여했고 호찌민시를 가실 때는 직접 수행도 했다. 그리고 곧바로 한국에 가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았는데, 정말 서로 반가워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사님 수고 많으셨다. 베트남에서 잘해줘서 감사했다"면서 제 손을 잡으셨다. 고인이 되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안타깝기도 하고 많이 섭섭했다.

-주한베트남대사로 근무하면서 성과는

▲정치적으로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시킨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행해서 베트남을 방문, 성명을 냈었다. 외교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협상을 진행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 공로로 한국 정부로부터 광화훈장을 받았다. 두 번째로는 2010년 중반 삼성전의 베트남 진출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건희 전 회장은 2005년 쯤부터 베트남 진출을 전략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해 실행에 옮겼다. 삼성전자를 계기로 LG전자가 투자하면서 한국 기업의 대 베트남 투자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양국의 최대 현안인 다문화 가족 문제 역시 두 나라의 지도자와 언론, 국민들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한국으로 시집을 온 며느리들이 안정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주한베트남 대사 시절 한국사회와 지금의 한국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한국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나라다. 국민들이 능동적으로 활발하고 근면하고 창의적이다. 대사를 은퇴한 이후에도 1년에 1,2차례 서울에 가는데 늘 달라져 있다. 대사로 근무할 때 강북에는 저개발 지역이 많았지만, 이제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했다. 1인당 국민소득도 2만불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3만5000불을 넘고 있다. 엄청난 발전을 했다.

한편으로는 우리 베트남은 왜 한국의 개발 모델을 따라가지 못하는가에 대한 안타까움이 머릿속에 있다. 한국은 베트남이 산업화, 공업화, 인재 개발 등의 전략을 수립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나라인 게 분명하다. 한국 방문할 때마다 그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공부하고 있다.

[하노이=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팜 띠엔 번 전 주한베트남대사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하노이 인터컨티넨탈호텔 랜드마크72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베트남 관계의 발전 방향을 이야기 하고 있다. 2022.12.15 simin1986@newspim.com

-한국과 베트남 수교 30주년이다. 그동안 양국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나

▲전 세계 외교사에서 보기 드문 관계 발전이다. 사실 한국과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 때 서로 적국이었다. 베트남 전쟁(1975년) 이후 17~8년 후에 관계를 정상화,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발전했다. 중국, 일본 등 동남아시아에 많은 나라가 있지만 한국하고 가장 유사한 나라가 베트남이다. 정으로 다져진 우리는 '사돈 관계'의 나라이기도 하다. 질적으로 좋은 관계다.

사실 사돈 관계라는 말을 제가 처음 썼다. 2006년 한국을 방문한 농 득 마이 전 서기장의 인사말에 내가 적어서 넣었다. 지금도 수만 명의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으로 시집을 가고, 한국 남성들은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다. 큰 틀에서 보면 양쪽 부모와 같은 역할을 국가가 해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친해서 사돈이라기보다는 양국이 서로의 며느리, 사위에게 장인, 장모,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돼 잘 돌봐줘야 할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도 아팠는데, 이런 설명을 했더니 당시 서기장이 크게 공감했다.

-양국의 관계가 더 발전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앞으로 10년, 20년, 30년 동안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협력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한국과 베트남이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전 세계적 문제 해결에도 동참해야 한다. 이번에 양국이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으니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그 관계답게 행동해야 한다.

-특별히 어떤 분야에서 교류가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지난 30년이 경제 위주의 발전이었다면, 앞으로는 정치, 문화, 교육 분야 등에서도 경제 협력 못지않게 잘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포괄적·전략적 관계에 상응하는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서로 믿고 큰일을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두 나라가 전략무기에 대한 생산기술 이전, 군사정보 교환, 방위기술 교류 등을 강화해 나간다면 서로를 얼마나 믿고 긴밀히 협력하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이다.

또한 문화 협력과 민간 교류도 더욱 잘됐으면 좋겠다. 양국에 거주하는 교민들이 두 나라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베트남 정부는 한국 교민을, 한국 정부는 베트남 교민에 대해 관심 갖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한국과 북한에서 두 곳에서 모두 외교관으로 일하셨다. (다른 이야기지만) 교착 상태인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를 한국 정부에 조언한다면

▲어려운 문제다. 최근 한반도 관련해서 걱정스런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핵 위협을 계속하고 있고, 한국도 조금 더 원칙적으로 대응하려는 그런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 같다. 몇십 년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그래도 현명하고 슬기롭게 대응하려는 인내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노이=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팜 띠엔 번 전 주한베트남대사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하노이 인터컨티넨탈호텔 랜드마크72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베트남 관계의 발전 방향을 이야기 하고 있다. 2022.12.15 simin198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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